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재벌가 황태자들의 경영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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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재벌가 황태자들의 경영 성적표
  • 권민경 기자
  • 승인 2007.12.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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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승계 시점 빨라지면서 활약 두드러졌지만, '악재' 속 우울한 연말 보내는 사람도 있네~

‘부회장 시대’ 연 롯데 신동빈·신세계 정용진 실적명암 엇갈려
삼성 이재용· 기아차 정의선 악재, 실적부진으로 우울한 연말

[매일일보닷컴] 2007년 한해는 재벌그룹 황태자들의 활약이 어느 때보다 두드러졌다. 경영권 승계 시점이 점점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이미 후계구도를 확정하고 경영 전면에 나서 한 해의 성적표를 받아든 후계자가 있는가 하면, 아직 경영전면에 나서지는 않았지만 임원 자리에 올라 착실히 후계 수업을 받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올해 가장 주목받은 재벌 황태자는 유통명가 롯데와 신세계를 각각 이끌고 있는 신동빈 부회장과 정용진 부회장. 그룹의 굵직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성사시키며 재계의 주목을 받은 두 사람은 실적 면에 있어서는 명암이 다소 엇갈리기도 했다. 또 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과 애경그룹 채형석 사장 등이 경영권을 확고히 하고, 신사업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재계 황태자의 대표격인 삼성 이재용 전무와 기아차 정의선 사장은 각기 다른 이유로 혹독한 시험대에 오른 한해였다. 이 전무의 경우 삼성을 둘러싼 안팎의 악재가 잇따라 터져 나오면서 실적과 상관없이 우울한 연말을 맞고 있다. 정 사장은 기아차가 부진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올해에도 적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한때 경영 능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금호아시아나 박세창 전무, 대한항공 조현아 상무, 조원태 상무보, 등이 경영수업을 받으며 승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 신 부회장 ‘벌여놓은 일 많지만 수확은 글쎄~’

재벌 황태자들 가운데 올 한해 가장 많은 주목을 받은 사람은 유통 라이벌인 롯데 신동빈 부회장과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이다. 각각 취임 10년과 1년을 맞은 두 사람은 한 해 동안 그룹의 중요한 신사업을 주도하며 후계자로서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 그러나 영업실적만으로 놓고 보자면 신 부회장과 정 부회장의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았다.

신동빈 부회장
먼저 신격호 회장의 뒤를 이어 롯데왕국을 이끌어 나가고 있는 신 부회장은 올 한해 벌여놓은 일에 비해 거둬들인 성과가 다소 초라하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최근 신 부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경영모토는 ‘글로벌 롯데’.

이를 위해 올 초 중국에 지주회사를 설립하고, 러시아 모스크바에 국내 최초로 백화점 진출을 성공시키는 등 활발한 행보를 보였다. 내년 상반기에는 중국 베이징에 롯데백화점을, 하반기에는 중국과 베트남에 롯데마트를 오픈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외형의 화려한 성장과는 달리 수익에 있어서는 거의 제자리걸음인 상태다. 롯데쇼핑 유통 부문(백화점 및 할인점)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 매출액이 6조5천345억원에 달했고, 영업이익은 5천322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때 거의 동일한 수치다.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롯데백화점이 정체상태가 지속된데다 백화점 3사 중 지방점의 비중이 가장 높은 롯데가 지방점포의 수익 악화로 시장 기대치 이하의 실적을 기록했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롯데마트 역시 업계 1위인 이마트를 따라잡기에는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따라 롯데쇼핑의 주가는 올 해 내내 공모가 40만원을 밑돌며 주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았다.  

신세계 정 부회장 ‘실적은 훨훨 나는데, 업계선 왕따’

정용진 부회장
반면 신세계 황태자 정용진 부회장은 실적 면에 있어서는 남부러울것 없는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유통업계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은 한 해였다.

지난해 연말 파격적 승진으로 부회장직에 오른 뒤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선 정 부회장은 올해 신세계 본점 신관 새 단장을 비롯해 여주 첼시아울렛 개장, 월마트 인수, 중국에 이마트 공격적 출점 등 대형 프로젝트를 주도하며 ‘정용진 시대’를 향한 발판을 착실히 마련해 나갔다. 이마트, 스타벅스 등의 신규점포 오픈식에도 빠지지 않고 모습을 드러내며 언론을 통해 자신의 경영 철학을 쏟아내는 등 ‘후계자’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한 해이기도 했다.

이런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정 부회장은 라이벌인 롯데와 비교했을 때 따끈따끈한 2007년 경영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신세계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유통 부문 총 매출이 6조3천236억원에 달했고, 누적 영업이익 역시 5천68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특히 신세계 전체 이익의 80% 가량을 차지하는 이마트가 지난 9월 월 매출 1조100억원을 기록, 업계 최초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나갔다.

