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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치매보험, 소비자 곡소리 줄이려면

[매일일보 박한나 기자] ‘모로 가나 기어가나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수단과 방법이야 어떻든 결과만 이루면 합리화된다는 뜻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치매보험 출시를 보면 새삼 떠오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치매보험 시장이 신시장으로 떠오르며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지만 소비자가 반드시 알아야 하는 중요한 내용은 정작 함구돼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치매보험은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기존 치매보험은 대부분 발병률이 2%대에 불과한 중증치매만 보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치매환자는 80세 이상이 60%를 차지하지만 80세 이전만 보장한 약관이 대부분이었다. 실제 2017년 기준 치매보험금 지급건수는 752만6000건 중 2860건으로 0.04% 수준이다.

소비자로서는 최경도, 경도, 중등도, 중증 치매 등 치매 분류에 관계없이 치매라면 보험금을 받는 줄 알고 보험에 가입했지만 실제 중증치매 외에는 보장을 받을 수 없었던 것이다. 최근에는 경도 치매까지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 보장 나이도 늘린 상품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이 문제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치매보험의 단면은 여전히 소비자들에게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채 판매되고 있다.

예컨대 ‘경도이상 치매’는 치매로 진단확정을 받고 ‘인지기능의 장애’가 발생한 경우다. 약관에는 인지기능의 장애를 CDR척도 검사결과가 1점 이상에 해당되고 그 상태가 발생한 시점으로부터 90일이상 계속되어 더 이상 호전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라고 명시돼 있다. 치매 상태가 지속되지 않고 호전과 악화를 반복한다면 진단금을 받기 어려운 것이다. 특히 중등도 치매(CDR 2점)는 치매 환자가 검사를 시행하는 의사인 사람을 못 알아보는 정도여서 진단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무엇보다 보험사마다 약관에서 정하는 치매의 정의와 진단확정 기준이 다르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제7차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를 살펴보면 치매와 관련된 진단코드만 30개다. 알츠하이머병에서의 치매(F00), 급성 발병의 혈관성 치매(F011), 파킨슨병에서의 치매(F02.3), 행동변이전두측두치매(G3100), 루이소체치매(G3182) 등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의료계 종사자가 아니고서야 질병코드의 중요성을 인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반면 보험사는 약관에서 정한 질병코드를 기준으로 보험금을 지급하기 때문에 질병코드가 보험금 지급의 기준이다. 약관에 기재된 분류번호에 해당하는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면 보험료를 20년 꾸준히 내도 보장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보험소비자의 곡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는 이유다.

치매보험이 시장에 제대로 안착하기까지는 적어도 10년이 걸린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보험사와 보험설계사들은 판매 실적에 몰두하기보다는 장기적인 시각으로 성공적인 시장 안착을 위해 스스로 자정 노력해야 한다. 치매보험이 제2의 자살보험금, 암보험 사태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은 없다. 보험사의 설명의무를 강화하든, 소비자에게 보험 약관을 의무교육하든 보험업의 신뢰를 높이는 방안에 적극 힘을 모아야 한다.

박한나 기자  liberty0127@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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