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강용석 마포乙 ‘무소속’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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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강용석 마포乙 ‘무소속’ 국회의원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12.0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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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인물(?) 강용석, 이 남자가 사는 법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지난 11월17일. 강용석 국회의원이 KBS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기자의 입에서 제일 처음 튀어나온 감탄사는 “와~ 포인트를 정확히, 아주 제대로 집었다!”는 것이었다.

한나라당에서 제명당해 무소속으로 활동 중인 강용석 의원실에서 냈다는 고소 관련 보도자료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도 강 의원이 의도한 것이 무엇인지 직감했고, 곧바로 확인한 해당 보도자료 관련 기사에는 직감했던 내용이 모두 들어가 있었다.

‘강 의원이 아나운서에 대한 집단 모욕죄로 유죄를 받았기 때문에 최효종을 국회의원에 대한 집단모욕죄로 고소한다’는 요지의 보도자료 내용을 대부분의 매체들은 단순히 스치듯 전달하면서(혹은 아예 빠뜨린 채) “어떻게 풍자를 이유로 개그맨을 고소할 수가 있냐”는 지점에만 집중했다.

네티즌들 중 일부가 “자기 혼자 죽기는 억울하다는 거냐” 정도까지 진도를 나가기도 했지만 역시나 대부분의 여론은 ‘정치인이 풍자를 이유로 개그맨을 고소했다’는 표면에서 1cm도 밑으로 파고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강.용.석. 세 글자는 신화(?)가 되었다.

‘MB 여성 취향’ 폭로(?)했다가 한나라당서 제명…‘강 열사’ 별명

박원순, 안철수, 최효종 등 호감 인물 연쇄 공격으로 ‘영생의 길’

‘강용석’이라는 이름 석 자가 전 국민의 입에 크게 오르내리기 시작한 첫 번째 사건은 지난해 7월 <중앙일보>의 단독 보도로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는 그의 술자리 발언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당시 <중앙일보> 단독 보도에 따르면 강 의원은 7월16일 오후 7시쯤 서울 마포구 상수동 홍익대 인근 고깃집에서 서울 소재 모 대학 남녀 대학생 20여 명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서 문제성 폭탄 발언들을 쏟아냈다.

아나운서를 지망한다는 한 여학생에게 “다 줄 생각을 해야 하는데 그래도 아나운서 할 수 있겠느냐”고 물은 뒤 특정 사립대학을 지칭하며 “○○여대 이상은 자존심 때문에 그렇게 못하더라”고 말했고, 지난해 청와대를 방문한 적이 있는 한 여학생에게 “그때 대통령이 너만 쳐다보더라”며 “남자는 다 똑같다. 예쁜 여자만 좋아한다”고 말한 뒤에 이어서 “옆에 사모님(김윤옥 여사)만 없었으면 네 (휴대전화) 번호도 따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보도의 파문은 엄청났다. 발언의 진위 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졌고, 다른 매체들의 추가취재와 현장에 있던 대학생들의 추가 증언을 통해 동료 여성 국회의원들에 대해서도 성희롱성 발언을 늘어놓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강 의원은 당시 민주당 원내대변인이었던 전현희 의원에 대해 “60대 이상 나이 드신 의원들이 밥 한번 먹고 싶어 줄을 선다”고 말했고, 한나라당 나경원 의원에 대해 “얼굴은 예쁘지만 키가 작아 볼품없다. 여성의원의 외모는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낫다”고 말했다.

네티즌들은 “못생긴 맛사지걸이 서비스가 좋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과거 발언과 연결해 “강용석 열사가 MB의 기만적인(?) 여성 취향을 폭로했다”는 식으로 패러디를 쏟아냈고, 한나라당은 발빠르게 강 의원을 출당 조치했다.

한나라당이 그동안 성희롱이나 성추행관련 추문을 일으킨 소속 의원들(지도부가 포함된 경우도 많음)에 대해 취해왔던 태도를 생각하면 강용석 의원에 대한 출당 조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빠르고 전격적이었다.

아나운서협회 등 관련 단체들이 들고 일어나서 강용석 의원이 아나운서 집단 전체를 매도했다고 비판하면서 민형사상의 소송을 제기했으며, 여성단체들도 ‘성희롱 국회의원 퇴출’ 운동을 가열차게 전개해나갔다.

사건 초기 “보도 자체가 왜곡”이라며 중앙일보 해당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던 강용석 의원은 이후 발언들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오히려 ‘무고’ 혐의까지 형사책임을 지게 되는 위기에 빠졌다.