이에 따라 연 초 55만원대였던 신세계의 주가는 13일 현재 73만원을 기록해 삼성전자, 포스코 등과 ‘초고가주’의 대표주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잘 나가던 정 부회장에게도 최근 걸림돌이 생겼다. 정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이마트 PL(자체브랜드)상품이 유통업계 안팎에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 것. 신세계가 지난 10월 PL상품에 대해 40% 인하라는 ‘저가공세’를 시작하자 동종업계 경쟁사들과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유통업계 불공정행위를 조장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신세계가 상도의를 잃어버렸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하지만 업계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이마트 PL정책에 대한 정 부회장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알려져 향후 업계 전반에서 PL상품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삼성·기아차 황태자들 시련의 계절 언제까지

▲ 이재용
삼성의 후계자이자 재계의 대표적인 황태자라 불리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는 실적과 관계없이 시련의 계절을 보내고 있다. 삼성 비자금 의혹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불법 여부에 대해 검찰 특별수사본부의 강도 높은 수사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 곳곳에서 악재가 계속되며 그룹 내 위기감이 최고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 전무는 올 해 초 국내 마케팅과 글로벌 고객 미팅을 책임지는 삼성전자 CCO(고객관리부서 총책임자)에 오른 뒤 경영권 승계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예전과 달리 임원들을 상대로 ‘스피드 경영’을 강조하기도 하고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출장에도 자주 나서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삼성그룹 전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비롯된 삼성 이슈가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들면서 이 전무의 이런 행보는 소리 없이 가라앉은 상태. 이건희 회장은 물론이고, 삼성 주요 임원들 또한 사태를 주시하며 운신의 폭을 낮추고 있어 이 전무의 보폭 또한 당분간 제약을 받을 것으로 재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현대차 정몽구 회장의 장남인 기아차 정의선 사장도 올 한해 저조한 경영 성적을 보이며 연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계속된 기아차의 영업실적 부진이 올해도 이어졌기 때문이다. 올해 기아차는 지난해 12조3천500억원의 실적보다 1조 이상 떨어진 11조2천6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1천500억원의 영업이익 적자를 보였다.

이 때문에 기아차 안팎에서는 연말 인사를 통해 정 사장의 거취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얘기가 분분했다. 그러나 지난 10월 말 기아차 홍보맨 출신인 김익환 전 사장이 신설된 부회장직에 오르면서 이 같은 추측이 다소 수그러든 상태다. 여기에 정 사장 본인이 적자 상태인 기아차를 흑자로 돌려놓고 해외 프로젝트 현안 등을 마무리 짓기 전까지는 이동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정 사장은 기아차 글로벌 경영은 물론, 국내 영업과 직원화합에까지 챙기는 등 최근 들어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정 사장의 영업 실력만큼은 기아차 안팎에서 긍정적 평을 얻고 있다. 정 사장은 앞으로 기아차 중국 사업에 직접 나서는 것을 비롯해 해외부문에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수업 받고 있는 ‘잠룡들’ 누가 앞서 나갈까

한편 2~3세 후계자들 가운데 사실상 ‘총수’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백화점 정지선 부회장과 애경그룹 채형석 부회장도 올 한 해 양호한 경영 성과를 올렸다.

▲ 정지선
지난 9월 부친 정몽근 회장에게서 경영권을 넘겨받고 그룹의 명실상부한 ‘총수’ 자리에 오른 정 부회장의 경우 실적만을 놓고 보면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천600억원, 영업이익 1천300억원, 순익1천300억원을 기록했다고 올해는 같은 기간 동안 매출 5천700억원, 영업이익 1천200억원, 순익1천400억원을 올렸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조직을 슬림화시킨 정 부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신규사업과 신규점포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힌 뒤 본격적으로 신사업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현재 아산, 청주 등지에 2011년까지 백화점 신규 출점을 준비 중이고, 2010년 말에는 일단 킨텍스몰에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고 있다. 양재동 화물터미널 부지에는 백화점과 함께 할인점 또한 출점할 계획. 이와 함께 현대백화점 측에 따르면 신세계의 여주 첼시아울렛과 같은 명품 아울렛 사업에 대한 내부 검토도 이루어지고 있다.

2002년부터 그룹 경영을 주도해 온 애경 채형석 부회장은 2007년 한 해 공격적인 M&A로 사업 영역을 확대해 창사 이래 최대의 수익을 거둬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하반기 분당 삼성플라자를 인수해 유통 부문 확장 의지를 밝힌 채 부회장은 제주에어를 설립해 유통은 물론 화학, 항공, 부동산개발 등 꾸준히 신 성장 동력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채 부회장은 생활·항공 부문, 유통·부동산 부문, 화학부문 등을 3개 축으로 5년안에 각 부문을 20%씩 성장시킨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유통부문에서는 2010년까지 매출 3조원을 돌파, 롯데, 신세계, 현대에 이어 유통 ‘빅4’로 올라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밖에 아직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지는 않지만 임원직을 맡아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후계자들도 다수.

현대그룹 현정의 회장의 장녀 정지이 전무, 금호아시아나그룹 박삼구 회장의 장남 박세창 이사,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의 장녀 조현아 상무와 장남 조원태 상무보 등이 대표적인 경우다. 아직까지 경영 성적표를 받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지만 재계에서는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에 관심을 보이며 그들의 능력이 시험대에 오를 때를 점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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