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세우기’ 기술금융 평가, 올해도 개선 안되나
상태바
‘줄세우기’ 기술금융 평가, 올해도 개선 안되나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12.16 12: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술금융 대출 162조원…전년比 30% 증가
은행권, 인센티브 확대 등 요구에 당국 ‘미온적’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문재인 정부가 생산적 금융을 강조하면서 은행권의 기술금융 대출규모는 160조원을 돌파했다. 기술금융 대출은 기업의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신용평가기관(TCB)의 평가를 기반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줄세우기식 평가 방식 때문에 은행권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는 등 비효율적이란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금융위원회에 기술금융평가방식 개선안을 건의했지만 당국이 미온적이어서 올해에도 평가방식 개선은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6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은행권의 기술금융대출 잔액은 162조9974억원이다. 이는 1년 전(127조3663억원)보다 30% 늘어난 규모다. 지난 2014년 하반기 도입된 기술금융대출은 2016년 말 92조원 수준이었지만 지난해 3월에 100조원을 넘어선 이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기술금융대출은 일반적인 여신심사에 비해 기술력에 대한 평가 비중이 높다. 여기에 우대 금리를 제공하고 대출한도를 높여주는 등 창업 초기 기업 등의 자금조달을 지원한다. 실제 올해 상반기 기준 기술금융 대출의 평균 금리는 3.48%로 일반 중소기업대출과 비교해 0.2%포인트 낮고 대출한도는 평균 4억1000만원으로 일반 중기대출보다 2억6000만원 많다.

문제는 은행권에서 평가방식에 대한 불만이 많다는 점이다. 줄세우기 방식으로 실적 압박이 큰 데다 상향 평준화된 은행권의 기술금융 현실을 담고 있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의 기술금융 평가 항목은 △공급규모 △기술신용대출 비중 △초기기업·우수기술기업 비중 △기술금융을 평가·관리할 수 있는 내부 역량 등이다. 이를 토대로 점수(100점 만점)를 매겨 대형은행과 소형은행 별로 1~2순위를 발표한다. 이 순위에 따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출연료를 차감 받거나 증액해야 한다.

이런 줄세우기식 평가가 실적 부풀리기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일부 은행은 기술과 크게 연관성이 없는 기업을 기술기업으로 둔갑시키거나 담보·보증대출이 가능한 기업을 기술신용대출로 유도해 실적을 키워왔다.

특히 금융위는 지난 2016년부터 은행별 평가군을 대형은행, 소형은행으로 구분해 각 군 별로 순위를 발표했다. 대형은행에서는 중소기업 특화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지난해 상반기를 제외하고 계속 1위를 차지했다. 소형은행에서는 지역 중소기업 영업에 무게를 둔 영남권 은행들이 번갈아가며 1~2위를 차지했다. 상위권이 고착되다 보니 중하위권 은행 입장에선 기술금융을 확대할 유인이 부족한 상황이다.

또 레벨 심사에서도 유인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금융위는 △기술금융 전문인력 수 △평가서 수준 △자체 모형 구축 △별도 조직 마련 △전산화 등을 평가해 레벨 1부터 4까지 등급을 부여하고 이를 토대로 자체평가 기술신용대출 가능금액을 산정한다. 그러나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기업·KDB산업 등 시중은행 6곳이 이미 최고등급인 레벨4를 획득해 추가 유인이 없다.

이에 은행들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기술금융 평가방식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한 상태다. 은행연합회는 지난 8월 기술금융 평가방식 개선을 위해 금융연구원에 관련 연구 용역을 의뢰했으며 이 결과를 토대로 현재 당국과 업계간 협의가 진행중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당국과 은행연합회 간 기술금융 평가방식 개선에 대해 논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접점을 찾지 못한 상황이어서 올해 안에 결론이 나기 힘들어 보인다”며 “줄세우기 식 평가가 아닌 인센티브 등을 제공해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기술금융 대출에 나서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술금융 실적에 따른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핵심성과지표(KPI)에 반영하는 등 참여 유인 구조로 평가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