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던 놀부, 왜 팔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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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놀부, 왜 팔았을까…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1.12.02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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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에게 물려주려니 못미더워서? 김순진 회장 모녀 향후 행보 눈길

[매일일보=박동준 기자] 놀부보쌈‧놀부부대찌개 등으로 유명한 국내 프랜차이즈 업계 1위 놀부NBG(이하 놀부)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매각됐다.

이번 매각은 관련 업계에서도 전혀 사전 정보를 알지 못했을 정도로 급작스럽게 진행됐다. 거기에 외국계 사모펀드가 처음으로 인수를 하는 등 이번 M&A는 이례적인 사항이 많다. 이 때문에 매각 배경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과 뒷말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 초 놀부는 모건스탠리 프라이빗 에쿼티 아시아(이하 모건스탠리PE)와 놀부 지분에 대해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놀부측은 지분 양도 규모와 금액에 대해서는 계약서 상 비밀유지 조항을 이유로 비공개했다.

천문학적 현금, 뭐에 쓰지?

관련 업계에서는 매각금액이 1200억원 내외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각될 지분 규모는 지분 전량을, 순차적으로 넘기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놀부는 현재 놀부보쌈을 비롯해 놀부 부대찌개, 놀부 항아리갈비, 놀부 유황오리진흙구이, 중국음식 차룽, 한정식 브랜드 수라온 등 다양한 브랜드로 국내외에서 7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매장규모 만큼 실적 역시 탄탄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연간 매출액 1112억원, 영업이익 80억원, 당기순이익 36억원을 기록했다.

놀부는 창업주인 김순진 회장이 전체의 90.44% 지분을 소유하고 있으며 나머지 9.65%는 외동딸인 정지연 부사장이 가지고 있다.

이번 매각을 통해 두 모녀는 엄청난 현금을 손에 쥐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놀부의 납입자본금은 11억원으로 업계 추산의 매각금액과 단순 비교해도 1000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남기게 됐다.

놀부 “한식 글로벌화를 위한 선택”

이번 M&A 배경에 대한 놀부 측의 공식 입장은 ‘회사의 성장을 위한 선택’이다.

놀부 관계자는 1일 “모건스탠리가 한식의 프랜차이즈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투자 기업을 물색했다”며 “놀부 역시 글로벌 한식 프랜차이즈로 발돋움하기 위해 파트너를 찾는 과정에서 양자간 이해관계가 맞아 이번 거래가 성사됐다”고 밝혔다.

앞서 농림수산식품부는 ‘한식 세계화’를 위해 올해에만 311억원에 달하는 예산을 책정한 바 있다. 지난 10월 미국 뉴욕에 세우려던 ‘플래그십 한식당’ 프로젝트가 민간업체 유치 실패로 무산되면서 김이 새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식 세계화’는 범정부적 사업의 하나로 꼽힌다.

김 회장 역시 한 인터뷰에서 “그동안 ‘한식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면서 투자 대비 효율성이 크지 않다는 한계를 느꼈다”며 “이에 글로벌 네트워크와 막강한 자금력을 가진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보고 (지분 매각을) 결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매각 둘러싼 갖가지 추측들

놀부 측과 김순진 회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번 매각 이유에 대해 업계 주변에서는 여러 가지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 지난 2008년 김순진 놀부NBG 회장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았을 때 모습. 우측부터 김순진 놀부NBG 회장, 정지연 놀부NBG 부사장.
특히 일각에서는 김순진 회장이 정지연 부사장과 함께 매각대금을 밑천으로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추측이 나오고 있다. 정 부사장에게 놀부를 믿고 맡기기에는 그간 보여준 경영성적이 신통치 않았다는 것이 근거이다.

정 부사장은 미국 유학을 마친 뒤 경영에 참여해 신규 브랜드를 2~3개 런칭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김 회장이 놀부 매각 후 경영에 전면적으로 참여를 하지 않고 조언자 역할로만 그친 뒤 정 부사장과 함께 신규 사업을 모색 중이라는 해석이다.

이와 관련해 놀부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1~2년 뒤에는 그런 생각은 하실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이번 거래로 김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은퇴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이사직만 내려놓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이 관계자는 “모건스탠리에서 추가로 대표이사만 임명돼 김 회장과 상호 협의 하에 경영할 것이므로 경영진의 대폭 교체는 없을 것”이라며, “김 회장의 경영 활동과 회장직함은 그대로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놀부의 이번 지분매각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하이마트가 지분과 창업주 경영권의 분리 문제로 내홍을 겪고 있다는 점.

하이마트는 외국계 사모펀드가 유진그룹에 매각한 뒤 기존 경영진과 유진그룹과의 분쟁으로 진통을 겪었고, 결국 이 분쟁은 1일 유진그룹과 기존 경영진의 지분 전량매각이란 돌이킬 수 없는 결론과 함께 상처를 입고 끝났다.

놀부 역시 지금 당장 1~2년은 아니더라도 추후 사모펀드가 이익을 챙겨 떠난 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오늘의 하이마트가 놀부의 미래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론스타나 맥쿼리 등 외국계 사모펀드의 ‘먹튀’ 논란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상황이라 놀부의 이번 지분 매각에 대해서도 ‘국부유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회사 합병 목적이 수익추구에 초점이 맞춰진 사모펀드의 특성상 놀부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재매각한다는 견해가 업계 내에서 지배적인 것이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모투자전문회사에 매각된 만큼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상승시킨 뒤 재매각에 나설 수 있다”며 “모건스탠리가 놀부를 선택한 이유도 놀부가 프랜차이즈 업체 중 IPO 조건에 가장 근접했기 때문”으로 예측했다.

이에 대해 놀부 관계자는 “그런 우려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모건스탠리가 1~2년 내에 수익실현을 위해 놀부를 재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모건스탠리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은 놀부를 세계시장에 진출‧정착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회사도 성장할 것”이라고 불안감보다는 희망 쪽에 무게를 싣고 싶은 내색을 애써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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