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유료방송 M&A는 '무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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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유료방송 M&A는 '무죄'
  • 이근형 기자
  • 승인 2019.02.13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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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근형 기자] 통신방송 시장이 떠들썩하다. 유료방송사업자간 인수합병(M&A) 문제로 곳곳에서 갑론을박이다. 진작 했어야 할 M&A다. 이제야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했지만 순탄하지 않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 통신방송 시장에서는 유신 시절의 ‘독재 망령’이 판치고 있다.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성장한계에 봉착했다. IPTV든 케이블TV든 차이는 없다.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신규 가입자 확보가 어렵다보니 덤을 얹어 고객을 빼앗는 출혈경쟁만 거듭했다. 그래도 생존이 불투명한 상황까지 내몰렸다.

여기에 더 다급한 상황이 벌어졌다. 유튜브와 넷플릭스 같은 새로운 시대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글로벌’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열린 공간인 인터넷과 모바일에서 고속질주하고 있다. 국내 통신방송사업자들이 막대한 금액을 투입해 깔아놓은 유·무선망에서 활개치고 있다. 공짜나 다름없이 망을 쓰고 있다. 세금도 제대로 내지 않는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버는 격이다.

뒤늦게 국내 통신방송사업자들은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 콘텐츠에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덩치가 작아 돈 벌이가 쉽지 않다. 높아야 20%에도 못 미치는 가입자 점유율로는 수익을 내기 어렵다.

그래서 수년전부터 사업자간 M&A로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로 SK텔레콤은 2016년 케이블TV 업체인 CJ헬로를 인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정부는 물론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까지 이를 막았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와 CJ헬로를 합병해 본격적으로 콘텐츠 사업을 키우려던 꿈은 좌절했다.

3년 만에 처지가 바뀌어 이번에는 LG유플러스가 CJ헬로 인수를 추진한다. 이유는 SK텔레콤과 같다. 여론은 이전과는 다르다. 그만큼 유료방송 시장 상황이 급박하기 때문이다. 막아설 명분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된다.

차제에 SK텔레콤과 KT 같은 다른 사업자들도 M&A에 나설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SK텔레콤이 티브로드를, KT가 딜라이브 인수를 추진하려는 움직임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IPTV 3사가 케이블TV를 인수해 규모의 경제를 갖출 수 있게 해줘야 한다.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지만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에 대항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를 가로막는 장애물은 이전처럼 정부와 정치권이다. 국회는 지난해 사라진 ‘유료방송 합산규제’라는 퇴물의 부활을 꾀하고 있다. 합산규제는 유료방송사업자 집단의 시장점유율을 33.3%로 제한하는 반시장적 제도다.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통신방송 시장을 장악하려는 정치권과 ‘보잘 것 없는’ 기득권을 지키려는 일부 유료방송사업자가 야합해 탄생한 사생아다. 결국 합산규제의 타깃인 KT는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를 통해 딜라이브를 인수하지 않겠다고 고해성사를 해야 했다.

3년 전 SK텔레콤이 CJ헬로를 인수하게 놔뒀다면 한국 콘텐츠 시장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외세인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안방을 고스란히 넘겨주지 않았을 지 모른다.

콘텐츠는 영혼이다. 콘텐츠 시장을 내주면 새로운 식민지로 가는 것이나 다름없다. 5G나 초고속인터넷보다 그 위를 달리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더는 사업자들의 자율적인 M&A를 막아서지 말아야 한다. 시장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놔두는 게 최악의 상황을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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