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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후약방문식 최저임금 정책에 국민은 병든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최저임금의 급속한 인상(2018년 16.4%, 2019년 10.9%)으로 인한 부작용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는 가운데,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완화시키기 위한 각종 정책이 정부와 국회에서 한꺼번에 쏟아지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부작용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아파트 경비, 아르바이트생 등 최저임금과 연관된 직업군부터 실업의 위험에 취했고, 소득격차는 심해졌다. 실제 지난해 3분기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최저임금 인상 이후 소득5분위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으며, 특히 소득 빈부격차를 볼 수 있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52로, 2007년 이후 11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청와대와 국회는 사전에 최저임금 속도조절 작업은 소홀히 한 채 논란이 커진 후에야 보완책을 내놓는, 이른바 '사후약방문식', '꼼수식' 대책만 쏟아내고 있다. 일례로 지난 5월 정부는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에 포함해 최저임금법을 개정했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은 근로자가 매달 받는 상여금 중 최저임금의 25%를 초과하는 금액과 식비·숙박비·교통비 등 현금으로 지급되는 복리후생비 가운데 최저임금의 7%를 초과하는 금액을 최저임금에 포함하는 내용이다. 당시 노동계는 이러한 법률개정이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희석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야당의 공세, 경제지표 및 여론 악화를 인지한 듯 '최저임금의 속도조절론'을 공식화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허공에 뿌린 속도조절론은 2019년 최저임금의 두자리수 상승을 막지는 못했다. 지난 7월 노사정 위원들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는 사용자 측 위원이 빠진 채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만 출석한 채로 최저임금을 8350원으로 단독 결정했다. 물론 문 대통령의 1만원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해 15.2% 정도(2019년 8690원)는 올려야 했지만, 주휴수당까지 합하면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 최저임금은 이미 1만원을 넘어섰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후 정부는 지난 7일 최저임금 상한선·하한성 결정 기준에 경제적 상황을 추가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이에 따르면 현 최저임금위원회는 현재의 단일결정 구조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구간설정위원회(경제 상황 고려해 인상 구간 정함)와 노·사·공익위원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최저임금 최종 결정)로 이원화된다. 사실상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정부의 대책으로 평가되지만, 이미 늦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전날 자유한국당은 경제계 인사들을 국회로 불러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차등 지급 및 최저임금에서 주휴수당을 빼는 안을 당론으로 지정하겠다고 했다. 국회가 최저임금 상승을 막지 못하니 어쩌면 더 큰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정책이 쏟아지는 셈이다.  

박규리 기자  love9361@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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