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 공장·연구소 와달라"…文대통령 "투자하면 언제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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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 공장·연구소 와달라"…文대통령 "투자하면 언제든“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1.15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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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9명 기업인 미세먼지 속 25분간 청와대 경내 산책 / 주요 화두는 반도체, 바이오, 미세먼지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를 마친 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을 비롯한 기업인들과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한 간담회를 마친 후 일부 기업인들과 함께 청와대 경내를 산책했다. 산책은 영빈관-본관-소나무길-소정원-녹지원 코스로 25분가량 이뤄졌으며, 재계총수들이 함께한 만큼 반도체·바이오 등 다양한 현안이 대화 주제로 올랐다. 산책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등이 함께 했다.

▮반도체 경기 질문에...이재용 “이제 진짜 실력 나오는 것”

문 대통령은 커피를 담은 텀블러를 들고 산책에 나섰으며, 경제계의 최대 화두 중 하나인 반도체 실적 하락에 대해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라고 질문했고,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거다”라고 답했다. 반도체 초호황이 끝나면서 메모리에 편중된 반도체 사업 흑자가 큰 폭으로 줄고 삼성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도 크게 감소했지만, 세계 1위 반도체기업인만큼 경쟁력으로 위기를 넘길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보인다. 이러한 이 부회장의 답변에 옆에 있던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 제일 무섭다”고 농담했다.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시스템반도체를 언급하며 “반도체 비메모리쪽으로는 진출이 어떻냐”고 질문을 던졌다. 이에 이 부회장은 “결국 집중과 선택의 문제다. 기업이 성장을 하려면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며 확대 방침을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달라”는 이 부회장의 제안에 흔쾌히 수락의 뜻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들면 언제든지 간다”고 답했다.

▮서정진 “삼성과 함께하면 몇백조는 가져온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도 함께한 만큼 바이오산업도 산책의 또 다른 화두였다. 서 회장은 “세계 바이오시장이 1500조 원이다. 이 가운데 한국이 10조 원정도밖에 못한다”면서 “삼성 등이 같이하면 몇 백조는 가져올 수 있다. 외국 기업들은 한국을 바이오산업의 전진기지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공계 학생들 가운데 우수한 인재가 모두 의대 약대로 몰려가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제는 바이오 의약산업 분야의 훌륭한 자원이 될 수 있겠다”고 했다. 서 회장은 “외국 기업이 한국과 같이 일을 하려고 하는 것은 일하는 스타일 때문이다. 대통령께서 주 52시간 정책을 해도 우리 연구원들은 짐을 싸들고 집에 가서 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앞서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시느냐”는 서 회장의 질문을 받고 “못하는 거죠. 그냥 포기한거죠”라고 답해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이에 서 회장은 “대통령 건강을 위해서라면 저희가 계속 약을 대드릴 수 있다”면서도 “그런데 전문가들은 부작용 때문에 약을 잘 안 먹는다. 수면제도 부작용이 있다. 가장 좋은 수면제는 졸릴 때까지 일하는 것”이라고 농담했다.

▮미세먼지 속 산책에 ‘미세먼지연구소’ 화두로

한편 이날 산책은 서울 시내 등 수도권의 미세먼지가 심각한 가운데 이뤄졌다. 이번 산책이 미세먼지로 취소될 수 있다는 말도 나온 만큼 대화 주제로 미세먼지가 떠올랐다.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은 “삼성·LG는 미세먼지 연구소가 있지 않느냐”고 물었고, 이에 이 부회장은 “공부를 더해서 말씀드리겠다.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때문에 연구소를 세웠다”고 했다. 그러면서 구 회장을 향해 “미세먼지연구소는 LG가 먼저 시작하지 않았나”라고 물었고, 구 회장은 “그렇다. 공기청정기 등을 연구하느라 만들었다”고 답했다.

특히 이번 산책에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도 산책 명단에 포함됐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요즘 현대그룹은 희망 고문을 받고 있죠. 뭔가 열릴 듯 열릴 듯하면서 열리지 않고 있는, 하지만 결국은 잘될 것”이라며 격려했다. 남북관계 개선을 염두에 둠과 동시에 일종의 ‘기 살려주기’로도 보인다. 문 대통령은 산책을 마치고 현 회장과 악수를 나누면서도 “속도를 내겠습니다”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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