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차량 공유’ 혁신 성장, 규제·반발에 막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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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차량 공유’ 혁신 성장, 규제·반발에 막혔다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8.12.3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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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운수산업의 패러다임이 차량 공유로 넘어가고 있지만 한국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미국·중국 등 각 나라에서는 ‘우버’, ‘그랩’, ‘디디추싱’ 같은 차량 공유 플랫폼이 필수 서비스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각종 규제와 운송업계의 반발로 첫발도 제대로 떼지 못하고 있다.

차량 공유 시장의 폭발적 성장은 예고돼 있다. 미국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차량 공유 시장이 2017년 360억달러에서 2030년 2850억달러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했다. 컨설팅업체 롤랜드버거는 2030년 차량 공유 시장이 전체 자동차 산업 이익의 40%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세계적으로 차량 공유 시장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비롯해 관련 브랜드·자회사가 설립되고 있다. 한국에서만 잠잠하다. 2013년 한국에 진출한 우버는 2년 만에 서비스를 중단했다. 우버는 전세계 70여개국에서 이용자만 7000만명이 넘는다. 한국판 우버를 꿈꾸며 사업에 뛰어든 스타트업 기업들도 줄줄이 실패했다.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대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T 카풀 서비스도 논란이다. 택시업계는 승차 공유 서비스가 불법 자가용 영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승차 공유 서비스 문제로 카카오와 택시업계 갈등은 극한까지 치닫고 있다. 택시업계 등은 카카오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 택시 이용량은 크게 늘었다. 기존 산업의 저항에도 모빌리티 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진입한 것이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국내 카풀 서비스 업체 ‘럭시’에 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현대차가 럭시와 손을 잡자 운송업계는 강하게 반발했다. 현대차의 카풀 사업 진출을 두고 택시업계에서는 현대차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였다. 이미 정부는 우버 등 카풀 업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결국 현대차는 투자 6개월 만에 럭시 지분을 매각했다.

이러한 움직임은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한다. 무엇보다 성장의 기회를 잃는다. 우버는 기업가치가 135조원에 달한다. 미국 3대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 포드,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높다. 중국 차량 공유 서비스 회사 ‘디디추싱’은 90조원 이상 기업가치를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모두 출범된 지 10년이 되지 않아 이룬 성과다.

이 같은 혁신 서비스는 기존 법률과 충돌 가능성이 높다. 정부는 주로 규제를 앞세운다. 세계경제포럼에 따르면 국가별 기업 규제 완화 순위에서 한국은 꼴찌 수준이다. 무조건적인 규제 개혁이 능사는 아니다. 다만 각 산업에 뿌리 깊게 박혀있는 규제들을 걷어내지 않고는 혁신 성장이 불가능함을 알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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