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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평화문화만이 냉전문화를 극복할 수 있다
  • 안미라 문화기획자 / 플랜지 대표
  • 승인 2019.02.11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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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라 문화기획자 / 플랜지 대표

내가 죽기 전에 통일을 볼 수 있을까? 통일에 대한 갈망은 늘 있어왔지만, 이런 생각이 나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오게 된 것은 늦둥이 아들을 보게 되면서이다. 우리 아들은 올해 20살이 되었고 군 입대 신체검사를 받아야 한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남자다운척도 하지만 매우 불안하고 복잡한 정서를 애써 외면하고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면 엄마인 나는 왠지 미안해진다. 평안한 나라를 만들어주지 못한 기성세대로서의 미안함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어쩌면 나는 통일을 향한 남북한 종전선언이란 매우 귀한 걸음을 볼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게 되었다. 감사할 일이다. 적어도 우리 아들 세대는 분단이란 무거운 짐을 좀 내려놓고, 넓고 넓은 바다에서 마음껏 자유롭게 유영할 수 있게 되는 세상과 가까워질테니 말이다. 정말 우리 세대가 그러한 유산을 물려줄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이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하려면 우리는 한 가지 더 준비해야 할 유산이 있다. 그것은 70여 년간 분단과 냉전문화의 지속이 가져온, 배타적이고 공격적인 이분법적 사고의 문화적 폭력을 평화문화로 바꾸어내는 일이다. 이분법적 논리는 집단 동일화를 야기하고 집단 동일화는 적대감과 폭력을 증폭시킨다. 적대감과 폭력의 문화는 평화에 대한 논의와 협의의 최대 장애물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지속가능한 평화를 주기 위해서는 군사적 위협의 해결과 동시에 평화문화의 정착을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평화문화는 1989년 ‘인간의 마음에 깃들인 평화에 관한 야무수크로 선언’ 이후 1995년 유네스코의 공식적인 실천 사업으로 채택되면서 세계적 운동으로 확산되었다. 평화문화는 평화적 가치 즉, 비폭력적 수단과의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적 접근 방법이다. 평화문화는 우리 스스로 공존과 조화의 상태를 내면화하고 생활화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성의 존중, 관용, 이해, 협력, 연대 등의 가치 공유를 통한 조화로운 어울림으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의 믿음과 행동은 문화에서 형성되어진다. 70년 동안 축적되며 지속해온 서로 다른 문화는 서로 다른 가치와 행동을 보여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측면들은 상호교류와 통합의 과정에서 충돌하거나 갈등으로 표출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 환경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에게 또 다른 심리적 전쟁 속에 가두는 일이 될 것이다. 게다가 그동안 우리 사회의 이념적, 지역적 편가르기와 갈등이 더 중첩되어 심화될지 모른다. 이것은 또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그러니 정치, 군사적인 종전이 이루어지는 날, 우리 각자의 마음속 전쟁도 종전선언을 해보자. 독일은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지만 우리는 ‘마음의 벽’을 허물어내자. 우리 아이들이 독일 통일보다 우리의 통일을 더 자랑스러워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기성세대가 평화문화의 대중화와 생활화를 위해서 앞장서서 준비해주자.

나는 꿈꾼다. 2019년 기해년에 한라에서 백두까지 사람과 사람사이에 평화를 만드는 캠페인을 신나게 시작해보는 일이다. 그것은 한라에서 백두까지 평화를 향한 나의 족적을 남기고 역사를 만들어내는 캠페인이다. 이름하여 ‘한발짝 캠페인(Step by Step)'이다. 그것은 내가 내딛는 한 걸음이 사람을 잇고, 평화를 잇는 일이다. 

안미라 문화기획자 / 플랜지 대표  hhsung@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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