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전체
HOME 오피니언 데스크칼럼
[데스크칼럼] 한국 경제에 겨울이 온다

[매일일보 이근형 기자] 한국 경제에 겨울이 오고 있다. 올 한해 반도체 ‘이상고온’으로 잠시 주춤했던 한파가 밀려오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못지않은 매서운 겨울을 예고한다.

내수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수출마저 부진할 전망이다. 경제성장률은 마지노선인 3%가 무너진 지 오래다. 올해는 반도체 수출 덕에 그나마 2.7% 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에는 내수와 수출이 동시에 부진하면서 2.4%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 부진은 한국 경제에는 뼈아프다. 유일한 버팀목이나 다름없어서다. 보호무역주의 확대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세계 경제의 둔화 가능성 등 계속해서 적신호다.

내년에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제조업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전환할 전망이다. 반도체에 의한 ‘착시효과’만 아니었으면 올해 이미 마이너스다. 반도체와 석유화학을 빼면 올해 거의 모든 산업이 부진했다. 자동차는 금융위기 이후 가장 부진했고 조선과 철강, 휴대폰 등 주력 수출품 대부분이 수요 부진과 중국의 공세에 밀려 고전했다. 이들 산업은 내년 전망마저 어둡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마저 힘을 잃어버리면 불황의 ‘쓰나미’를 막을 방파제가 하나도 없게 된다. 반도체는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담당하는 주력 중에 주력이기 때문이다.

대외적인 위험만이 문제는 아니다. 최저임금 상향과 주52 시간 근무제 등 기업들의 비용부담 요인은 더 커졌다. 노동생산성은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안팎으로 총체적인 난국이다.

어렵다지만 비관할 수만은 없다. 우리는 지난 20년간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혹한을 견뎌낸 저력이 있다. 난관을 극복하면서 삼성전자는 세계 1위의 반도체 업체,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도약했다. 현대자동차도 어려운 시기를 공격경영으로 극복하면서 글로벌 톱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오히려 혹한이 옥석을 가려내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다. ‘개미와 베짱이’의 우화처럼 따뜻한 여름에 노력해 준비해 온 개미 기업들은 다시 올 봄을 기대할 수 있다. 지난여름 그늘 밑에서 노래 부르던 베짱이 기업은 미래가 없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초격차’ 전략으로 이미 2위와 격차를 크게 벌려 놨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 시장을 눈앞에 뒀다. 현대차도 한 때 실기했지만 ‘수소경제’ 시대라는 미래를 준비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위기 속에서도 LNG선으로 미래를 준비해 둔 덕에 부활하는 것만 봐도 확인할 수 있다.

치열한 수출 전선에서 싸운 기업들은 위기 상황에 대비할 경험과 체력을 비축했다. 개미처럼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한 덕이다. 반면 통신 등 내수 기업들은 정부의 비호 아래 온실 속 화초처럼 자태만 뽐냈다. 베짱이는 여름철 노래만 부르다 혹한이 닥치니 우왕좌왕한다.

“추위가 한번 뼈에 사무치지 않으면, 어찌 코끝을 치는 매화 향을 얻을 수 있겠는가.” 중국 당나라 고승 황벽선사의 게송이다. 매화 향은 추운 겨울을 이겨낸 후라야 더 진하게 다가온다. 다가올 겨울은 이전보다 더 뼈를 파고드는 강추위를 예고한다. 마냥 움츠릴 수는 없다. 오히려 이 위기를 4차 산업혁명 시대 중심에 서는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근형 기자  rilla31@m-i.kr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