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家 ‘형제경영’ 부활…오너 3,4세 전면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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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家 ‘형제경영’ 부활…오너 3,4세 전면배치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8.01.08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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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남 박용성-4남 용현-5남 용만 형제 삼각 구도 굳어져...박용곤 명예회장 장·차남 나란히 승진, 경영 승계 발판 마련

‘M&A 맨’ 박용만 회장, 그룹 중심 축으로 급부상
4세들 최고위 경영진 속속 합류, 승계 작업 활발
 

[매일일보닷컴]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형제경영’이 빠른 속도로 부활하고 있다. 최근 단행된 인사에서 오너 3,4세들의 두드러진 승진이 이를 말해주고 있다.

두산은 구랍 30일자 정기인사를 통해 박용만(52)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고 박정원(45) 두산건설 부회장에게 (주)두산 부회장을 겸직토록 했으며 박지원(42) 두산중공업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번 인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박 회장이 그룹 경영 전면으로 부상했다는 점. 재계에서는 ‘형제의 난’ 이후 대외적으로 물러난 박용곤 명예회장과 박용성 회장 등 오너 3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단 박 회장 측에 무게를 실어줬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런가하면 4세들의 급부상 또한 눈여겨볼만 하다. 박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정원· 지원 형제가 최고위 경영진에 속속 합류하면서 오너 4세들의 경영활동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책임경영과 전문경영인들의 조화를 통해 그룹 역량을 더욱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30일 단행된 사장단 인사에서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  배경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다. (주)두산 등기이사, 두산중공업 부회장직까지 맡고 있는 박 회장은 이번 인사로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박용만 회장, 3세 형제 경영 바톤 이어받나

▲ 박용만 회장
그룹 내에서 ‘M&A 맨’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박 회장은 지난해 세계 최대 건설장비업체 ‘밥 캣’을 49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경영능력을 발휘해왔다. 이번 승진 또한 박 회장의 성공적인 M&A 공을 인정받아 이뤄졌다는 것이 두산 측의 설명이다.

글로벌 그룹으로의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두산은 현재 박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내 10여명의 M&A 팀을 꾸려 먹잇감이 될 대상을 찾느라 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우리는 지금도 새로운 매물에 대한 스터디를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산은 이에 따라 회장 직속기관으로 M&A 전담팀이 꾸려져 있고 컨설턴트, 회계사, 변호사 등 M&A 전문 인력까지 갖추고 있다. 재계는 두산 측이 글로벌 역량 강화에 올인하고 있는 만큼 M&A를 담당해 온 박 회장이 그룹 중심 축으로 부상한 것에 대해 당연한 수순이라는 반응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지난 2005년 ‘형제의 난’ 이후 경영 전면에서 물러나는 듯 보였던 오너 일가의 경영체제가 다시금 확고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두산은 ‘형제의 난’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오너 3세들이 회장직을 사임할 당시 ‘투명경영’, ‘전문경영’을 외치며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박용곤 명예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 박용만 당시 두산인프라코어 부회장 등은 ‘현장지휘’에서 한 발 물러났고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경영인들이 속속 자리를 채워 나갔다.

그러나 지난해 3월 박용성 회장과 박용만 부회장이 각각 두산중공업 이사회 의장으로, 두산중공업과 (주)두산 사내이사로 경영일선에 복귀했고, 그동안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던 오너 3세인 박용현 연강재단 이사장도 두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돼 박용오 전 회장을 제외한 두산 오너 3세들이 주요 계열사 경영 전면에 재등장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 복귀에 대해 당시 두산 측은 “경영에 관여하는 차원이 아닌, 대주주로서의 최소한의 권리”라고 설명했지만 재계와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쓴소리’가 강하게 터져 나왔다. 애초부터 일시적인 퇴장이었다고는 하지만, 특별사면으로 형 집행이 정지된 지 불과 1달여 만에 그룹에 복귀하면서 ‘형제의 난’ 이전체제로 완벽히 돌아간 것은 지나치게 성급했다는 지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두산이 또 다시 박용만 부회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자 형제경영이 부활하고 있다는 얘기가 강하게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면에 나서진 않고 있지만 여전히 그룹 내 영향력을 갖고 있는 박용곤 명예회장을 선두로, 3남 박용성 회장 두산중공업 회장, 4남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 5남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삼각 축이 굳어지고 있다.

재계 일부에서는 박용성 회장이 조만간 (주)두산으로 복귀할 가능성마저 조심스럽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박정원 부회장, 두산 장자상속 전통 이을까

한편 이번 인사를 통해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차남인 정원·지원 형제가 나란히 지주회사 부회장과 주력 기업 사장에 포진하면서 4세로의 경영 승계 작업 또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 4세 8명 가운데 현재 경영일선에 나선 형제들은 박정원 (주)두산 부회장을 비롯해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의 장남인 박진원 두산인프라코어 상무, 박용현 두산건설 회장의 장남인 박태원 상무 등이 있다.

박용성, 용현, 용만 등 오너 3세들이 아직 경영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4세의 승진은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및 이들의 그룹 내 책임경영 실현에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 박정원 부회장
재계는 특히 박정원 부회장을 주목하고 있다. 두산은 박승직 창업주에서 박두병 초대회장, 박용곤 명예회장으로 넘어오며 장자상속의 원칙이 지켜져 왔기 때문에 박 부회장이 이를 계승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박 부회장이 향후 지주회사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주)두산의 부회장을 맡게 된 점 또한 경영권 승계의 수순이라는 풀이를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박 부회장은 지난 85년 두산산업에 입사해 동양맥주 동경지사, 일본 기린맥주, OB맥주, (주) 두산 대표이사 사장 등을 지냈다. 박 부회장의 동생인 박지원 두산중공업 사장은 88년 동양맥주에 입사해 두산중공업 부사장을 역임했다.  

4세 가운데 남은 6명 또한 그룹 각 계열사에서 빠른 속도로 임원급에 올라서고 있고, 현재 미국 유학중인 박용만 회장의 자제가 합류하면 오너 4세로의 경영권 승계 윤곽이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재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전문경영인의 승진 역시 눈에 띈다. 두산인프라코어 최승철 사장은 부회장으로, (주) 두산의 이재경 사장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와 함께 두산중공업 이남두 사장 또한 부회장으로 올라섰고, 서동수 EPC사업총괄 부사장은 발전BG(비즈니스그룹)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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