[기자수첩] 금감원의 ‘실질수익률 공개 의무화’…종신보험도 포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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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감원의 ‘실질수익률 공개 의무화’…종신보험도 포함해야
  • 박한나 기자
  • 승인 2019.02.1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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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바야흐로 ‘민낯의 시대’다. 연예인들의 무결점 민낯이 수시로 공개되며 사람들의 찬사를 받는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커피 한잔의 원가도 낱낱이 공개됐다. 4000원짜리 커피 한 잔에서 커피 원가는 400원 남짓. 커피 가격은 부자재비, 인건비, 매장임대료, 마케팅비 등이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에도 커피 소비는 꾸준히 증가세다. 

금융권도 피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내년부터 보험, 펀드 등 모든 금융상품의 원금 대비 실질수익률 공개를 의무화한다. 실질수익률 공개는 커피 원가에 해당하는 사업비를 공개하는 것과 같다. 내년부터 금융소비자들은 모든 금융상품의 원가를 알 수 있게 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 심각한 금융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에 가입할 때 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책에 대해 보험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다른 업권은 반대할 명분이 크지 않다. 은행은 사업비 없이 예대마진으로 수익을 내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적금상품은 이자소득세만 부과될 뿐 보험상품처럼 사업비가 부과되지 않는다. 펀드나 투자상품들은 이미 총보수 공개로 사업비 규모를 이미 공개하고 있다.

이번 정책 대상에 포함된 저축성보험과 보장성 변액보험은 초기 사업비를 많이 떼는 보험의 특성상 장기간 마이너스 수익률을 고객에게 안내해야 하는데 소비자의 상품가입 니즈를 사전에 원천 차단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 보험사의 핵심 반대 이유다.

하지만 이는 그간 보험사들이 보험을 제대로 판매하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보험은 예‧적금 같은 저축 상품이 아니다. 보험은 투자 상품도 아니다. 보험은 기본적으로 보장 상품이다. 그간 보험사들이 저축성보험과 변액보험을 저축, 투자 컨셉으로 홍보하고 판매했기 때문에 마이너스 수익률을 공개하기 싫은 것이다. 보험상품을 정석대로 소비자들에게 판매했다면 이번 정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실질수익률 안내 의무화 시행은 이미 피할 수 없다. 보험사들은 제도 시행을 막기 위한 방법을 제안하기보다는 이제라도 잘못된 판매 형태를 인정하고 앞으로의 상품 경쟁력과 고객 컨설팅 방향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고객들이 정보 비대칭에서 벗어나도록 보험사들이 발 벗고 먼저 나서야 하는 것이다. 고객들에게 가입 초기에는 사업비로 최대 40%를 선취해 마이너스 수익률 안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사실 그대로를 설명하고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입을 권유하거나 독촉해서는 안 된다.

대신 10년 동안 보험상품을 해약하지 않으면 최소 수익률과 비과세 혜택까지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을 설명하면 된다. 설사 고객이 보험을 해약할 수밖에 없는 경제적 상황에 처한다면 감액, 추가 납입, 약관대출 등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안내해주면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정책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만 금감원이 왜 이번 정책에서 종신보험을 제외했는지는 의문이다. 금감원은 그간 종신보험을 연금컨셉으로 파는 행태를 강력하게 금지했기 때문이다. 실질수익률 공개 대상에서 변액 종신보험은 포함됐지만 일반 종신보험이야말로 불완전판매의 온상이다. 금융당국이 소비자보호를 외치고 싶으면 과감하게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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