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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IMF, 금융위기 그리고 2019년

[매일일보 이근형 기자]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2002년 1월 모 카드사의 광고 카피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그 해 유행어가 됐고 각종 패러디가 잇달아 등장했다. 각종 광고상도 휩쓸었다. 이 광고는 IMF(국제통화기금) 체제에서 갓 벗어난 대한민국 국민의 텅 빈 가슴을 정확히 찔렀다.

대한민국은 1998년 12월 IMF로부터 금융지원을 받아 가까스로 국가부도를 면했다. 그리고 2001년 8월 일정보다 3년 빠르게 마지막 차입금을 상환하면서 IMF 체제에서 탈출했다.  또 한번 한국의 기적을 만들었다.

대신 IMF 체제는 한국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라졌고, 비정규직과 청년실업 등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사회불안 요인의 씨앗을 잉태했다. ‘삶의 가치=부(富)’라는 공식도 이때 확고히 자리 잡았다. “부자 되세요”라는 광고가 대유행한 것도 이 때문일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IMF 체제라는 위기에서 좌절 대신 기회를 찾았다. 부실 덩어리 기업들은 쓰러졌지만 대신 글로벌 기업들이 탄생했다. 세계 1위의 IT 기업 삼성전자와 톱5에 든 현대기아차는 상처를 딛고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1999년 국민의 정부에서 실업난 해소를 위해 추진한 국가정보화와 초고속인터넷 사업 덕분에 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IT 강국으로 올라섰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은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로만 6000억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세계 6위의 무역 대국으로 도약했다. 위기 앞에 무릎 꿇지 않고 도전한 한국 경제인들의 힘이다.

2019년 기해년이 밝았다. 육십갑자 만에 돌아온 ‘황금 돼지의 해’다. 부의 상징 돼지띠이니 만큼 “모두, 부자 되세요”라는 바람을 다시 꺼내볼 만하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한국경제는 위기 상황이라고 한다. IMF로부터 20년. 묶어 뒀던 시한폭탄의 시건 장치가 12시에 더 가까워졌다. 몇 분밖에 여유가 없다.

가계부채 폭탄과 터질 듯 터지는 않는 부동산 거품에 유일한 희망인 수출도 위태롭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주력 산업들은 이미 노쇠(老衰)했다. 달리 돌파구가 없어 보이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들도 초비상이다. CEO들은 2일 시무식에서 ‘위기 돌파’를 제1 화두로 꺼내들었다. 지난해부터 허리띠를 졸라 매더니 올해는 아예 지갑을 닫을 요량이다.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학습효과다. 부자 몸조심일수도 있지만, 각종 경제지표를 보면 엄살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움츠린다고 총알이 피해가지는 않는다. 고정 타깃이 더 맞추기 쉽다. 변신만이 살 길이다.

앞선 두 번의 경제 위기에서 우리는 교훈을 얻었다. 위기 뒤에는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사실이다. 외환 위기와 금융 위기를 겪으면서 한국 경제와 기업들은 더 커지고 단단해졌다. 외환 위기 이후 한국의 IT 강국이 됐고, 금융 위기 이후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한국 기업이 대거 등장했다.

2019년은 한국 경제와 한국 기업에 시련의 시기일 수 있다. 한편으로는 또 한 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세계 경제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바람 앞에 요동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대한민국의 강점인 IT가 핵심이다. 다만 이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와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 지금은 지갑을 닫을 때가 아니다. 오히려 더 큰 시장을 위한 통 큰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 혁신이 선행해야 한다.

큰 새는 거센 바람 앞에 날개를 접지 않는다. 바람을 이용해 더 높이 더 멀리 날아갈 뿐이다.

이근형 기자  rilla31@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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