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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거제 개혁하면 세상이 변한다고요?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달라지는 게 있나요?”

지난달 31일 설 연휴를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퇴근하다 국회 정문 앞에서 선거제 개혁을 촉구하기 위해 72시간 말모이(필리버스터)를 진행 중이던 정치개혁공동행동 농성장에서 발길을 멈추고 얘기를 들었다. 그러다 필자처럼 묵묵히 듣고 있던 50대로 보이는 여성분이 관계자에게 이런 질문을 했다.

정확한 워딩은 아니지만 이에 대해 관계자는 ‘지금 선거제 방식보다 민의가 더 반영될 수 있다’, ‘비례대표가 많아지면 그동안 주로 정당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다른 당은 이를 막고 하던 것에서 벗어나 하나의 쟁점 이슈를 다양한 주체가 목소리를 내면서 주요 입법 과제가 더 빨리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필자는 이 답변보단 ‘선거제 개혁으로 국회가 달라질까’라는 시민의 물음이 머리에서 맴돌았다.

국회는 이미 지난해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월까지 선거제 개혁안을 만들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2020년 21대 총선 선거구가 4월 15일까지 획정되려면 시간이 촉박하지만 지난달 24일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여야는 서로의 당론이 “당리당략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기에 급급했다.

현재 여야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과 의원정수 확대 등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바른미래, 정의, 민주평화 등 야3당은 완전한 연동형과 의원정수 330석 확대를 주장하고, 민주당은 의원정수를 300석으로 유지하되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해 지역구 의석수를 53석 줄이자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하려면 국회의 국무총리 추천권 등 내각제적 요소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야3당은 지역구 53석 축소는 불가능해 민주당 선거제 안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오죽했으면 야3당에 속한 한 당직자는 “민주당은 자기 당 의원들이 격렬하게 반대해주길 믿고 있는 것”이라며 여당의 선거제 개혁 의지에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는 과거 여러 차례의 선거제 개혁 실패에 뿌리를 두고 있다. 민주당은 급격하게 비례대표를 확대하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고 소수정당에만 이득이 되는 개혁이라고 한다. 한국당은 당장 눈앞에 놓인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우선이라 선거제 당론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럴수록 선거제 개혁으로 무엇이 달라질 것인지 묻는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선거제 개혁을 위한 정치협상은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미국에서 귀국하면 18일께나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정개특위가 속기록이 남지 않는 소소위도 함께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가 채용 계획을 자기들끼리 작성하는 꼴이다. 그래도 괜찮다. 다수결이든 패스트트랙이든 정치협상이든 이달에는 선거제 개혁안이 꼭 나왔으면 한다. 한국당 의원들의 5·18민주화 운동 망언으로 협상의 무게추가 균형을 맞춰가는 게 그나마 '2월 선거제 합의' 기대감을 높인다.

박숙현 기자  unon@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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