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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EU 세이프가드 ‘임박’… 정부 대응, 미국 세탁기 규제와는 달라야

[매일일보 강기성 기자] 2017년 1월 보호무역주의 공약을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무역확장법 232조항을 꺼내들었다.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수입을 제재한다는 의미다. 트럼프 행정부는 철강 등 다양한 산업에 대해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각국은 WTO 협정에 따라 미국에 보복 관세를 매겼다. 중국은 이를 계기로 무역분쟁에 돌입했고, 캐나다와 터키, 러시아 등도 맞대응 세이프가드 조치를 결정했다.

무역확장법에 따라 우리나라 철강 수출은 70% 쿼터제로 쉼표를 찍었지만, 캐나다 멕시코 그리고 EU(유럽연합)에는 25%의 고관세가 부과됐다. 이에 EU는 미국의 철강수입 제한 조치로 글로벌 과잉 물량이 쏟아져 들어올 것을 우려해 지난해 세이프가드 조사를 개시했다. 내달 2일 시행되는 철강 분야에 대한 EU 세이프가드에서 우리나라는 5% 비중 이상의 수입국으로 분류됐다.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우리나라도 빗겨가지 않는다.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상대로 낸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가 대표적이다. 미국 월풀은 국제무역위원회에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사 청원서를 제출했고, 트럼프는 이를 2018년 2월 7일에 발효했다. 국제무역위원회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한국을 제외할 것을 권고했으나, 트럼프는 캐나다산만 제외하도록 했다.

한국은 미국의 세탁기 세이프가드 조치에 대해 WTO 협정에 따라 보상을 요청했으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로 수입되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양허정지(축소하거나 없앤 관세를 다시 부과)를 WTO 이사회에 통보했고, 정당한 판결을 받아낸 뒤 분쟁해결 절차에 들어갔으나 현재 종결 여부마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수출국 입장에서 미국을 상대로 국제적 보호망은 통하지 않았다. 미국 철강 고관세와 관련해 철강수출국이 WTO 협정에 따라 보복관세를 매긴다고 한들 미리 계산이 서 있는 쪽에서는 아쉬울 게 없는 게 사실이다.

삼성과 LG 세탁기 세이프가드의 전례를 비춰볼 때 이번 EU 철강 세이프가드에 대한 우려가 남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 12일 WTO협정에 따라 EU와 우리 정부간 양자협의 자리가 있었다. EU는 미국의 철강 관세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부득이하게 세이프가드를 했지만, 기존 무역 흐름을 최대한 반영하고자 노력했으며 향후 무역이 원활하지 않은 부분은 쿼터(할당) 조정 등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답변을 전해왔다. 구체적인 사항이나 애초 정부의 계산보다 진전된 결과는 없었다.

이번 EU의 철강 세이프가드란 실리적으로는 미국에서 입은 피해를 다른 수출대상국에게 돌리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현재와 같은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서 향후 EU의 상황이 꼬인다면, 세이프가드라는 조항이 향후 국내 철강 신산업의 발전을 붙잡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WTO 협약만으로 철강 산업을 지켜줄 수 있을런지 의문이다. 정부의 향후 세이프가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와 진전이 필요하다.

 

강기성 기자  come2kks@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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