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5] 르포-전국 민심은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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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D-5] 르포-전국 민심은 지금?
  • 매일일보
  • 승인 2007.12.1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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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투표하겠다", 영남은 이명박 '독주', 호남 '후보가 없다', 충청강원 '글쎄유~'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 부부가 15일 오후 인천 남구 신세계백화점 앞 유세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을 방문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직원들이 디지털카메라를 들자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가 13일 대구 달성공원 앞 새벽시장을 찾아 서민층의 표심잡기에 나섰다.(사진=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제공)

[기사 및 사진제공=제휴사/뉴시스]

대선 지역별 르포-경기, "투표하겠다" 늘어  
 
"유권자들의 반응이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최근 기름유출건, 총기 탈취건 등 커다란 이슈들이 연이어 터지면서 대선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대선을 불과 6일 남겨 놓고 있지만 경기도 지역정가 관계자들은 유권자들의 냉랭한 반응이 투표율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지역정가의 투표율 저하 우려와는 달리 대다수 유권자들은 마땅한 후보는 아직까지 정하지 않았지만 투표는 반드시 할 것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각당 대선후보들이 막판 표심을 끌어안기 위해 최대 유권자가 있는 경기도 방문을 대선 2~3일 앞둔 17일, 18일로 잡아놓고 있어 유권자들의 반응이 얼마나 높아질 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정가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각당의 유세는 물론 유권자들의 표심도 '이명박 VS 반이명박'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대통합민주신당은 12일 중앙당 선대위원장을 맡고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강금실 전 법무부장관 을 포진시켜 수원역 유세를 진행했다.

이들 두 명의 지원 유세자들은 위장전입, 위장취업, BBK 연관설 등을 제기하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거짓말장이 후보로 몰아붙이며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정직하고 깨끗한 대선후보 정동영만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고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역설했다.

▲ 15일 저녁 경기 고양 화정역 앞 광장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의 유세에서 부인 민혜경씨가 유권자들에게 사랑의 하트를 보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 후보는 17일께 수원을 비롯 경기도를 방문, 막판 표심 끌어안기에 나설 예정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은 경기도와 관련있고 유권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거물급 인사들을 전면에 내세워 표밭갈이에 나서 막판 역전을 노리고 있다.

통합민주신당 경기도당 김주삼 공보실장은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해 이명박 후보의 위장취업, 위장전입 등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키는 전략을 구사해 유권자들의 표심을 돌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기선을 잡았다는 생각에 각개 전투식 바람몰이를 진행하고 있다.

이상덕 국회부의장,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강재섭 대표, 이재오 전 최고위원 등이 도내 주요 지역들을 돌며 표심을 독려하고 있다.

▲ 15일 오후 서울 광진구 중곡동 한 기사식당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택시운전자들과 점심식사를 함께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나라당은 '경제 대통령' 대세론을 내세우며 이명박 후보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이회창을 찍으면 정동영이 대통령이 된다'며 이명박 후보로의 보수표의 결집을 강조하고 있다. 이명박 후보는 17일.18일 이틀간에 걸쳐 도내 주요지역들을 잇따라 방문해 대세론을 굳힐 계획이다.

경기도당 김연식 부처장은 "BBK와 무관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대선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를 위해 유권자들에게 투표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경기도당은 12일 이인제 후보가 경기도의회에서 도 관련 대선공약을 발표하며 기자회견을 여는 등 유권자 표심잡기에 골몰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과의 단일화가 무산되면서 민주당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구 민주당원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

