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재벌이면 일단 때리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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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재벌이면 일단 때리고 보자?
  • 변주리 기자
  • 승인 2011.10.21 1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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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신세계 물고 늘어지는 어떤 시민단체 이야기

[매일일보=변주리 기자]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에서 확산된 안철수-박원순 바람과 함께 시민세력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기성 정당들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지 못하는 사이 권력에 맞서 온 시민단체 및 시민운동가들이 정당을 대신할 대안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가 제4의 권력이 됐으며, 시민운동을 사적인 이득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비판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광주의 한 지역시민단체가 제기한 광주 신세계백화점 불법 증축 의혹 논란 취재는 이러한 ‘일각’의 우려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는 경험이었다.

문제의 시민단체는 광주신세계가 불법 증축을 했다는 구체적인 증거자료를 묻자 “구청 측에 요청한 건축허가증이 전부”라며 고발장을 포함한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이미 해당업체 사진과 함께 검찰 고발 사실을 보도자료로 배포했으면서 관련 자료는 공개하지 않겠다니 이상한 일이었다.

그런데 광주 서구청 담당 공무원은 “해당 시민단체는 건축허가증을 요청한 적도 없고, 검찰과 여러 기자들이 찾아와 건축허가증을 열람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 없어 그냥 돌아갔다”며 “해당 시민단체가 뭘 잘 모르고 벌인 일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광주신세계 관계자는 “시민단체라면 정당하게 의혹에 대한 확인 과정을 거치고 검찰 고발을 하든 언론에 알리든 해야 하는데, 언론에 보도자료부터 뿌렸다”며,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으나 시민단체라는 허울을 쓰고 한 기업을 부도덕하게 몰아가려 하고 있다”고 황당한 심정을 전했다.

이 시민단체는 2008년부터 2010년 사이에는 광주신세계가 ‘꽃집’이 입점해있던 자리를 구두수선점으로 바꾸는 등 최초 시설이용 허가 당시와 다른 업종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불법용도변경’이라며 부당이득 환수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사실 광주신세계는 신세계이마트그룹의 여러 지방분점 중 유일하게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되어있어, 여러 시민단체에서 지분 확보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그룹 후계자인 정 부회장과 신세계이마트그룹의 최대 약점(?)이 광주신세계라는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아무 근거 없이 의혹부터 제기하고 보는 행태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렇지 않아도 시민단체 운동의 책임성 문제로 온 나라가 들끓고 있는 시점에 불거진 이번 일이 ‘아님 말고’ 식으로 끝나는 해프닝으로 끝날까 우려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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