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시정명령 받은 현대모비스…다른 기업들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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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시정명령 받은 현대모비스…다른 기업들도 ‘비상’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8.12.1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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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대기업 첫 사례…기본급 최저시급에 못 미쳐
대기업들도 제재에 ‘당혹’…내년 10% 인상에 ‘긴장감’
현대모비스 전경.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황병준·박주선·박효길·강기성·성희헌 기자] 대졸 신입사원 초임 연봉이 5000만원을 훌쩍 넘는 국내 대표 자동차 부품 기업 현대모비스가 최저임금 기준을 맞추지 못해 정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이다. 현대모비스가 시정 조치를 받으면서 다른 대기업도 혹여 자신들이 제재 대상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인 제조업의 경우 기본급이 낮고 상여나 수당으로 임금을 보존하는 구조여서 앞으로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현대모비스와 비슷한 사례들이 재발될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앞으로 진행된 노사 임금협상에서도 최저임금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1~3년차 사무직과 연구직의 기본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6800~7400원 선이다. 이는 올해 최저시급인 7530원에 미치지 못한다. 이에 고용노동부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연봉 5000만원이 넘는 대기업이 이처럼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급여체계 때문이다.

현대모비스의 임금 체계를 보면 기본급과 성과급, 상여로 구성돼 있다. 현행법상 매월 주기적으로 주는 돈만 최저임금에 포함된다. 현대모비스는 격월로 상여금이 지급되고 있어 최저임금에 포함되지 않는다.

현대모비스측은 이를 개선하기 위해 종전 격월로 지급되는 성과급 100%를 매월 50%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 노조 측은 반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노조 관계자는 “종전에 격월로 지급하던 기본급 100%인 상여를 일률적으로 50% 지급하려 한다. 이는 꼼수다”며 “그동안 임단협에서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는 복지성 급여만을 인상할 뿐 기본급을 적게 올렸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 관계자는 "통상임금에는 포함되지 않는 상여금을 최저임금에만 포함시키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문제는 앞으로 기업과 노조의 임금단체협상(임단협)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정부의 최저임금 상승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유다. 올해 16.4% 인상된 최저임금은 내년 10.9% 인상되면서 일부 대기업까지도 최저임금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정기상여금, 변동상여금 등 최저임금 범위에 산정되지 않는 상여금이 높다. 이 같은 임금 체계로 초임 연봉이 매우 높은 수준임에도 기본급을 추가적으로 높여줘야 하는 상황까지 직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국내 주력 제조업 중 하나인 조선업계도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을 앞두고 상여금 지급 주기 변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조선업계의 경우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경우 연봉에서 상여금과 각종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많다.

현대중공업은 내년도 최저임금 8350원 인상에 따라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임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최저 임금에 미달되는 직원을 대상으로 최저임금 인상분에 따라 차등으로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분에 대해서는 올 초 노조와 기본급의 800%인 상여금의 300%를 12분의 1로 나눠 매월 지급하는 방안을 합의하며 대응한 바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현재 생산직 직원에 짝수 달마다 600%씩 지급하던 상여금을 매달 50%씩 지급할 수 있도록 노조와 협의 중에 있다. 상여금 지급 주기에 따라 위법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사전에 막기 위한 조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연봉제인 사무직의 경우 전혀 문제가 없지만 호봉제인 생산직은 입사한지 얼마 안 된 직원의 경우, 기본급만 따지면 내년도 최저임금 기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기본급이 100만원이면, 1월 100만원, 2월에 200만원, 다시 3월엔 100만원 순으로 지급 되는 것을 매달 150만원씩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상여금 없이 인센티브 비중이 높은 ICT업계는 최저임금 우려에 비교적 자유롭다. 통신업계는 주로 상여금이 없거나 인센티브 개념으로 지급되고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상여금은 개인, 조직의 성과를 여러 가지로 판단해서 거기에 맞춰 지급이 된다”고 말했다.

인터넷 기업도 상황은 비슷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상여금이 따로 없고 인센티브 제도로 운영된다”며 “명절에 보너스가 있지 않고, 회사에서 포인트가 지급된다”고 말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년 최저시급이 10% 인상한다고 최저임금에 미달되는 대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대기업보다 중소중견기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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