경기도당 김건웅 처장은 "예산이 없다보니 연설원들도 많이 없다"며 "유세차량을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지역에 집중 배치해 간접선거 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노동당은 김용한 도당위원장이 주요 공장 밀집지역을 돌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형극이다. 민노당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부도덕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보다는 정책제시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도내 공장 등 업체들이 밀집된 안산, 안성 등의 공장지대를 찾아 비정규직 노동자를 철폐하겠다는 공약 등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14일 오전 11시 수원 민주노동당경기도당 대회의실 5층에서 '경기지역 비정규칙.중소하청 노동자 민주노동당 입당과 권영길후보 지지선언' 기자회견 등을 열어 세불리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용한 도당위원장은 "상대 후보의 비난하는 네거티브보다는 노동자들을 위한 정책, 복지국가를 이룰 수 있는 참신한 민노당의 정책들을 알리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인시 수지구 박홍은씨(43.자영업)는 "어느 선거든 후보자들간 차이가 엇비슷해야 유권자들의 관심이 더욱 집중되는데 이번 대선은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너무 큰 차이를 보여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수원시 장안구 이경자씨(46.주부)는 "이달 초순까지만 해도 지인들과 대선에 대해 말을 하다보면 찍을 후보가 없어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마땅히 찍을 후보는 여전히 정하지 않았지만 투표는 반드시 하겠다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 지역별 르포-영남, 이명박 '독주'  
 

▲ 17대 대통령선거를 나흘 앞둔 15일 오전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한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유세에 앞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린아이를 팔에 안고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
▲ 13일 오후 부산 진구 부전동 거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가 연설을 하는 가운데 유권자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다.
"대통령 선거요? 먹고 살기도 힘든데 시끄럽기만 하고 별 관심 없어예"

14일 대구시 중구 남산동 남문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수본씨(여. 64)는 가게 바로 앞을 지나는 모 후보의 선거 유세차량을 보며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별로 관심도 없고 상관하고 싶지 않다"고 차갑게 웃었다. 이유를 묻자 "후보가 너무 많이 난립한데다 서로 싸우기만 할 뿐 국민들이 먹고 살 수 있는 해답을 시원하게 제시하는 후보가 없다"고 말했다.

'보수도시'로 불리는 대구 지역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정작 민심 깊은 곳에서는 정치에 대한 냉소와 무관심도 무겁게 자리 잡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고향인 경북 포항 등 경북지역에서도 이명박 후보에 대한 압도적인 지지만 두드러질 뿐 대체로 선거 분위기는 조용하다. 이 때문에 한나라당 경북도당은 '투표율 높이기' 고민에 빠졌다.

정철화 한나라당 경북도당 부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지만 압도적인 지지율 확보를 위해선 투표율을 최대한 높여야 해서 이를 위한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 대구선대위는 이명박 후보 보다 지지율이 크게 낮은 것으로 나타나자 당혹스러워 하면서 이명박 후보와의 차별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

통합신당 정동영 후보 대구선대위는 "대구경북 지지율을 30%로 끌어올리면 승리할 수 있다"며 적진의 핵심지인 대구경북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 14일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후보가 경북 안동을 방문, 시장 상인과 주민들을 상대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와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도 이른바 '빅3' 후보 못잖게 대구경북을 자주 찾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지만 다소 힘에 부치는 양상이다.

대선에 임하는 모든 후보진영은 대구경북에서 이미 승부가 기울어져 별 재미가 없고 흥행 실패라는 냉담한 반응 때문에 속을 앓고 있다.

"한나라당은 그나마 출퇴근 시간 주요 교차로 등에서 유니폼을 입고 유세를 하는 모습을 많이 봤지만 그 외에는 누가 후보인지 어느 당인지조차 모르겠습니다." 12월 19일 제 17대 대통령 선거일이 눈앞으로 성큼 다가왔지만 부산시민 대부분의 말은 비슷한 실정.

지역 형편이 이렇다 보니 시민들은 대선이 치러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선택권마저 빼앗겨버린 소외감마저 느낀다는 후문이다.

그나마 선거운동이 시작된 직후에는 신당과 민주당, 창조한국당 후보들을 내걸은 유세차량과 운동원들을 어렵게라도 찾아볼 수 있었다.

검찰의 BBK 수사결과 발표 이후 신당은 지역유세를 포기한데다 시당 관계자들마저 서울로 올라가는 날들이 많아지면서 선거 열기는 냉랭하게 전개되고 있다.

