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포커스]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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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포커스]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후보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11.12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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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의 택시운전사’, 난파선(?) 선장실로 들어가다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나는 빠리의 택시 운전사』라는 책으로 잘 알려져 있는 홍세화 <르몽드 디폴라미티크(한국판)> 편집인이 ‘난파선’인 진보신당의 차기 선장 역할을 자임하고 나섰다. 오는 25일까지 치러지는 진보신당의 4기 당대표 선거단에 대표 후보로 단독 출마한 것이다.

지난 10월26일 발표한 ‘당대표 출마의 변’ 제목은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며”였다. “귀국 이후 10년 동안 품어온 유일한 꿈은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는 것이었다는 게 평소 입버릇”이라는 설명이 덧붙여졌지만 그가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드러내는 표현으로도 보인다.

명망가들이 떠난 ‘명망가 중심 정당’에 구원투수 발탁

평생 평당원 꿈꿨는데…‘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 올라

“참여당 통합 안된다”던 노·심·조 탈당 전 대표들의 변심

총선 목표는 득표율 5% 지역 2~3석 비례 2~3석…과연?

진보신당, 출항부터 난파까지

진보신당이 창당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2008년 2월25일로부터 20일 후이자 18대 국회의원을 뽑는 4·9총선을 25일 남겨둔 그해 3월16일이다.

2007년 대선 과정에 민주노동당 내부에서 불거진 갖가지 갈등과 문제점이 대선이 끝나자마자 바깥으로 폭발하듯이 터져 나왔고 결국 민노당 창당주역들이 민노당을 뛰쳐나온 뒤에 만든 당이 바로 진보신당이다.

진보신당의 풀네임이 ‘진보신당연대회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진보신당은 당 명칭에서 엿볼 수 있듯이 처음부터 ‘진보의 재구성’을 통한 외연확대를 도모하는 ‘가설정당’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민주노동당과의 재합당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3년여의 시간동안 진보신당은 사회당, 노동자의 힘(약칭 노힘), 사회주의노동자연합(약칭 사노련) 등의 외곽 조직들도 끌어안지 못하는 협량함과 정치력 부재를 드러내왔다.

사회당은 민주노동당 분당 훨씬 전부터 진보진영 내부의 소위 ‘종북적 행태’에 문제제기를 해온 정당이고, 노힘이나 사노련은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이라는 목표를 추진해온 단체들이어서 외부에서는 이들이 진보신당과 별도의 조직을 꾸리고 있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다.

이러한 가운데, 2011년 초부터 진보대통합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간단하게 요약하면 무리한 억지 지분 요구와 말장난의 연속이었다. 그리고 대부분의 억지와 말장난은 진보신당 (이제는 탈당한) 지도부의 입에서 생산된 것들이었다.

진보진영의 대부분 정파가 모인 가운데 6월1일 ‘5․31 최종합의문’이 발표됐는데, 통합 논의의 한 축이었던 사회당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결국 명단에서 이름을 뺐다.

최대 쟁점이었던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새로운 진보정당은 6·15정신에 따라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 ‘북의 권력 승계문제는 국민정서에서 이해하기 어려우며 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묘한 문구로 절충했기 때문이었다.

반면 ‘최종합의문’을 승인한 진보신당의 조승수 당시 대표는 당내토론과정에 “북의 체제를 인정하고…‘비판적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견해를 존중한다”는 문구가 새로운 진보정당의 지향해야할 입장이라는 억지 해석을 강변했다.

‘최종합의문’에 대한 왜곡이라는 지적이 당연히 이어졌는데, 조승수 당시 대표는 지적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고 이정희 민노당 대표와 유시민 국민참여당 대표의 공동 행보에 대해 공격하는 동문서답으로 상황을 비껴가려고 했다.

조 대표는 ‘핵심쟁점’에 대한 해명 대신 진보신당이 통합 협상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지분을 얻어냈는지를 당내에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하지만 9월4일 당대회에서 진보정당 통합합의안은 승인되지 않았다.

의결 정족수(3분의 2)에 한참 미달하는 재석 대의원 410명중 222명 만이 동의(54.1%)했고, 이는 20여일 뒤 9월25일 민주노동당 대의원대회에서 국민참여당 합당안이 부결된 64.8%(정족수 525명 중 15명 부족)보다 훨씬 낮은 수준의 동의율이었다.

