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숙’ 금융위-금감원 불협화음…금융정책 불신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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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숙’ 금융위-금감원 불협화음…금융정책 불신 커진다
  • 송정훈 기자
  • 승인 2018.12.13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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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예산축소로 ‘정면충돌’…삼바 등 현안마다 ‘갈등’
조율 안된 정책과 감독방향에 금융소비자 보호 등 ‘뒷전’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5월 윤석헌 금감원장 취임 이후 각종 현안마다 두 기관은 엇갈린 의견을 보여 왔다. 특히 금융위가 최근 금감원의 내년도 예산과 조직 축소를 요구하자 금감원이 금융위 해체를 주장하면서 감정싸움으로 번진 상태다. 이런 불협화음으로 금융소비자 보호 등이 뒷전으로 밀리며 금융정책의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위 정례회의서 금감원 예산 삭감되나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오는 19일 금융위는 정례회의에서 내년도 금감원 예산안을 심의한다. 이 때문에 이번 회의가 두 기관의 갈등 해소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금융위가 금감원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 지침을 내린 것이 이번 갈등의 도화선이 됐다. 금감원이 내년도 예산안을 짜며 1~3급 직원 비중을 현 43.3%에서 35%로 줄이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는 30%를 요구하면서 성과급이나 인건비 등을 축소하라고 했다. 이에 금감원 노조는 지난 3일 “금융위를 해체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런 갈등 속에서 금융위가 금감원 예산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예산안을 처리하면 두 기관의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다.

특히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예산 문제를 양보하기 힘들 것이란 의견이 많다.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올해 초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을 1년 유예키로 하면서 금감원에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관리를 요구했다. 최 위원장으로선 금감원의 공공기관 지정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금감원의 예산안 삭감이 필요한 셈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금감원이 올해 초 기획재정부로부터 공공기관으로 지정받지 않는 대신 공공기관 수준의 경영 통제를 받기로 한 바 있다”며 “국회와 감사원, 기재부가 지적한 방침과 절차에 따라 예산심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바·키코·카드수수료 등 사안마다 두 기관 ‘충돌’

이 두 기관은 이전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키코 사건 재조사 △근로자추천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 △카드 수수료 인하 등 핵심 안건을 두고 수시로 이견을 노출해왔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고의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분식회계를 했다는 내용의 감리 조치안을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에 제출했다가 증선위로부터 수정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받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금감원은 원안대로 심의해 달라며 사실상 증선위의 수정 요구를 거부해 갈등을 빚었다. 특히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조치 결과를 금융위와 협의 없이 시장에 공개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양 기관의 갈등은 더 깊어졌다.

또 지난 7월 윤 원장은 과거 환율 문제로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본 키코 사태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금융위는 이 건에 대한 재조사가 어렵다고 못박았다.

노동자가 추천하는 인사를 이사로 선출하는 노동이사제를 두고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견을 보였다. 윤 원장은 금융사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노동자를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사외이사로 뽑아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최 위원장은 “시기 상조”라며 난색을 표했다.

최근 불거진 카드 부가서비스 건의 경우에도 금감원은 “카드회사가 고객과 맺은 약속인 할인혜택 등을 무턱대고 없애서는 곤란하다”는 의견을 금융위에 전달해 갈등이 커지기도 했다.

이런 두 기관의 갈등은 지난 2008년 2월 금융위와 금감원 수장이 분리된 후부터 시작됐다. 과거엔 금감위원장(현 금융위원장)이 금감원장을 겸직해 갈등 자체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장이 다르다보니 서울 조율되지 않은 정책과 의견이 튀어나오며 감정싸움이 수시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금융위와 금감원의 상하 수직관계도 갈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금융위는 금감원의 상위기관으로 금감원의 업무·운영·관리에 대한 지도와 감독을 한다. 금융위는 금융산업의 제도와 정책 전반을 총괄하고 금감원은 금융기관의 검사와 감독을 맡는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윤 원장이 현 정부의 실세로 불리면서 금감원이 정부 부처인 금융위의 정책에 반하는 의견을 많이 내고 있다”며 “이렇게 정책과 감독방향 등에 대해 조율이 안되다 보니 금융정책의 국민적 불신이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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