50%대의 지지율 고공행진 중인 한나라당 부산선거대책위는 네거티브 전략에 일체 대응하지 않고 부산지역 공약을 발표, 정책 정당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특히 부산시의 현안과 지역경제, 취업난, 물가고 해결 등을 중심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나라당 부산선대위 안경률 총괄본부장은 "각종 루머가 검찰 수사결과 발표로 일단락 된 만큼 네거티브 전략은 일체의 대응을 자제한 채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정책정당, 경제 후보'라는 점을 각인시키겠다"고 말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부산시당은 부산지역 공약발표마저 14일로 미룬채 '이명박 검찰'이라는 신조어를 주창하며 결탁의혹을 국민들에게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또 무소속 이회창 후보측도 "BBK 의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거듭 밝히고 있다.

신당 윤원호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결함 등을 알리면서 정동영 후보가 제시하는 지역 공약들을 함께 어필할 것"이라며 "노무현 대통령 지지세력들의 이탈을 막아 이를 바탕으로 막판 역전을 노리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다. 또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측은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 내용 단 한자도 수긍할 수 없다"며 쟁점으로 부각시키겠다는 입장이다.

▲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선후보와 중앙유세단이 14일 오후 경남 진주시 광미사거리에서 유세를 갖고 손을 흔들며 유권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측은 권후보의 지지도가 당 지지도에도 못미치는 형편이어서 부산선대위는 정책만이라도 알린다는 입장이다. 민주노동당 부산선대위 김석준 위원장은 "지역적 공약보다 국가의 미래를 제시하고 그려내 보이면서 부산시민들의 판단을 되돌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략들을 밝혔다.

"욕심없는 대통령이 되겠다. 국민이 잘 사는 국가가 되어야..."

지난 13일 오후 경남 김해시 동상재래시장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유세를 듣기 위해 몰려든 1500여명의 시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영하권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유권자들은 '차기 대통령'으로 유력시되는 후보의 공약을 듣기 위해 재래시장을 찾았다.

당초 예정보다 1시간 가량 늦게 도착한 이 후보는 지지자들에게 "김해에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 당선 후 제일 먼저 김해를 찾겠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며 "욕심없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마산과 양산, 사천을 방문한 후 12일만에 경남을 찾은 이 후보는 "재래시장 상인 덕분에 대학을 다녔다. 국민이 잘 사는게 꿈"이라며 상인들의 얼어붙은 귀를 녹였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 후보를 직접 보고 선거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유세장을 찾았는데 경호가 너무 심해 접근조차 어려웠다"며 "서운한 마음이 들지만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이날 이명박 후보와 함께 경남을 방문한 이회창 후보는 진주와 사천, 고성, 통영, 마산, 진해, 창원, 김해 등 8개 도시 유세일정을 숨가쁘게 소화했다.

마산 어시장을 찾은 이 후보는 "거짓과 과장에 능하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며, 불법 탈법을 밥 먹듯 해 많은 의혹을 일으키는 지도자를 뽑으면 한나라당의 후보라고 해도 망가진 시대가 연장되는 것"이라며 이명박 후보를 비난했다.

또 통영 거북시장에서는 "임진왜란 때 조직과 세가 있고 권모술수에 능했던 장군과 조직도 세도 없고 조정의 미움을 받았지만 강직한 신념과 깨끗한 정직함을 가졌던 장군 중 누가 나라를 구했냐. 충무공이 몸을 던져 나라를 구했듯 나도 목숨을 던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에 앞서 진주 동방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휴대폰 요금 반값 인하와 생계형 신용불량자 300만명 구제 등을 골자로 한 '서민을 위한 12가지 약속'을 발표하는 등 한나라당 강세인 경남 공략에 나섰다.

지난 3일 경남 유세에 나선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정주영 회장은 남북관계를 통 크게 열어간 분으로 이 후보는 그 밑에서 월급쟁이 사장을 했지만 노선이 달랐다"며 이명박 후보에 대한 공세를 폈다.

그는 "선진사회 최대의 적은 거짓말하는 지도자"라며 "지도자가 거짓말하면 그 사회는 끝장나고 정치·사회는 혼란이 생기며 경제는 망가진다"고 비난했다. 정 후보는 "개성공단이 창원 크기로 완공되면 일자리가 10만개 생긴다. 개성공단에 그치지 않고 대륙으로 경제영토를 늘릴 사람은 정동영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한나라당 강세지역인 경남지역 표심을 잡기 위한 대선 후보들의 행보가 연일 끊이지 않고 있다.