이튿날인 9월5일 조승수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했고, 23일 노회찬·심상정 전 대표가 탈당했으며, 10월5일 조 대표마저 탈당하면서 진보신당은 다시 원외정당이 되었다. 진보신당의 기둥뿌리와 대들보가 모두 빠져나간 셈이다.

▲ 홍세화 진보신당 대표 후보 <사진=진보신당제공>

왜 홍세화일까?

조승수 전 대표의 대표직 사퇴와 전 대표를 비롯한 여러 당원들의 연쇄 탈당이 계속되는 가운데 진보신당은 ‘대표 권한대행’ 체제가 들어섰다가 무너지고 9월 하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다시 들어서는 등 극심한 혼란을 이어갔다.

이들이 2008년 민주노동당과 분당되던 당시, “민노당에서 ‘브레인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진보신당으로 왔다”고 자부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소위 ‘명망가’ 중심의 정당에서 명망가들이 대부분 빠져나갔다는 점은 사뭇 비극적이다.

그리고 10월 중순경 차기 당 대표로 홍세화가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탈당하지 않은) 명망가집단 중에 가장 대중적 인지도가 높고, 진보 진영내부에서 신망을 얻고 있는 데다 그동안 칼럼을 통해 진보신당의 독자생존을 지지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출마결심을 굳힌 홍세화는 10월26일 “‘오르고 싶지 않은 무대’에 오르며”라는 글을 통해 “귀국 후 10년 동안 제가 품어온 유일한 꿈은 ‘시어질 때까지 수염 풀풀 날리는 척탄병이고 싶다’는 것 하나였다”고 밝혔다.

그는 “그 긴 행렬의 끄트머리를 지키며 사랑하고 참여하고 연대하고 싸우다 사라지는 것, 이것은 단지 소망을 넘어 제 삶의 원칙이자 무너뜨려서는 안 되는 둑과 같은 것이었다”며, “그런데 그 둑이 흔들리고 금이 가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홍세화는 “진보신당의 벽에 균열이 생기고, 당의 보루라 믿어왔던 원칙들이 하루아침에 버림받는 것을 목격하면서 저와 같은 평당원들의 꿈들 역시 황망한 처지에 놓였을 것을 생각하면서 평상심을 유지하기가 힘겨웠다”며, “이제 허공을 향해 퍼부었던 탄식과 누군가를 향한 원망을 모두 접는다”고 덧붙였다.


존립의 이유

홍세화는 “우리가 진보신당에 남으려는 이유, 다른 이가 내던지고 간 이 막막한 짐을 계속 지려는 이유는 자본권력에 맞서 싸워야 할 진보세력이 ‘자본주의 극복’이라는 과제를 포기하고 급속히 ‘우경화’되는 사태를 막아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8일 여의도 당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홍세화는 “야권통합은 정책노선이 중심이 돼야 한다”며. “세운 뜻과 하려는 일이 같은 당이 모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남이냐’는 식의 야권통합이 공공연히 논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식의 야권통합 논의는 같은 뜻을 가진 정당끼리의 재편이 아니라 현실의 편의를 위해 무리지어 몰려다니는 붕당정치와 다를 바 없다”며,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것이 한국정치사에서 훨씬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홍세화는 특히 “최근 얘기되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통합연대(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위한 통합연대)의 합당논의는 유감스런 일”이라며, “3세력의 합당이 진보정치의 노선으로는 부적절하다고 말하던 통합연대의 대표단, 즉 진보신당의 전직 대표단이 현실을 핑계로 하여 자신들의 입장을 뒤집는 것 역시 온당치 않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 진보신당 대표단 후보. 왼쪽부터 김종철·심재옥 부대표 후보, 홍세화 대표 후보, 김혜경 비대위원장, 강상구·김선아 부대표 후보 <사진=진보신당 제공>

목표는 5%, 당면 과제는…2% 달성?

