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총여학생회, ‘미투 운동’에도 34년만에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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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여학생회, ‘미투 운동’에도 34년만에 폐지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9.01.0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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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 신장으로 존재 이유 ‘무색’
취업난 등으로 학내 관심 하락 영향도
지난해 10월 성균관대학교 경영관 앞에서 열린 '성균관대 총여학생회 폐지 총투표 보이콧선언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대학가에 캠퍼스 미투 운동과 학내 성범죄 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서울지역 대학에서 여학생의 인권을 대변하는 총여학생회가 사라지고 있다. 지난 1984년 서울대와 고려대에서 처음으로 총여학생회가 생긴 이후 34만에 폐지 일로에 들어선 것이다.

7일 대학가에 따르면 건국대, 중앙대, 홍익대, 숭실대, 동국대, 성균관대 등에서 총여학생회가 폐지됐다. 서울 소재 대학 중 유일하게 총여학생회를 유지해온 연세대의 경우 학생 총투표 결과 투표율 54.88%에 폐지 찬성 78.92%(학생 1만763명 찬성)가 나와 총여를 폐지하고 학생회칙에서 관련 규정을 전부 삭제해 후속 기구로 ‘성폭력담당위원회’를 신설했다.

동국대 역시 지난해 11월 2015년부터 2년간 회장 공석으로 제대로 활동하지 않은 총여학생회를 학생 총투표를 실시해 폐지했다. 성균관대도 같은해 9월 유효표 4747표 중 찬성 4031표(83%)로 총여 폐지가 압도적으로 가결되기도 했다.

건국대·홍익대는 지난 2013~2014년 폐지했고 중앙대 서울캠퍼스의 경우 2014년 독립 기구인 총여학생회를 총학생회 산하 기구로, 숭실대는 2015년 전체 학생 대표자회의에서 총여학생회 폐지를 결정했다.

총여학생회가 폐지가 된 가장 큰 이유는 존재 근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과거 대학 캠퍼스 내에서 여학생이 적어 보호가 필요했지만 이제는 총여학생회가 존재하지 않아도 학내 성평등이 이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남학생들이 내는 총학생회비로 총여학생회가 운영되면서 의사 결정과정에 남학생이 배제되기도 해 민주적 절차에 어긋난다는 비민주성도 지적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촉발된 ‘미투 운동’ 등으로 인한 대규모 여성 시위가 총여학생회 폐지 움직임을 촉발시킨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또 취업난 등으로 인해 대학생들의 교내 활동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지면서 총학생회는 물론 총여학생회에도 관심 조차 없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힘을 잃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총여학생회 폐지 이후 다양한 방법으로 여성 인권을 모색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성균관대 성평등 어디로 가나의 경우 학내 다른 모임과 연대해 소수자 인권 축제를 개최하는 등 학내 활동을 하고 있으며 고려대 역시 여학생위원회, 소수자인권위원회 등이 연대해 학내 성범죄에 대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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