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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첫발부터 훼손된 스튜어드십 코드 독립성, 진짜 독립 필요하다
매일일보 산업부 황병준 팀장.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국민연금이 한진그룹 지주사인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업들의 근심은 커지고 있다. 사실상 국내 대기업들이 이번 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한 처지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기업 297개사에 대해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총수의 비리 등 부도덕이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기업에 대해 칼을 휘두를 수도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대주주가 기업의 비리에 대해 강력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주주권 행사의 순기능이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국민들의 연금 목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자금이다. 국민이 지주인 셈이다. 연금사회주의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일 국민연금 기금운영위원회는 한진칼에 대해 경영참여형 적극적 주주권 행사를 결정했다. 반면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매매차익을 반환해야하는 일명 ‘10% 룰’이 걸림돌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지분 11.56%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최근 3년간 단기 매매차익이 47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정치적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논란도 제기됐다. 향후 사회적으로 물의를 빚거나 논란이 발생되는 기업에 대해서는 여론을 통해 기업의 경영권을 위협 받을 수도 있는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이를 보여준 것은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3일 문 대통령은 “정부는 대기업 대주주의 중대한 탈법과 위법에 대해서는 국민연금의 스튜디어십 코드를 적극행사해 국민이 맡긴 주주의 소임을 충실하게 행사하겠다”며 “틀린 것은 바로 잡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은 지극히 정치적이다. 정부의 입김이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으로 풀이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즉각 주주권 행사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의 논의에서 결정할 것이고 한 발 물러섰지만 스튜어드십 코드가 적용되는 첫 발부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독립성 훼손은 향후 어떠한 결정에도 꼬리표로 따라 다닐 것이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어떤 기업이 제2의 한진칼이 될 것이냐는 것이다.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판단에 따라 제2의 한진칼이 될 수도 있다. 당연히 정상적인 운영을 하는 기업은 문제없지만 국민연금을 시어머니로 모셔야 한다니 기업들의 불만의 목소리는 커질 수 밖에 없다. 국민연금이라는 사정기관이 또 하나 추가된 것이나 다름없다.

국민연금이 사회연금주의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국민들의 목소리에 맞는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 또 정부 등 권력기관으로부터 말로만 독립이 아닌 행동에서부터 독립이 필요하다.

황병준 기자  hwangbj@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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