▲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13일 오후 동대구역에서 KTX를 탑승하여 시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 대선 지역별 르포-호남.제주, "마음 줄 후보없어"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전북 익산 북부시장 앞에서 열린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13일 오후 광주 송정시장에서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의 유세에서 유권자들이 정 후보의 연설을 들으며 환호하고 있다.
▲ 13일 낮 전북 전주에서 유세를 마친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갈증이 나는듯 물을 먹고 있다.
"누구 찍을 사람이 있어야죠. 이번 대통령선거에는 투표 안할랍니다". 제17대 대통령 선거가 5일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광주.전남지역의 대선 열기는 시들하다.

예전 선거 같으면 막판 선거전이 불꽃 튀길 시기지만 이번 대선은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무관심을 넘어 정치혐오까지 얘기하는 시민들도 있다.

12명, 역대 최다 후보가 나섰지만 딱히 마음을 줄만한 후보가 없다는게 첫 번째 이유다. '최선'이 아닌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이 착잡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리멸렬하게 돌아가는 범여권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보면 '복장이 터진다'는게 한결같은 반응이다.

범여권 후보들에 대해서도 애정과 관심은 있지만 대안이 되지 못한다는 식이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독주체제로 굳어진 전국 판세도 불만이다. 그래서 투표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시민 김영민씨(45.광주 서구)는 "후보단일화를 해도 될까말까 한데 온통 제밥그릇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여야를 막론하고 도대체 찍을 사람이 없다"고 푸념했다.

범여권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면서 차라리 이명박 후보를 찍겠다거나 내년 4월 총선을 기약하겠다고 나서는 이들도 있다.

직장인 박기혁씨(37)는 "기대했던 후보 단일화나 대반전이 없어 범여권이 공멸의 길로 가고 있는 느낌이다"며 "이제는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 해도 이명박 대세론을 따라잡기는 힘들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범여권의 구애는 여전하다. 또 민주개혁세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애정도 만만치 않다.

15,16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나 노무현 후보 만큼은 아니지만 정동영 후보에 대한 지지도도 전국에서 가장 높다. 이대로 정권을 한나라당에 내줄수는 없다는 정서다.

"그래도 믿을 사람은 이쪽이지라우. 어떻게 잡은 것인디 한나라당에 내줘서야 쓰것어요" 상인 박영순씨(55)의 말이다.

이때문에 이번 대선보다는 내년 총선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는 정치세력들도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기에 빚어지는 기현상이다.

전통적인 범여권 텃밭에서 민초들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날지 각 당 선대본부의 표계산이 부산하다.

▲ 창조한국당 문국현후보가 15일 낮 서울 동대문 밀레오레 앞에서 가진 유세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재창조하겠습니다."  지난 12일 전북대학교 구정문은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선 후보를 보기 위한 시민과 학생들 1000여 명의 인파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모두 문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한 인파다.

물결 같은 인파 속에 놓인 그는 용기를 얻었는지 연설을 하며 곳곳에 '대한민국 재창조'라는 말을 양념처럼 넣으며 지지를 호소했다.

특히 젊은 층의 인기를 얻고 있는 문 후보가 CBS 인터뷰 방송을 마치고 오후 6시 전북대 구정문 앞 광장에 들어서자 여기 저기서 '문국현 대통령'이라는 연호를 외치며, 디지털 카메라와 핸드폰을 든 학생, 시민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문 후보 곁으로 몰려들어 가벼운 몸싸움도 일었다.

하교 길의 전북대 학생들은 문 후보의 뜻밖의 등장에 당황하며 악수를 하고 사진기자들을 향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문 후보는 이 곳에서 20여 분 정도 간단한 연설을 한 뒤 모래내 시장으로 이동했다. 그는 모래내 시장에서도 시장 상인들과 일일이 손을 부여잡고 부둥켜 안는 등 체온을 나누는 정치를 나누기에 바빴다.

