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제 살 깎아먹기’라던 발포주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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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제 살 깎아먹기’라던 발포주 시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 김아라 기자
  • 승인 2019.01.1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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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트진로 ‘필라이트’ 출시 당시 ‘맥주시장 교란 행위’라며 비난
필라이트, ‘12캔 1만원’ 무기로 시장 확장하자 뒤늦게 ‘필굿’ 출시
국내 발포주 시장 확대·수입맥주 공세에 고육책으로 시장 가세
오비맥주의 발포주 필굿. 사진=오비맥주 제공.

[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오비맥주가 ‘제 살 깎아먹기’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발포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필라이트’를 출시할 당시 ‘맥주시장을 교란하는 행위’라면서 비판한 바 있어 오비맥주가 출시한 발포주와 앞으로의 발포주 시장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발포주 신제품 ‘필굿(FiLGOOD·사진)’을 출시하고 재미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20대 젊은 소비층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필굿은 오비맥주 이천 공장에서 355㎖·500㎖ 캔 2종으로 생산되며, 다음 달 중순부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355㎖ 캔의 경우 대형마트에서 ‘12캔에 1만 원’에 구매 가능하다.

필굿은 시원하고 상쾌한 아로마 홉과 감미로운 크리스탈 몰트를 사용해 맛의 품격과 깊이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사전 소비자 조사에서도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가벼운 목 넘김’, ‘깔끔한 끝 맛’, ‘마시기에 편안한 느낌’ 등의 측면에서 높은 선호도를 얻었다. 알코올 도수는 4.5도다.

소비자들이 맥주와 혼동하지 않도록 제품 패키지 전면에 ‘Happoshu(발포주 영어 표기)’라는 문구를 표기한 것도 눈에 띄는 특징이다. 제품명과 패키지 디자인에는 작은 물건 하나에서도 자신만의 재미와 행복을 추구하는 요즘 젊은 층의 ‘소확행’ 트렌드를 반영했다.

이처럼 오비맥주가 효자 브랜드인 ‘카스’와의 직·간접적인 수요 겹침이 있을 수 있고 이미 하이트진로가 발포주 시장에 성공을 안착한 상태에서 뒤늦게 발포주 시장에 눈을 돌린 것은 가성비가 일반 맥주보다 월등한데다 최근 일부 가정용 시장에서 필라이트 판매량이 카스 판매량을 앞지를 만큼 발포주 시장의 잠재적 성장 가능성이 높아 위협을 느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하이트진로가 2017년 4월 ‘12캔에 1만 원’이라는 가격을 내세워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는 출시 1년 만에 2억 캔의 판매량을 돌파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4월 ‘필라이트 후레쉬’까지 선보였고 두 제품은 1년 반 사이 4억 캔(350㎖) 이상 팔렸다. 하이트진로의 부진한 맥주 부분을 구원해주고 있는 것이다.

또 수입맥주와 주세 형평성을 맞추기 위한 ‘주세법 개정’이 무산되면서 수입맥주 공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포주 시장에 뛰어든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수입맥주에 밀려 국산 맥주 점유율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 3사 맥주의 시장점유율은 2013년 95.1%에서 2017년 82.8%까지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수입 맥주 점유율은 4.9%에서 16.7%로 3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국산 맥주시장에서 오비맥주의 카스가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타격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오비맥주의 발포주 출시에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는 발포주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히려 국산 맥주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고 제기하고 있다. 발포주 자체가 수입맥주와 경쟁보다는 국산 맥주와 경쟁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 5월 하이트진로는 출시 1년을 맞은 신제품 ‘필라이트 후레쉬’를 출시하면서 카스를 겨냥했다. 다시 말하면 오비맥주가 필굿을 출시함으로써 카스가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카스가 유흥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지만 가정용 시장에서는 수입맥주에 이어 발포주에 시장을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이미 시장을 선점한 필라이트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의문을 보이고도 있어, 향후 발포주 시장과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경쟁 구도의 관심이 더욱 주목되는 바다.

담당업무 : 항공, 조선, 해운, 기계중공업, 방산, 물류, 자동차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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