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옥은 과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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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옥은 과학이다
  • 강기성 기자
  • 승인 2019.02.1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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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철 작가
신광철 작가

한옥은 철저하게 계산되고 인본적인 철학의 바탕 위에 지어진 뛰어난 집이다. 속을 알면 알 수록 탄성이 절로 나온다. 어수룩한 면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칼날 같은 예리함이 있고, 극히 계산적인 과학에 근거하면서도 천연덕스러운 자연이 넘치는 집이기도 하다.

흔히 한옥을 춥고, 어둡다고 한다. 불편하다고 한다. 오해다. 들여다보면 한옥의 위대함을 만날 수 있다. 전구가 발명되기 전까지 세상에서 가장 밝은 집은 한옥이다. 창호지가 있기 때문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는 철판이나 목판으로 창문의 재로 썼다. 닫으면 캄캄하고 열면 한데 바람이 들어온다. 춥다고 하는데 보일러가 발명되기 전까지는 한옥이 따듯한 집이다. 온돌이 있기 때문이다. 온돌은 난방공간과 불 때는 공간이 분리되어 공기가 쾌적하다 거기에 불을 이용해 취사를 하고 남은 열로 밥을 덥혀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식이다.

한옥은 규모로 자랑하는 건축물이 아니다. 한옥에서 가장 중심건물은 안채다. 안채보다 사랑채를 더 크고 높고 화려하게 지었다. 대표적인 것이 불국사다. 입구를 대석단과 누각으로 화려하고 격조있게 지었다. 안에 있는 대웅전을 보호하고 대웅전을 위해서 담장으로 지어진 건축물이다. 하지만 들어가 보면 놀랍다. 불국사의 중심건물인 대웅전은 작고 소박하게 지어졌다. 중심을 겸허하게 낮추어 작고 소박하게 지어 정신의 본체를 받아들이는 특별함을 갖고 있다. 한옥의 아름다움은 규모나 화려함이 있지 않고 정신에 있다.

또 한옥은 활동하기에 가장 적당한 길이와 높이를 기준으로 해 설정했다. 보통 한국사람 키를 5척으로 잡았다. 5척이면 161cm 정도 된다. 눈높이는 이보다 아래인 150cm를 잡았다. 이는 마당에서 방을 바라볼 때 머름대 상단 눈높이를 기준으로 하는 높이다. 밖에서 안을 바라보았을 때 방에 있는 사람이 하반신을 볼 수 없도록 한 높이이기도 하다. 천장의 높이를 정하는 원칙은 사람의 인체에서 비롯됐다. 방은 앉은 사람을 기준으로 그 위에 다시 사람 키를 더한 높이로 했다. 선 사람이 5자고 앉은 사람은 그의 절반이니 2자 반이다. 방의 높이는 둘을 합해 7자 반이 된다. 대청은 선 사람을 기준으로 다시 사람 키 높이를 더한 5자를 보태 10자가 된다. 즉 방의 높이는 성인 남자 키의 1.5배가 되고 대청의 높이는 성인 남자 키의 2배로 보면 된다. 

한옥은 한옥은 깐깐하고 차가운 과학을 들였음에도 수더분하고 차분하다. 화려함을 피하여 나무의 질감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정감을 느끼고 있다. 철저하게 계산된 건축물이지만 한가할 만큼 편안하게 다가오는 것은 더 큰 끌어안음의 포용에 있다. 그리고 함께 하려는 공동체 의식에 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생명의 공동체 의식으로 이루어진 집이 한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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