기자간담회에서 홍세화는 당선 이후의 첫 행보로 진보정치세력 재편을 꼽고, 민주노총, 진보교연(진보정치세력의 연대를 위한 교수연구자모임) 등에 러브콜을 보내는 한편 사회당이나 녹색당 창당준비위원회 등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얼마나 성과를 거둘지는 미지수이다. 우선 민주노총의 경우 민주노동당 창당시부터 유지해온 ‘민노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방침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노회찬·심상정·조승수(속칭 노심조)도 없는 진보신당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여줄지 의문이다.

더욱이 국민참여당이 포함된 진보통합 논의에 대해 가장 적극적으로 반대목소리를 냈던 진보교연 역시 노심조의 탈당과 탈당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아무런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사실상 대부분의 대규모 조직들이 진보신당과 거리두기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홍세화는 내년 총선 및 대선 전략과 관련해 “유연한 야권연대전술을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진보의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유연한 야권연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러한 야권연대가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정책연합은 물론, 호혜적인 후보연대 전술 등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며, “최소한 비례대표가 전체 국회의원 총수의 절반을 차지하는 등의 정치체제 개편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한 “진보신당은 총선에서 다수 지역에 출마하되 노동자 정치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주요지역에서 당선자를 내는 데 일단 주력할 것”이라며, “비례대표는 당 내외를 막론하고 진보성과 대중성을 갖춘 인사를 두루 접촉하여 후보로 내세울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홍세화는 “당 대표로서 저 역시 내년 총선에 지역구 출마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진보신당의 대표단 후보들이 세운 총선 목표는 정당 득표율 5%와 지역구 2~3석, 비례대표 2~3석 등 총 5~6석의 당선자를 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진보신당의 당면과제는 정당 득표율 2~3%를 넘기는 것이다. 3%를 넘기면 비례대표 의석 1석이 생기지만, 정당법상 2% 득표율을 넘기지 못할 경우 정당 등록이 취소되기 때문이다.

노심조 트리오가 당의 얼굴로 건재한 가운데 노회찬 심상정이 지역구 선거에서 선전했고, 인터넷 상에서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자임했던 진중권(탈당)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던 2008년 총선에서 진보신당의 득표율은 2.94%였다.

‘진보통합’에 대한 국민적 기대

8월27일 실시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에 따르면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 국민참여당 등 3당이 통합할 경우 지지도는 19.8%로 한나라당(36.5%)에 이은 2위였다. 민주당(19.2%)과 오차범위 접전이고, 원내 3당인 자유선진당(3.2%)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였다.

9월5일 진보신당의 당대회에서 진보통합안이 최종 부결되고 얼마 후인 9월20일자 사회동향연구소 여론조사에서도 통합진보정당의 지지율은 16.2%로 한나라(44.1%), 민주당(18.7%)에 이은 3위를 유지했다.

‘잠재적 정치인’ 안철수의 등장이 9월1일,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직 양보가 6일, 차기 대선 여론에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앞서는 여론조사가 나온 것이 7일이었음을 감안하면 안철수 변수를 제외하고서라도 ‘통합진보정당’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상당했다는 말이다.

10·26재보선에서 박원순 시장이 당선된 후 실시된 아시아투데이·리얼미터 여론조사(11월11일 발표)에서도 한나라당 33.4%, 민주당 18.8% 진보통합신당 15.3% 보수신당 9.7%의 순으로 나타나 진보통합에 대한 기대는 쉽게 꺾일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일까. 탈당에 앞서 ‘통합연대’를 만들었던노회찬, 심상정, 조승수 등 전 진보신당 대표들은 11월3일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을 포괄하는 정당통합 방침을 결정했다.

불과 2개월 전까지 그들이 “국민참여당은 연대의 대상일 뿐 통합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외쳤다는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11월7일 발표된 리얼미터의 11월 정례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신당의 정당 지지율은 1%였기 때문이다.

변수는 또 있다. 11일 발표된 동아일보·코리아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신당이 탄생할 경우, 총선에서 안철수 신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이 36.2%로 압도적 1위를 기록한 가운데 한나라당이 23.4%, 기존 야권이 16%에 그치는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신당의 등장으로 기존 야권의 포션이 16%로 확 줄어드는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마이너 중의 마이너’인 진보신당에게까지 돌아올 지지표가 얼마나 될지는 가늠조차 되지 않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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