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서해안 피해주민 두 번 죽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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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중공업, 서해안 피해주민 두 번 죽이나?
  • 도기천 기자
  • 승인 2011.12.0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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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보상 요구 주민들 내쫓고 언론사 취재방해까지

[매일일보 = 도기천 권희진 기자] 태안 앞바다와 서해안을 검은 재앙으로 뒤덮은 삼성중공업의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4년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 측이 “지역개발기금 출연금을 1000억원 이상 낼 수 없다”며 버티고 있어 피해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이 계속되고 있다.

더구나 삼성은 1일, 서울로 상경해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측의 사과와 피해보상 규모를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태안지역 피해주민들을 경비 직원들을 동원해 밀어내고 <매일일보> 등 언론사의 취재를 방해하는 등 험한 분위기를 연출해 비난을 사고 있다.

▲ 삼성중공업의 태안 기름유출 사고가 발생한지 4년을 맞이하고 있는 가운데, 충남 태안 등 서해안 피해지역 주민들이 1일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앞에서 삼성 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권희진 기자)
‘대재앙’ 4주년 ‘태안’…피해 ‘눈덩이’ 10개 시․군 확산
삼성, 피해지역 기금 증액 요구에 4년간 ‘모르쇠’ 일관

보상 요구 주민들 삼성 사옥서 시위…내쫓고 취재방해
주민들 “삼성만 믿고 기다려 왔는데”…피해액 2조6천억


충남 태안 등 서해안 지역 10개 피해지역(고령,사천,홍성,서산,신안,무안,당진,영광,군산,태안) 주민들로 구성된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회장 국응복) 소속 주민 8명은 1일 서울로 상경,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에서 삼성측의 사과와 피해보상 규모를 늘려줄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삼성은 이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임직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1년 자랑스런 삼성인상’ 수여식을 가졌는데 피해 주민들의 항의시위로 행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이날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피해지역 주민 1명이 바닥에 들어 눕는 등 울분을 토하며 거세게 삼성 측에 항의했지만, 출동한 경찰과 삼성 측 경비원들에 의해 제지당하는 등 피해주민들과 삼성 간에 충돌이 일었다. 삼성 측은 기자들의 카메라 촬영도 완강히 저지했다.

끝없는 ‘기름과의 전쟁’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가 지난 25일 도의회 농수산경제위원회 의원들에게 제출한 ‘유류사고 배·보상 청구 및 사정현황’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해양환경 복원에 필요한 지역개발기금 1000억원 이상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상태다.

피해민총연합회는 지난해부터 삼성측에 국토해양부를 통해 지역개발기금으로 5000억원을 지급해 줄 것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삼성측은 “1000억원 이상의 증액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007년 12월경 기름 유출 사고 당시, 지역개발기금 등의 명목으로 1000억원을 지역사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시부터 피해주민들은 터무니없이 적은 금액이라며 반발해 왔었다. 그나마 1000억 출연조차도 집행되지 않은 채 4년 동안 지연돼 왔다.

▲ 서해안 피해지역 주민이 1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자택(왼쪽)과 삼성리움미술관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사진=권희진 기자)
피해 주민들은 “사고 후 생활고에 시달리다 자살한 피해주민이 4명이다. 어민 생존권을 침해당했지만 도의적 책임은 지지 않고 매번 말로만 미루는 상황이다. 완전한 피해보상과 지역경제 회생을 견인할 대규모 투자사업 등 책임 있는 대안제시가 필요하다”며 “1000억원은 수용할 수 없고 5000억원은 출연해야 한다”며 삼성측의 무성의한 태도를 비난하고 있다.

지역개발기금은 피해 배상 및 보상과는 별도로 생태계 등 해양복원 활동과 사회공헌활동에 투입하게 되는 데 삼성측이 ‘기금 증액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주민들과의 합의까지는 상당한 진통과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피해민총연합회가 삼성측에 5000억 출자를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삼성측이 사고 당시 자체 조사해 밝힌 것보다 피해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당초 피해상황은 충남 태안반도 일대가 타르로 오염된 정도였지만, 차츰 호남 지역 해안 전체로까지 피해가 커지면서 충남 및 전라도 지역 10개 시군으로 피해가 확대된 상태다.

▲ 삼성 항의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서해안유류피해민총연합회 국응복 회장 (사진=권희진 기자)
전문가들은 태안 지역만 하더라도 1천억원으로는 해역 복원이 불가능한 상태며, 피해규모가 크게 늘었기 때문에 증액 없이는 서해안 해양환경 복원이 힘들다고 보고 있다.

시위현장에서 만난 피해민총연합회 국응복 회장은 “2007년 12월 7일 태안앞바다에서 발생한 대재앙(기름유출사고)은 삼성중공업 크레인선이 당시 기상 상황을 무시하고 무모한 항해를 강행하다 허베이스피리트호와 충돌해 발생한 것으로 삼성측의 잘못이 가장 크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이라며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는 상황 속에서 서해안유류사고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혀져가는 안타까운 상황이다”며 하소연했다.

국 회장은 또 “피해민들은 우리 삶의 터전인 바다를 살리기 위해 고통의 나날을 보내면서도, 초일류 기업 삼성이 최소한의 도덕적 사회적 책임을 질 것으로 알고 참고 참아 왔다”며 “삼성과 이건희 회장은 모든 책임을 삼성중공업에만 돌린 채 지난 4년간 책임을 회피하며 시간을 끌어왔다”며 삼성의 도덕성을 맹비난했다.

국 회장은 지난 10월 24일부터 개인 사비를 들여 모텔과 찜질방을 전전하며 삼성 타운과 이건희 회장 자택 등 5곳에서 서해안 10개 피해지역 주민들과 함께 릴레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피해민들은 오는 7일 서해안유류사고 4주년을 맞아 서울 삼성 본사와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2만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여는 등 강도 높은 단체행동을 벌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충남만 1조3천억 피해…보상금 지급 고작 391억

한편 충남도 서해안유류사고지원본부 등에 따르면 10월말 기준으로 전국의 기름 유출 피해배상 청구건수는 12만7000건(2조6052억1400만원)으로 이 중 충남은 7만2872건(1조2849억5100만원)에 달한다.

충남의 경우, 총 피해건수 7만3천여건 중 사정건수는 4만5천524건이고 현재까지 인정된 건수는 2만783건(546억9천700만원)에 불과하다. 현재까지 보상금 지급건수와 액수는 1만4천781건, 금액은 고작 391억6천100만원에 그쳤다.

충남도의회 의원들은 “삼성측이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피해주민들과 원만한 합의를 통해 현실적인 지역발전기금을 내놓아야 한다”며 “충남도 차원에서도 현실적인 개발기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계속 삼성 측에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와 관련,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지역개발기금 1천억은 주민들이 합의해 준다면 언제라도 집행이 가능하지만 회사 내부 경영사정 등을 고려할 때 증액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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