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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여의도 촛불?
송병형 정경부장

[매일일보 송병형 기자] ‘관성의 법칙’이 물질세계만을 지배하는 게 아닌듯하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우리 사회에도 변화를 거부하는 관성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지난 토요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민중공동행동 집회가 열렸는데 이 자리에서는 “투쟁의 끈을 묶고 직장에서 거리에서 투쟁해야 한다”는 외침이 울려 퍼졌다. 민중공동행동은 민주노총과 진보연대 등이 모인 단체로, 3년 전 이맘때 박근혜 정부를 끌어내리기 위한 투쟁을 시작했던 이들과 면면이 대동소이하다. 촛불 단체들이 촛불 정부를 공격하기 위해 다시 모인 것이다.

실제 이날 집회에서는 “탄핵 망치를 두드렸던 국회가 촛불항쟁 이전으로 세상을 되돌리려 하고 있다. 2년 전 노동자와 영세상인, 청년 등이 박근혜를 끌어내렸듯이 다시 한 번 힘을 모아 촛불의 염원을 실현하자”는 말이 나왔다. 또 “문재인 정부의 개혁역주행을 멈춰 세우고, 사회 곳곳에 박혀있는 적폐를 뿌리째 뽑아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스스로 촛불정부이기를 포기하고서는 그 생명을 연장할 수 없다”는 말도 나왔다.

심지어는 “임종석 비서실장을 때려잡아라”라거나 “(문재인이) 박근혜랑 다를게 뭐냐”는 말까지 나왔다.

아직까지 이들이 문재인 정부를 끌어내리자고 외친 것은 아니다. 실력행사에 나서기 앞서 문재인 정부에게 경고를 주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촛불이 타올랐던 광화문 광장 대신 한적한 국회 앞 도로를 택한 것이 방증이다. 정권과의 정면충돌보다는 여당과 국회를 압박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이들의 사고방식은 3년 전 촛불 때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 문제다. 법원의 제지로 실현되지 못했지만 민중공동행동은 당초 “국회를 포위해 그들이 위임받은 권력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알려주자”며 국회 담장을 에워싸는 행진을 계획했다고 한다. 국회는 대의민주주의의 상징이다. 이들은 대의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직접민주주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지금이 3년 전처럼 직접민주주의의 힘이 필요한 시점일까.

이들이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 자체만을 놓고 보면 각자의 이익을 위한 것들이다. 민주노총은 탄력근로제 확대 저지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고, 농민단체는 쌀값 인상을, 빈민단체는 노점관리대책 중단을 요구하는 식이다. ‘국회를 포위해 권력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알려주겠다’는 게 이런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라면 일반 시민들이 과연 공감할 수 있겠는가.

이들의 대정부 투쟁 선언은 탄력근로제 확대 문제에 대한 민주노총의 반발이 직접적 발단이 됐다. 민주노총은 경사노위 불참은 물론 대화나 협상마저 중단하고 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그저 시위를 통해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겠다는 것이다. 집단행동과 실력행사가 능사라는 인식은 과거의 적폐다. 다른 사람에게는 적폐청산을 외치면서 스스로의 적폐에는 무감각한 것은 이들에게 작용하는 구태의 관성이 그만큼 강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송병형 기자  byhysong@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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