또 전주시 경원동 객사 앞 유세에서는 걷고싶은 거리에 흰 천을 시민들이 맞잡고 문 후보가 이를 찢으면서 유세장으로 입장하는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이는 부패와 부정, 비리를 뚫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쇼핑을 위해 나온 시민들에게 모처럼 볼거리를 제공하기도 했다.

유세를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전주의 유명 비빔밥 집인 '가족회관'으로 이동하는 도중에도 학생과 시민들은 문 후보를 잡고 사인과 사진촬영 요구해 왔다. 제법 배고픔직한 시간이지만 그는 일일이 학생들과 시민들에게 사인을 해지고 또 함께 멋쩍은 표정까지 지으며 정답게 사진을 찍었다.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수행원들이 재촉을 하지만 문 후보는 밥 먹는 것보다 다음 일정보다 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무엇보다 소중한 듯 입가에는 시종 미소를 머금고 있다.

인천에서 문 후보의 유세지를 따라 왔다는 이효진씨(35)는 "문 후보를 너무도 좋아한다"면서 "문 후보가 가는 유세지는 모두 따라다니며 문 후보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고 연호를 외쳤다.

문 후보에게 사인을 받은 권혁중씨(21)는 "여자친구가 문 후보를 너무도 좋아한다"면서 "기존의 정치인과는 느낌이 다르고 신선하다"고 지지 입장을 밝혔다.

문 후보 일행은 이날 가족회관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마친 뒤 저녁 11시 서울 강남에서 대리운전자 대표들과의 대화를 위해 떠났다.

대통령선거가 코 앞에 다가왔지만 제주지역은 어디서도 선거분위기를 찾을 수 없다. 그나마 선거관리위원회와 각 선대본부에서 내건 현수막을 통해 선거가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이때쯤이면 많아지는 연말 각종 모임에서도 선거 얘기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각 대선 후보등록일 이후 몇일 동안 반짝하던 중앙인사들의 지지유세도 선거일이 임박하자 제주에서는 보기 힘들어졌다. 아침마다 출근길에 도열해 인사유세를 벌이던 각 정당에서도 이제는 도심지역의 표밭 갈기가 힘들자 중산간 지역에 치중하고 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각 정당마다 '찾아가는 유세'작전이다. 이전 같았으면 유세차량이 있는 곳이면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사람들이 모여들었으나 지금은 당원과 지지자들만이 연호하는 것이 고작이다.

따라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5일장을 찾아 유세차량을 옮겨 다니는 게 가장 큰 행사가 돼 버렸다. 5일장은 서민들이 가장 많이 모여드는 유일한 표밭이기 때문이다.

후보들도 선거일이 다가오자 '반짝 유세'로 치고 빠지는 식이다. 13일 창조한국당의 문국현 후보와 14일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역시 제주체류 시간은 몇 시간에 불과하다.

주민 강모씨(53.제주시 연동)는 "방송토론을 듣는 것이 전부여서 어떤 후보를 찍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같은 얘기를 되풀이하는 후보들은 식상해서 투표 참여 여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답답한 마음은 각 정당의 선거대책본부도 마찬가지이다.

한나라당 제주도선대본부 현명관 상임위원장은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제주출신 원희룡 의원이 17일 유세활동을 펼쳐 표심 굳히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통합민주신당 제주도선대본부의 양은범 정책실장은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지역을 대상으로 출근길 인사유세와 자연부락 중심의 유세활동을 통해 굳어진 표심 끌어안기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후보 선대본부측도 똑같은 입장이다. 이들은 유권자들이 겨울날씨처럼 마냥 굳어있는 표심을 풀기만 한다면 제주지역에서 절대적인 지지로 당선될 수 있다고 장담하고 있다. 
 
◆ 대선 지역별 르포-충청.강원, 李·昌 '선전'  
 
지난 대선에서 충청권의 표심이 당락을 좌우한 학습효과로 인해 각 정당과 대선 후보들이 대전 충남지역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투표일을 목전에 앞둔 시점에서도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글쎄유'다.

