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가 진짜 교복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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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가 진짜 교복은 아니잖아요?
  • 권희진 기자
  • 승인 2011.12.05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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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허세 소비와 가격 거품…허무한 논란에 힘 빼는 공정위

[매일일보=권희진 기자] 등산 인구 증가로 아웃도어 의류 시장이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가 매출 상위 업체인 ‘노스페이스, 코오롱스포츠, K2’ 등 유명아웃도어 브랜드의 가격담합 및 불공정행위 여부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5일 공정위와 아웃도어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주 소비자단체를 통해 조사한 아웃도어 제품에 대한 가격·품질 비교 조사 결과를 발표한다.

아직 발표 전이기는 하지만 공정위 조사는 아웃도어 의류 등의 프리미엄 상품과 일반 상품 간 품질 차이는 크지 않다는 데 방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레저용으로 관심을 받던 아웃도어 제품은 최근엔 실용성과 디자인을 내세운 패션 아이템으로 각 업체들이 마케팅 전략을 펴면서 수요층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주 소비층인 중년의 ‘베이비붐’ 세대들이 강한 구매력을 보이면서 2년 새 4조 3천억 원대로 시장이 커졌다고 밝혔다.

물론 이러한 인기 속에 불만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아웃도어 제품에 지나치게 가격 거품이 낀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더해 제조원가의 3~5배로 시중 판매가를 정하는 아웃도어 업계의 원가산정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 목소리도 있다.

특히 모 신문사는 최근 ‘가격거품’에 대한 소비자 여론조사를 통해 소비자의 85%는 가격거품이 ‘20~60%’에 달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소비자 3명 가운데 1명(34%)은 광고만큼 아웃도어 제품의 기능성이 뛰어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기사를 크게 내보내기도 했다.

반면 업계에서는 공정위 조사나 몇몇 언론의 ‘거품론’제기에 대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중 가격대가 비싸고 싸다는 기준을 잘 모르겠다”며, “어제도 백화점에 시장조사를 다녀왔지만 등급 낮은 여성 의류 브랜드도 한 벌 당 70~80만원을 호가하더라. 그에 비해 아웃도어 브랜드는 25만원으로도 충분히 상품을 구매할 수도 있다. 무조건 가격폭리로 몰아가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또 “아웃도어 제품의 기본 베이스는 원정 탐험가들을 위한 등반이 목적”이라며, “생명 안전을 위해 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능성이나 제품의 특징 면에서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때문에 가격 차이가 나는 게 아닌가 싶다”고 가격 거품 주장에 대해 반박했다.

그는 특히 모 매체가 유명 브랜드 등산복 풀세트를 구입하는 데 200만원 안팎이 소요되는 데 반해 일반 업체에서 구입하면 총 구입비용은 100만원 이하로 떨어진다는 보도를 내보낸 것에 대해 “전혀 맞지 않은 이야기”라고 항변했다.

“유명 아웃도어 매장에 가보시면 알겠지만 풀세트로 제품을 구입한다고 해서 2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격대가 좀 있다면 의류 특성상 안정성이나 기능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조금의 차이가 있는 것을 뿐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에요….”

아웃도어 업계에서는 시장 내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가격에 거품이 존재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지난 11월22일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올바른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 필자

이날 최승노 자유기업원 대외협력실장은 “공정위가 경쟁 환경 조성이라는 본연의 역할은 뒤로 한 채 물가관리 기구로 전락했다”며 “특히 일부 업종 가격 규제는 경쟁정책의 퇴보를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지적해 눈길을 끌었다.  

N모 아웃도어 브랜드 패딩점퍼는 남자고등학생들이 너무 많이 입어서 ‘제2의 교복’이나 다름없다는 우스갯소리가 나돌 정도이긴 하지만 이 N모 브랜드 점퍼가 입지 않으면 안되는 진짜 교복은 아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공부를 잘하고 자기 성취도가 높은 아이들일 수록 N모 아웃도어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결과가 나온 것을 보면 결국 지금의 열풍은 10대 남자아이들 특유의 ‘허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해도 무방해 보인다.

‘공정성’이 많이 부족한 우리 경제에서 공정위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많다. 22일 토론회에서 나온 말 중에 “공정위의 품격, 규제권위, 신뢰성이 떨어진 지금은 우리나라 공정거래정책기의 암흑기”라는 지적을 공정위가 한번 쯤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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