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는 무슨 말…기업 앞에 악재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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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는 무슨 말…기업 앞에 악재 가득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9.02.0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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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규제 샌드박스로 ‘호들갑’…기업 체감은 ‘의문’
기업 환경 갈수록 ‘악화’…기업, 스킨십보다 ‘실효성’
(왼쪽부터)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하현회 LG 유플러스 부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정도현 LG전자 대표이사, 홍종학 중소기업벤처부 장관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서구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산업부-중소기업벤처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5G 현장방문 및 상생간담회에서 스마트드론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정부가 연초부터 친기업 행보를 이어가고 있지만, 기업 환경은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인과 스킨십을 강화하고 '규제 샌드박스' 등 규제 완화를 내걸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와 고용 창출을 독려하고 있다. 이런 한편에서는 기업의 지배 구조를 흔드는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와 최저임금 상승, 주52 근무제 등 기업 활동을 옭죄는 이슈들이 산적하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정부가 친기업 행보에 나섰지만 오히려 기업 경영 환경은 더 악화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연초부터 기업 총수들과 잇달아 만나며 기업 현장의 애로를 청취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업들도 정부에 거대 기대가 이전보다 높아졌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17일 경제계가 꾸준히 요구해온 ‘규제 샌드박스’ 시행하면서 규제 해소를 추진하자 일제히 환영했다. 정부가 규제완화에 대한 요구에 화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어느때보다 높은 기대감을 이어갔다. 하지만 기업 환경은 조금도 나아지지 않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란 표현으로 기업의 기를 살려주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기업의 입장에서는 어떤 규제를 어떻게 풀어 줄지도 의문"이라며 “기업에 대한 압박은 더 늘어, 기업 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업인들과 스킨십도 중요하지만 침체에 빠진 경제를 살리기 위한 실효성 있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규제 완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지난달 기술과 신산업 창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각종 규제 적용을 면제 또는 유예해주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를 본격 시행했다. 정부는 대대적인 홍보를 통해 신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사후 규제 방식으로 규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기업의 입장에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지만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기존 산업과 신산업간 이해 충돌이 불가피할 수 있다”며 “또한 부처간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논란만 야기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완화 효과도 나오기도 전에 기업들은 각종 규제에 놓여있다.

최근 국민연금이 기업의 경영권에 직간접적으로 참여 의사를 밝히면서 기업들의 위기 의식은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지난 1일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한진칼에 대해 적극적 주주권을 행사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 원칙)이 도입된 이후 첫 경영참여 사례다.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는 총 297곳. 10%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사만 81곳이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침은 자칫 경영 간섭으로 비칠 수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 주총 시즌을 맞은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국민연금이 한진 외에 다른 기업들에 대한 경영 참여에 나설 수 있어서다.

당장 지배구조 개선과 책임성을 강화한 공정거래법·상법 개정안도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입법 과정에서 조정 여지가 있다면 소통하겠다”며 수위 조절에 나섰지만 기업의 입장에서 부담감은 적지 않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도 기업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지난달 14일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대기업의 66.7%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신규채용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소통을 강화하며 규제 완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기업들은 규제에 허덕이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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