▲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대선후보 부부가 14일 오전 대전 은행동 으능정이 거리유세에서 한학마을 도덕회 어르신들에게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한나라당 이명박후보,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 등이 첫 공식유세를 대전에서 시작할 만큼 중원 표 획득에 공을 들이고 있으나 지역민들은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충청권은 그동안 각종 여론 조사에서 부동층이 가장 많은 곳으로 나타났었지만 최근 발생한 사상 최악의 태안 유조선 기름 유출 사고로 인해 대선에 대한 관심이 더욱 낮아졌다.

지역 주민의 관심이 태안 사고에 집중되고 있고 각 기관과 단체도 태안지역 피해복구 지원에 전력을 기울임에 따라 모 후보는 피해복구를 위해 이 지역에서 유세를 하지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은 각종 여론조사 등에서 현격히 앞서고 있는 이명박 후보 지지율을 굳히기 위해 지역단체들의 지지선언을 연일 이끌어내고 박근혜 전대표가 나서 지원유세를 벌이는 등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은 박병석 의원과 염홍철 전대전시장 등 공동선대위원장들을 주축으로 지역을 누비며 유세와 집회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만들이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독립문소공원에서 이명박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17대 대통령선거를 나흘 앞둔 15일 오후 부산 서면 부전시장 무소속 이회창 후보 유세장에서 이후보의 연설에 지지자들이 환호하고 있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지역을 연고로 출마했던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사퇴한 후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대선 이후 창당과 내년 제18대 총선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논산출신 민주당 이인제 후보도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면서 명예회복을 한 것으로 평가됐으나 지지율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전충남 주민들은 지역출신 후보들의 난립과 이합집산에 대해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종전처럼 대선과 내년 총선의 선택을 통해 민심이 어디에 있는지를 확실히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북지역은 대선이 종반전에 접어들면서 서서히 선거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충북지역은 지난 2002년 대선 당시 충청권 행정수도 이전을 약속한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며 2004년 총선엔 탄핵 역풍 속에서 열린우리당이 8석을 싹쓸이할 정도로 범여권 강세지역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참여정부에 대한 실망이 확산되면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선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충북선거대책위원회 공동선대본부장인 노영민 의원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노 의원은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충북도민들이 현명한 선택을 할 것으로 믿는다"면서 "온 국민이 결코 부패한 후보, 거짓말후보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 대선 후보들의 단골 유세장소인 청주 육거리시장에서 만난 상인 김모씨(54)는 "갈수록 서민들이 먹고 살기 힘들다"며 "이번 대선엔 반드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후보를 뽑아야 한다"고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충북선대위 오성균 공동선대본부장은 "충북에서 50% 이상 득표하는 것이 목표"라면서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이 교체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명했다.

충북지역 민심의 또 다른 특징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충북지역은 박근혜 전 대표의 모친인 고 육영수 여사의 고향으로 당내 경선에서도 이명박 후보보다 우위를 보였던 지역이다.

결국 이명박 후보가 박 전 대표를 누르고 한나라당 후보로 선출되자 충청권 출신인 이회창 후보가 반사이익을 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충북선거사무소의 김진영 공동위원장은 "이회창 후보가 도덕적인 국가를 세우기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린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며 박 전 대표와의 연관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충북지역 유권자 대부분은 아직까지 속 마음을 애써 드러내지 않고 있어 대선 후보들의 유세 현장은 썰렁한 상황이다.

청주 성안길에서 만난 대학생 연모씨(24)는 "젊은이들은 투표를 하겠다고 하면서도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20대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전했다.

이 같은 20대 유권자의 분위기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과 창조한국당의 저조한 지지율로 이어지고 있다.

청주MBC가 지난 11일 발표한 대선후보 여론조사에 따르면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6.0%,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3.7%, 민주당 이인제 후보 1.8%의 지지율을 보였다.

