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근본 취지 어긋난 ‘광주형 일자리’… 협상의미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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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근본 취지 어긋난 ‘광주형 일자리’… 협상의미 있나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8.11.28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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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광주형 일자리’ 협상 시한이 이번 주말로 다가왔다. 광주형 일자리 협상은 내년도 예산안 처리 시한 12월 2일을 마지노선으로 정했다. 하지만 진행은 여전히 답보상태다. 사업 본질은 이미 훼손됐다. 노사상생형 일자리 창출의 시범 혁신모델로 주목받았음에도 좌초될 위기에 놓인 이유다.

광주형 일자리의 기본 개념은 고임금 제조업인 완성차 공장을 짓고 임금을 절반으로 낮춰 가격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이대로 성공만 한다면 자동차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률도 올라가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현대차는 고비용·저생산 구조를 개선하고, 광주시는 일차리를 창출하는 상생모델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의미는 크게 퇴색했다. 임금, 근로시간, 단체협상 유예 등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항이 달라진 것이다. 광주시 협상단은 한국노총을 중심으로 한 지역 노동계를 달래기 위해 애초 취지가 변질된 방안으로 합의했다. 사측인 현대차는 배제됐다. 이에 투자자인 현대차가 참여할 유인이 없어졌다.

광주형 일자리의 핵심인 ‘반값’ 임금은 사라졌다. 근로시간도 ‘주 40시간’으로 줄었다. 현대차가 당초 광주형 일자리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이유는 바로 반값 임금(3500만~4000만원)에 주당 44시간을 책정한 데 있다. 결국 다른 자동차 공장 수준의 임금 인상 가능성, 추가 노동시간에 따른 특근비가 지출될 수 있는 ‘위험한 카드’를 손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노총도 가세했다. 파업으로 싸울 만반의 채비도 갖췄다. 민노총은 지난 21일 ‘광주형 일자리 논의 중단’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벌였다. 파업 참가인원에서 현대기아차 노조 비중은 80%를 넘어섰다. 노조는 광주형 일자리가 전면 철회되지 않을 시 강력한 대정부 투쟁에도 나선다고 밝혔다.

현대차 입장은 난처하다. 현재로서는 광주형 일자리가 수익성이 떨어지고 불안요인도 높아 보인다. 가뜩이나 현대차는 최근 어닝쇼크의 실적을 보였다. 4분기 연속 1조원을 밑도는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등 위기감도 높아지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악재에 불안요소를 추가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광주형 일자리는 국내 자동차 산업을 보완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산업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의 위기 상황이다. 현대차에게 무조건적인 양보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온갖 위험을 감수하고 광주형 일자리 사업에 나설만한 이유도, 명분도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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