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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급증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기업경영 방어권 필요하다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올 들어 상장사를 중심으로 국내·외 ‘행동주의’ 사모펀드에 대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행동주의’ 사모펀드는 기업의 주식을 사들인 후 경영개입을 통해 이익을 거두는 집단으로 나쁘게 말하면 ‘기업 사냥꾼’이란 별칭이 붙기도 한다. 최근에는 유한회사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주식 532만2666주를 취득해 지분율 9%를 보유한 다음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 주주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일부 오너가의 독단적 경영형태와 불합리한 관습에 대해 사모펀드가 개입해 주주가치를 높이고 기업가치를 제고한다는 취지는 일부 동감한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본질이 이익의 극대화라는 데에 있어서 주주가치는 주주가치 제고는 그저 ‘명분’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론스타와 엘리엇이다. 행동주의 펀드 대부분은 명분을 가장 중요시 여긴다. 기업 지분을 취득하는데 있어 가장 활용하기 좋은 소재는 ‘주주가치’ 제고다. 하지만 결국 기업가치가 상승하게 되면 보유한 지분을 정리하고 회사를 매각하는게 사모펀드의 본질이기 때문에, 양면성을 지닌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행동주의 헤지펀드 관련 데이터 조사업체 액티비스트 인사이트의 연간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최근 적대적 경영개입이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는 기업의 지분을 확보한 뒤 직접적인 경영 간섭을 통해 투자 수익을 극대화하는 투기 펀드다. 이들은 일정한 의결권을 확보한 다음 기업에 자산 매각과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구조조정,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다른 투자자의 동조를 끌어내는 전략을 쓴다.

행동주의 글로벌 헤지펀드는 2013년 상반기 275개에서 올해 상반기 524개로 90%가량 급증했다. 공개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던 표적 기업도 2013년 570개에서 지난해 805개로 41%가량 늘었다. 여기엔 애플, P&G 같은 글로벌 기업도 포함돼 있다. 규모가 큰 기업에 대한 투자 비율이 높아지는 점도 특징이다. 시가총액 20억 달러 이상 기업 비중은 2016년 33%에서 2017년에는 36%로 높아졌다. 특히 아시아 권역에 기업을 겨냥한 경영개입 횟수는 2011년 10회에서 2017년 106회로 현저히 늘었다.

문제는 실제 사모펀드가 밝힌 목적의 진위가 ‘이익’인지 주주나 기업가치 제고인지 판별하기 어렵다는데 있다. 우리보다 앞선 자본주의를 실현하고 있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는 기업 방어권 제도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제도로는 ‘차등의결권 주식’과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제도)’이 있다.

차등의결권 주식은 ‘1주 1의결권’ 원칙의 예외를 인정하는 제도로, 미국·일본·영국·프랑스·싱가포르·스웨덴 등이 도입했다. 포이즌필 역시 경영권 방어수단 중 하나로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있을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싼 가격에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것으로 현재 미국·일본·프랑스 등이 시행하고 있다.

물론 이들 제도가 도입되면 기업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보호해 정상적 M&A까지 가로막음으로써 자본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경영의 비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단점도 지적된다. 경영권 강화로 인한 기업 소유주나 경영진 및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외국인 투자 위축과 주가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점도 단점으로 꼽힌다. ‘독약 조항’ 또는 ‘독소 조항’으로 번역되는 ‘포이즌 필’이라는 명칭이 붙여진 것도 이 때문이다. 올 한해는 어느 때보다 재계의 독단적이고 부도덕적인 행위때문에 일명 ‘재벌 개혁’의 필요성이 강조되던 한 해였다.

비윤리적인 기업에 대해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부정할 국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오너가 잘못했으면 오너만 처벌 받으면 된다. 총수의 일탈을 빌미 삼아 그룹 전체를 위협할 수 있는 사모펀드의 진입요건을 풀어주는 것이 과연 주주가치 제고인지 고민해봐야 한다.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사모펀드는 최종 정착지는 결국 돈이다.

홍석경 기자  adsl11654@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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