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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헬조선과 해피조선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설 명절 김현철 청와대 전 경제보좌관의 ‘아세안 망언’이 다시 한 번 세간의 이야기거리가 됐다. 그만큼 청와대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컸다는 의미일 것이다.

해당 발언은 지난달 28일 한 간담회에서 나왔다. 김 전 보좌관은 신남방 정책 추진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젊은층을 향해 “취직이 안 된다고 헬조선이라고 하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면 해피조선”이라고 말해 논란을 촉발했다.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고려하면, 아세안과 인도와 같은 블루오션 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김 전 보좌관은 문과계열 학생들을 향해선 동남아로 떠나 한글교사를 해야 한다며 “여기 앉아서 취직 안된다고 헬조선 이러지 말고 여기 보면 ‘해피조선’이다. 한국학생을 어떻게든 붙들고 한글을 배우려고 난리”라고도 했다.

김 전 보좌관은 퇴직자들을 향해서도 논란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를 맡고 있는 박항서 감독을 언급하며 “50대~60대에 조기 퇴직했다고 산에만 가고 SNS에 험악한 댓글만 달지 말고 아세안으로 가야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를 바라보는 청와대 핵심 참모의 시선은 너무나 안일했다. 공개석상에서 우리나라를 ‘헬조선’으로 언급하며 ‘해피조선’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고, 우리나라 국민에게 취업을 위해 해외로 떠나라고 부추겼다니. 사상 최악의 고용과 청년 실업상황을 구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법을 찾으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겼다는 비판도 속출할만하다.

물론 신남방정책은 현 정부가 주목하는 핵심 정책이고, 김 전 보좌관이 언급한 국가들은 성장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이런 관점에서 경제적 어려움 해소를 위한 방안을 신남방정책에서 찾으려 한 것이겠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분노와 불신만 자아냈다. 더군다나 손혜원, 서영교 의원 논란에 이어 김경수 경남지사의 구속까지 여권발 악재가 계속되며 ‘문재인 정부도 똑같다‘라는 여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를 향한 분노의 불씨를 더 촉발한 셈이다. 

특히 이번 논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에 청년이 텅텅 빌 정도로 한번 해봐라. 다 어디갔느냐고, 다 중동갔다고”라고 해 비판받은 ‘중동’ 발언도 연상시켰다. 당시 야당시절 민주당이 박 전 대통령의 발언을 강하게 비판했던 것을 빗대 이번 ‘해피조선’ 발언은 ‘내로남불’ 논란도 일었다.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김 전 보좌관은 “젊은이들도 우리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자는 취지에서 한 발언” “50~60세대를 무시하는 발언이 결코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청와대도 전격적인 문책성 인사를 단행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김 전 보좌관의 발언에 야권에서는 “가수 김현철은 대표곡 ‘달의 몰락’으로 인기가수의 반열에 올랐다. 청와대 보좌관 김현철이 계속 직을 유지하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의 별명인 ‘달님의 몰락’을 목도하게 될 것이다”(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라는 논평까지 나왔다. 집권 3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국민들이 느끼는 진정한 ‘해피조선’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이번 사태를 성찰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나현 기자  knh9596@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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