그해 11월 의정활동을 제기한 이후에도 한동안 두문불출하던 강 의원은 올해 5월 아나운서들이 제기한 집단명예훼손 소송 1심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을 받았고 이러한 판결은 지난 11월10일 2심에서도 유지됐다.

그로부터 정확히 1주일 뒤인 11월17일 개그맨 최효종을 상대로 ‘집단명예훼손’ 고소 가능성을 알리는 입장이 강용석 의원 측에서 나왔고, 비난 여론이 쇄도하는 가운데 곧바로 실제 고소장 제출이 강행됐다.

다시 1주일 후인 11월24일 서울남부지법은 아나운서 비하발언과 관련, 한국아나운서연합회가 강 의원을 상대로 낸 위자료지급 청구 관련 민사소송과 8개방송사 여자아나운서 100명이 강 의원을 대상으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각각 기각했다.

민사법원 재판장은 판결에서 “이 사건이 인용된다면 ‘국회의원은 도둑놈이다’, ‘서울 사람들은 보수적이다’라는 말까지 모욕이 되어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이건 법리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며 강 의원의 손을 들어줬다.

▲ 전설적인 만화 <슬램덩크>에서 ‘불꽃남자 정대만’을 강용석 의원과 합성시킨 패러디물. 강 의원은 잊혀져가던 자신이 네티즌 패러디의 대상이 된 것에 대해 무척 기뻐했다.

‘너 하나 살려고?’ 

11월29일, 강용석 의원은 최효종에 대한 고소를 취하했다. 강 의원이 모니터링한 바에 따르면 최효종을 집단모욕죄로 고소한 11월17일 이후 그날까지 1500개 이상의 기사가 쏟아졌고, 그의 블로그는 폭발적인 접속 인기(?)로 파워블로거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앞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와 안철수 서울대 융합기술대학원장에 대한 여러 의혹 폭로를 통해 수많은 안티를 양성했던 강 의원은 최효종 고소로 정점을 찍었고, ‘욕을 많이 먹으면 명줄이 길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사실이라면 ‘영생의 반열’에 올랐다고 할 정도가 되었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강’을 쳤을 때 추천 연관검색어 1위가 ‘강용석’으로 나오는 것은 물론 ‘가’만 쳤을 때도 추천 연관검색어 두 번째로 ‘강용석’이 뜨는 것을 보면 얼마나 많은 네티즌들이 ‘강.용.석.’ 세글자를 검색해댔는지 추정이 가능하다.

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블로그에서 이러한 성과(?)에 대해 나열하고 민사 재판에서 이겼음을 밝히면서 “대법원 판례대로 하자면 당연한 결과였지만 저에게 적용했던 형사 1,2심 판결과는 정확히 반대의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럼 너 하나 살려고 최효종을 이용했냐는 비난이 이어지겠죠. 솔직히 최효종씨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하고 싶다”며, “며칠 전 그런 뜻을 알렸고 고소취하하겠다는 말도 전달했다. 대인의 풍모를 갖춘 최효종씨는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더군요”라고 밝혔다.

다수 언론매체의 시선

이 글에서 강용석 의원은 자신이 ‘외로운 싸움’을 이어온 이유에는 신문이나 방송 같은 언론의 ‘기삿발’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이라고 추정했다.

‘기삿발’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면서 “중립적 기사나 분석적 기사는 안 읽힌다는 것”이라고 설명한 강 의원은 “일단 좀 편파적이거나 표피적이라고 하더라도 보는 사람의 멘탈을 자극해야 기삿발이 나온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강용석이 법적용의 부당성을 호소하기 위해 개그맨 최효종을 고소해서 집단 모욕죄라는 것이 얼마나 말이 안되는지 보여주려 했다’는 것은 기사가 안되나 봅니다”라며, “그것보다 ‘성희롱으로 문제됐던 강용석이 또라이 기질을 발휘해서 다들 웃고 넘기는 개그맨의 풍자마저 고소질을 해가며 물고 늘어졌다’ 이런 게 훨씬 ‘기삿발’이 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의 분석에 일견 타당성이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정된다. 하지만 그가 놓치고 있거나 일부러 외면하고 있는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우선 아무리 그럴듯하고 멋있는 말이라 하더라도 그 발언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뉴스가치가 달라지는 현실에서 이미 ‘퇴출이 기정사실화된’ 정치인의 발언을 비중있게 다뤄줄 언론매체는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대부분 언론매체들은 강용석의 과거 행적 때문에 그의 여러 주장에 대해 ‘가치’(뉴스밸류라고 함)를 높게 치지 않게 되었다는 데서 그의 외로운 투쟁이 비롯되며, 여기에 그가 점하고 있는 포지션 자체가 매우 애매하다는 점도 큰 문제이다.

