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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밀실에서 '비정한 예산' 나오지 말란 법 없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내년도 예산안 처리가 한창인 국회에서는 지난주 ‘비정한 예산’이 최대화두였다. 송언석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여성가족부가 요청한 한부모 가정 시설 지원 예산 61억원에 대해 전액 삭감을 주장해 의도치 않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국가가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 차관은 “예산을 삭감하면 아이들은 고아원에 간다”고 울먹였으며 송 의원은 “감정적, 감성적인 부분으로 예산이 치우치면 차후에도 영향이 생긴다”고 대응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여당 의원은 “비정하다”고 말해 의도치 않았던 ‘비정 공방’이 벌어졌다. 그러나 이번 발언은 송의원이 ‘정말 비정한 것인지 아닌지’의 문제를 떠나 특권적인 정치구조에서 비롯된 국회 예산 심의과정을 들여다봐야 한다. 한부모 가정을 지원하는 것은 의원의 말 한마디와 선심성으로 이뤄지는 것이 아닌, 국민의 당연한 권리 중 하나다.

송 의원의 말대로 예산은 한정돼있기 때문에 누군가가 우선순위를 매겨볼 필요는 있다. 부모 가정 시설 지원 예산은 내년도 470조원 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비교적 적지만 국회 예산 심의 절차를 재검토해볼 필요성을 남겼다. 국민이 낸 세금인 국가 예산은 적재적소에 쓰여야 하고, 이를 담당하는 의원들의 책무는 무겁다. 그러나 이번 ‘비정 논란’은 국회가 국민에게 신뢰받지 못하는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다만 예산을 심사하는 예결위원들도 할 말은 있다. 국정감사 등에 밀려 11월은 돼야 심의에 들어가게 되고, 정쟁으로 이마저 미뤄지면 10일 남짓한 시간에 수백조원의 예산을 살펴야 한다. 이번에도 시간은 더 촉박한 상황이다. 의원의 말 한마디에 100억원이 삭감되고, 증액되는 현 체제에선 충분한 심의 기간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해봐야 한다. 만약 송 의원의 발언이 기록에도 남지 않아 ‘밀실 심의’ 비판을 받는 ‘소소위’에서 누군가에 의해 나왔더라면 ‘비정 공방’은 없었을 것이고, 아무런 비판과 제동 없이 예산이 전액 삭감됐을 수도 있다. 단기간에 ‘바짝’ 예산을 들여다보는 구조다보니 민생예산보다는 지역구 챙기기에 주력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 혈세인 예산을 정치인들이 법적 근거 없이 ‘소소위’에서 마치 눈먼 돈처럼 취급하는 것은 단지 ‘관행’이라는 이유로는 충분히 납득되기 어렵다.

민생 예산과 관련해 국민이 필요로 하는 ‘현실 복지’ 이해도에 대한 의문도 남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출산장려금을 신설해 내년 10월부터 출생한 신생아 1인당 250만원을 지급하고, 내년 1월부터는 아동수당도 대폭 확대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250만원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아니다’라며 실효성에 의문을 던졌다. 거센 후폭풍을 불러온 한부모 가족 지원 삭감논란과, 수혜자도 썩 반가워하지 않는 해당 예산을 살펴보면 정부가 복지에 대해 어떻게 인식하는지 의문도 든다. 아이를 낳으라고 장려하기 전에, 이미 낳은 아이를 잘 키울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우선순위에 둬야하지 않을까.

김나현 기자  knh9596@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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