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미 실무라인 간 비핵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을 통해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김 위원장에게 던졌다. 교착상태를 톱다운 방식으로 풀어가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승부수를 던진 만큼 김 위원장도 북미 교착상태를 풀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해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 위원장이 선택에 기로에 선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를 출발해 뉴질랜드로 이동하는 공군 1호기 안에서 기자회담을 갖고 "(전날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연내에 서울을 답방할 경우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를 자기가 이뤄주겠다’는 메시지를 전해 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북미 교착 상태는 북측의 대북 제재 완화 요구를 미측이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 '김 위원장이 바라는 바'란 대북 제재 문제와 관련됐다고 해석되는 이유다.
미국은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호응하지 않았다고 알려져있다. 미측이 '선비핵화 후보상' 원칙을 고수하면서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실질적 성과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 이를 타파하기 위해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의 촉매제를 자처했고,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톱다운 방식의 해결이라는 메시지를 새로 얻어냈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서울답방에 나설지 여부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라는 바를 이뤄주겠다'고 했지만, 이 메시지에서 무엇을 이뤄주겠다는 것인지 아직 모호한 상태다. 오히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전까지 기존의 대북제재를 유지하자고 두 정상이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위험부담을 안고서라도 김 위원장이 서울답방할 경우 내년도 북미, 남북 및 한반도 주변정세를 주도적으로 끌어나가겠다고 결단을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 평양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 폐기를 꺼낸 김 위원장은 상응조치의 높이를 낮추거나 보유한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반출과 폐기 등에서 추가 조치를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에 호응하지 않는다면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내년 1~2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 개최 또한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김 위원장 답방을 통해 비핵화 진전의 모멘텀을 만들어야 하는데 북한이 그 정도로 준비됐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아직 시간이 있는 만큼 우리가 북한의 전향적 변화를 촉구하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