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김경수 판결문 속 음모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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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김경수 판결문 속 음모론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9.01.31 14: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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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30일 있었던 김경수 경남지사에 대한 1심 판결과 관련해 세간의 관심사는 김 지사가 킹크랩(댓글기계)의 존재를 알았는지, 그리고 여론 조작에 얼마나 관여했는지 등이었다. 김 지사의 유무죄를 판가름하는 사안이니 당연한 관심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김 지사가 킹크랩의 존재를 몰랐을 리 없었으며 주도하기까지 했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하루 작업기사가 수백 건에 이르는 경우 하나의 기사에 대해 특정한 방향의 댓글이 상위에 랭크되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수 클릭이 있어야 하니까 수백 건 기사에 이른다면 피고인(김 지사)으로서도 오로지 경공모(드루킹이 주도한 모임) 회원의 수작업에 의해 원하는 작업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 걸로 보여진다”고 했다. 또 “피고인이 김동원(드루킹)으로부터 댓글기계가 자주 언급되는 온라인 정보보고를 전송받고 있었음에도 기사목록이나 정보보고에 의문·질문한 게 없다는 것도 킹크랩 관련 내용 인식을 뒷받침하는 걸로 보여진다”고 했다.

이런 판단을 두고 사법농간 세력의 보복이니 아니니 법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논란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필자의 관심사는 조금 다르다. 유무죄를 떠나 드루킹 일당의 진정한 정체가 궁금하기 짝이 없다. 판결문에는 그에 대한 힌트가 나와 있다. 재판부는 김 지사와 드루킹 일당 간 관계에 대해 “정치인과 지지세력 관계를 넘어서 피고인은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창출과 유지를 위해, 김동원은 경공모가 추구하는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도움 상호의지 하는 특별한 협력 관계”라고 규정했다. 이는 드루킹 일당이 왜 그토록 일본 주재 고위 외교관 자리를 원했는지에 대한 답이기도 하다. 드루킹은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이후 김 지사에게 일본 대사 자리를 요구했지만 바로 거절당했다고 한다. 그에 대한 반발로 드루킹은 댓글 조작 작업을 중단하고 이어서는 악플 작업에 나섰다. 그 뒤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제안받자 다시 댓글 활동을 개시했다고 한다. 일본 대사나 오사카 총영사 자리가 뭐길래?

재판부는 “김동원과 경공모로서는 일본 대사 내지 오사카 총영사 인사추천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던 걸로 보여진다”며 “적대적 M&A 등 경제민주화 목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에 부합할 수 있는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유지 하도록 피고인을 돕는 게 필요하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을 통해 일본에서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오사카 총영사 등 고위공직에 경공모 회원이 임명되는 게 필요했던 걸로 보여진다”고 했다. 즉 드루킹 일당은 국내 대기업을 겨냥한 적대적 M&A를 통해 그들이 말하는 경제민주화를 실행에 옮기려고 했으며, 그 작업에 필요한 자금을 일본에서 끌어들이기 위해 힘 있는 자리를 요구했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드루킹은 자신의 블로그 등에서 적대적 M&A의 대상으로 삼성전자를 언급한 바 있다.

드루킹 일당의 이런 구상은 어찌 보면 황당하고 어찌 보면 무시무시한 음모 같기도 하다. 그런데 김 지사도 이를 몰랐던 것 같지 않다. 판결문에는 “김동원과 피고인 사이에는 피고인의 요청에 따라 당시 대선후보이던 문재인의 기조연설에 관여할 수 있도록 재벌 개혁 방안에 관한 경공모 의견 전달할 것을 부탁해서 받기도 했다”거나 “피고인과 김동원은 평소 정치적 논의도 활발했다. 김동원은 피고인과 민주당에 도움 되고자 회원을 동원해 댓글작업을 했고 킹크랩 개발에 최선의 노력을 했다. 피고인도 보고서를 전달해 반영하고 경공모 회원의 인사추천을 들어주는 등 경제민주화 달성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과연 김 지사는 드루킹 일당의 경제민주화의 진의를 어디까지 알고 있었으며 어디까지 도움을 주려고 했을까. 필자는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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