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스카이캐슬 열풍 그 뒤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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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정 큐레이터의 #위드아트] 스카이캐슬 열풍 그 뒤에는
  • 송병형 기자
  • 승인 2019.01.24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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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에이전시 더 트리니티 박소정 대표

지난 연말 용인에 위치한 프리미엄 타운하우스 분양 과정에서 입주민들을 위한 프리미엄 아트서비스에 대한 컨설팅 요청 의뢰를 받았다. 타운하우스 단지 내 주민들의 편의시설 및 라운지 역할을 하는 커뮤니티센터 내 복도에 별도의 전시공간을 만들고, 로비에도 인테리어 콘셉트 및 가구와 어우러지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작업이었다.

그 공간은 현재 종영을 앞두고 인기 절정을 구가하고 있는 JTBC 드라마 ‘스카이캐슬’의 실제 촬영지가 되었고, 이후 드라마를 통해 노출된 미술품이나 공간 컨설팅에 대한 문의가 늘었다. 드라마는 대한민국 상위 0.1%의 상류층이 모여 사는 삶과 욕망을 다루고 있다. 그래선지 배우들의 패션만이 아니라 드라마 속 실제 촬영지의 으리으리한 공간까지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이를 의식했는지 흰 벽에 아무 액자나 걸어 공간을 채우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 반가웠다. 카메라 속 배경에 불과할 뿐인데도 시놉시스나 기본 대본까지 공유해 인테리어 작업에 참고한다고 한다. 등장 배역의 캐릭터와 인테리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집 내부는 거주자의 가장 사적인 공간이다. 그러니 내부 공간을 꾸미기에 따라서 주인공의 성격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다. 예술작품은 특히 그렇다. 주인공의 취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게 드라마를 통해 대중에게 각인된 작품은 해당 작가의 작품을 이미 구입한 고객에게 ‘내가 좋은 작품을 잘 구입했다’는 일종의 고객서비스 역할도 한다. 다양한 홍보 채널이 필요한 작가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필자에게도 마찬가지다. 가장 알맞은 예술품을 선택해 공간을 채우는 작업은 그 자체로 드라마틱하다.

하지만 여전히 불편한 현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술가에 대한 존중과 작품에 대한 이해, 예술가와 공간 사이를 소통하며 최선의 결과를 이뤄내는 기획자의 역할에 대한 인식은 아직 부족하기만 하다.

좀 더 솔직히 말하자면, 아직도 우리 현실은 진정한 예술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조금 더 좋지 않나’라는 천박한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리미엄 아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작가와의 아트 프로그램 진행을 의뢰 해놓고, 막상 현장에서는 VIP 고객 눈치를 보며 분양 영업이 중요하니 작가와의 프로그램은 무작정 대기하고 있으라는 식으로 예술가를 모독하는 일이 버젓이 벌어진다. 예술품은 샘플이나 전시용 상품이 아니다. ‘한 번 놓고 써보세요’라고 해도 되는 소모품이나 액세서리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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