진보좌파 성향의 매체들에게 그는 ‘야권의 희망으로 떠오른 안철수와 박원순을 공격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이자 ‘한나라당 출신 무소속 국회의원’이고, 보수우파 성향 매체들에게는 ‘온갖 설화로 보수진영에 대한 이미지를 떨어뜨리는’, ‘보수 진영의 감추고 싶은 치부’ 정도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과거 참여연대에 몸담으면서 ‘이건희 저격수’로 활동했던 그를 삼성의 비자금 배달부 역할을 했던 ‘위성 그룹’ <중앙일보>가 공격한 것에서 일련의 파문이 시작됐다는 복잡한 배경은 관련 보도가 균형적으로 나오기 힘들게 만든 중요 요인의 하나였다.

여기에 더해지는 결정적 한 방으로 강 의원이 싸우는 상대가 ‘아나운서집단’ 전체라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방송매체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메인뉴스 앵커들(기자 출신도 있지만)이 포함되는 ‘아나운서 집단’의 눈에 강용석은 ‘상대하지 못할 종자(?)’로 낙인이 찍혀 있다.

언론권력의 입장에서 특정 대상을 ‘디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 대상을 직설적으로 비판해서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존재하지 않는 인물로 외면하는 것이다.

강용석 의원이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안철수 서울대 융학과학기술대학원장의 과거 행적과 관련해 폭로한 여러 의혹들 중 상당수가 나름의 확고한 근거와 논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는 데에는 이런 복답다단한 이유가 얽혀있다.

‘특권이 상식을 이긴다’ 시리즈로 대변되는 강용석의 일련의 폭로가 그 내용에 비해 파급력이 크지 않았던 배경에는 우리나라의 주류 미디어들이 기사 아이템과 방향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정치적, 전략적 판단’이 중요변수로 작용하는 현실이 작용했다는 말이다.

▲ 개콘 ‘강용석 특집’(?)의 한 장면. “찔리면 디스”라는 말을 강 의원 재판에 적용하면 “아나운서들이 집단모욕죄로 강용석을 고소한 것은 찔리기 때문”이라는 논리도 가능하다.

기자의 개인적 이유 

본 기자의 ‘개인적인 측면’에서 강용석 관련 보도를 ‘게을리’ 했던 이유를 하나 덧붙이자면, 그가 미디어의 ‘부당한(?) 외면’ 속에 억울함을 겪기 훨씬 이전에 미디어의 부당한 ‘왜곡’보도에 힘입어 국회의원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이 크게 영향을 미쳤음을 고백한다.

2008년 총선 당시 마포을 국회의원 선거는 초접전 상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민주당 정청래 후보의 박빙우세가 점쳐지고 있었다. 판세를 뒤집은 것은 투표일을 며칠 남겨두지 않고 터져 나온 문화일보의 특종(?) 보도였다.

문화일보는 그해 4월4일 “정청래 의원이 한 초등학교에 들어가려다 교감 선생님이 막아서자 ‘내가 이 지역 현직 의원인데 어떻게 이럴 수 있느냐’며 ‘당신(교감)과 교장을 자르겠다’고 말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른바 “정청래 ‘모가지’ 폭언 파문” 시리즈이다.

문화일보는 이날부터 투표일 전날인 4월8일까지 모두 9건의 정청래 후보 관련 기사를 보도했고, 선거 당일인 9일에도 ‘정 의원, 본지·조선일보·한나라 고소’라는 기사를 통해 정 후보의 ‘폭언 사실’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당시 문화일보 및 문화일보의 영향으로 조선일보가 당시 보도한 일련의 기사들은 모두 결국 허위로 드러났다.

‘폭언을 목격했다’면서 관련 내용을 제보했다는 ‘학부모’들은 모두 해당 학교 학부모도 아니었을 뿐 아니라 경쟁자인 강용석 후보 선대위 관계자들로 드러난 것이다.

이듬해 3월 법원은 정청래 후보 폭언 의혹 제기 당사자들에게 벌금형을 선고했고,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반론보도를 게재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이미 나온 선거결과가 뒤집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강용석 의원이 일련의 왜곡보도 과정에 직접 개입했거나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하지만 왜곡 보도를 통해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사람이 강용석 본인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 점에서 (직접 개입했다는 증거는 없지만) ‘허위폭로’로 정치인생을 시작한 강용석 의원이 그럴듯해 보이는 여러 가지 폭로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언론매체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현상은 어찌 보면 대한민국에서 잘 실현되지 않는 ‘사필귀정’의 한 사례처럼 보였다.

그게 여러가지 이유에도 불구하고 강용석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싶지 않았던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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