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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순환출자’ 에 대한 오해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현 정부 들어 기업의 투명성 강화를 위해 순환출자를 제한하고 지주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을 유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주요 경제단체에선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차등의결권 등 방어권을 요구하며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다.

정부는 왜 순환출자를 규제하려는 것일까? 기업의 순환출자가 나쁘다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국민들은 왜 이것 때문에 지배구조 개편이 왜 이뤄져야 하는 것인지 이해하지 못한다. 순환출자는 말 그대로 세 개 이상의 기업이 차례로 다른 기업에 출자해서 주식을 보유하는 상태를 말한다.

순환출자를 끊어야 한다는 주장의 가장 큰 논리는 ‘가공자본’ 때문이다. ‘순환출자는 가공자본을 만들어 낸다’ 는 주장은 합리적일까? 가공이라는 단어가 붙어 불편한 인식이 발생할 수 있지만, 가공자본은 주식회사가 주식회사에 투자하면 언제든 발생하게 돼 있다.

예를 들면 창업가 한 명이 1억원으로 A라는 기업을 설립했다고 하자. A기업의 자본금은 1억원이 된다. 다시 A기업이 1억을 투자해 B라는 기업을 세우게 되면 B의 자본금도 1억이 된다. 결론적으로 각 기업에는 1억씩 투자됐지만, 총 자본은 2억원이 된다. 실제 투입된 자본과 다르게 장부상으론 2억이 투자됐기 때문에 가공자본이라고 한다.

예전에 안철수연구소(현 안랩)이 노리타운스튜디오에 투자한 22억5000만원도 가공자본이다. 안랩이 이 돈을 자신의 자본금으로 잡아두고, 노리타운스튜디오에도 자본금으로 잡아뒀으니 이중 자본금을 만든 셈이다. 이것을 과연 문제라고 할 수 있을까?

투자한 금액 이상으로 수익만 낸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주주 입장에서도, 이득이다. 중요한 것은 가공자본이 순환출자 구조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도 아니다. 가공자본은 정부가 유도하고 있는 지주구조에서도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한국전력 같은 순환출자와 전혀 무관한 기업도 가공자본을 가지고 있다.

지난 1999년 김대중 정부도 당시 가공자본을 이유로 순환출자를 규제하려고 했지만, 출자총액제한으로 방향을 튼 적이 있었다. 순환출자 때문에 가공자본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경제부처에서 입에 달고 나오는 얘기가 기업들의 순환출자 고리다. 더 나아가면 오너일가가 1%의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 한다는 등의 논리로 재계에 대한 여론을 악화시키기 일쑤다.

특히 최근처럼 오너일가에 대한 ‘갑질 사태’ 등으로 여론이 많이 안 좋아졌을 때 기업의 구조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기 좋은 시점이다. 물론 오너일가가 잘못했으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 받는 것을 누가 뭐라고 지적하겠는가. 우려하는 것은 이를 빌미로 한 동의 없는 인위적인, 기업 생태계 구조조정 때문일 것이다.

홍석경 기자  adsl11654@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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