민주노동당 충북선대위 이인선 상임선대본부장은 "여론조사에서 민주노동당에 불리한 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지만 항상 선거 후에 보면 두 배 이상의 득표를 기록했다"며 "여론조사의 허구성에 연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창조한국당 충북선대위 이강일 선대본부장도 "대기업 중심, 토건사업 위주로 선진국으로 성장할 수 없다"며 "중소기업을 육성해 젊은층의 일자리를 만들어 낼 후보가 문국현 후보"라고 역설했다.

민주당 충북선대위 최현호 선대본부장은 "이인제 후보는 가장 깨끗하고 검증된 후보"라면서 "다시 보면 확실한 대통령감"이라고 완주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여유로운 한나라당 강원선대위는 '8부 능선을 넘었으니 대선 승리를 위해 조금 더 열심히 뛰어봅시다'라며 막판 표다지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12일 오전 7시 한나라당 강원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사무실은 푸른색의 '기호 2번 이명박'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수십명의 선거운동원들이 서로의 어깨를 주물러주며 화이팅을 외쳤다. 이들은 8부 능선을 넘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얼굴엔 여유로움마저 군데군데서 묻어났다.

현역 국회의원 8명 중 6명의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는 한나라당 강원도당은 중앙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막판 표밭 다지기에 모든 역량을 쏟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지난 12일 춘천과 원주를 잇따라 방문한 데 이어 원희룡 의원이 13일 삼척과 동해, 강릉, 속초를 숨가쁘게 달리면서 표밭을 다졌다.

앞서 박근혜 전 대표도 지난 6일 원주와 강릉에서 BBK와 관련해 '이 후보는 깨끗하다'는 검찰 수사발표를 강조하며 대세 굳히기에 힘을 쏟았다.

한나라당은 지난 총선에서 압승을 거둬 이번 대선도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강원도가 효자 노릇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단 지난 16대 대선 때 예상을 깨고 노무현 후보에게 상당수 표가 던져진 점을 상기하며 투표일까지 고삐를 바짝 죄어 고정표 단속과 부동표 흡수에 사활을 건다는 전략이다.

이와달리 대통합민주신당 강원선대위는 '총알이 넉넉치 않더라도 어느 정도 조달이 돼야죠'라며 애를 태우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강원선대위 관계자 10여명은 지난달 29일 오후 4시께 사무실에 모여 춘천을 찾은 오충일 대표에게 이구동성으로 중앙당의 발빠른 재정 지원이 아쉽다며 하소연했다.

이들의 표정에선 부패세력에게는 절대로 정권을 넘겨줄 수 없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신당은 지난 12일 정동영 후보가 문국현 후보와 이인제 후보에게 연정을 제안한 데 힘입어 흩어진 민주평화개혁세력의 표심을 하나로 모으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에게 몰표를 준 DMZ 접경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이 이번에도 정 후보쪽으로 쏠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도당 선대위 당직자들은 대북관계에 있어서 적대적인 한나라당보다 우호적인 신당이 휠씬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선대위 당직자들은 접경지역 유권자들은 개발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고립감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에 정동영 후보가 당선되면 대북관계가 호전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보고 접경지역 개발 공약 등을 집중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한편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들은 이번 대선을 총선의 '징검다리'로 보고 유세전을 펼치고 있다.

대선을 일주일 남겨둔 13일 오전 8시 춘천시내 곳곳에서 선거운동을 펼치고 있는 군소정당 후보들은 민주노동당 권영길,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 뿐이었다.

▲ 대선을 4일 남겨둔 15일 오후 강원 춘천시를 찾은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명동거리에서 만난 노점상인과 악수를 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무소속 이회창 후보 선대위는 일단 물량공세면에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대선 승리의 기쁨을 맛보겠다는 의지도 없어 보인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는 최근 유재규 도당위원장이 중앙당 차원의 선거지원 한계를 느낀다는 이유에서 탈당해 위기를 맞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이들 4명의 후보들은 대선을 통해 조직력을 최대한 강화해 나가고 있다. 내년 4월 9일 치러질 총선에서 깃발을 꽂겠다는 계산에서다.

민노당 강원선대위는 이명박, 정동영, 이회창 등 경쟁 후보들과의 차별성을 부각하며 '정책정당.서민정당'을 유권자들에게 알려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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