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의 속살]‘대한항공 종북 조종사’ 사건의 의문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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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의 속살]‘대한항공 종북 조종사’ 사건의 의문점들
  • 김경탁 기자
  • 승인 2011.10.20 19: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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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최소 5월 이전 사건 인지…재보선 일주일 전 발표

[매일일보=김경탁 기자] ‘자유에너지개발자그룹’(http://scintoy.com/)이라는 개인홈페이지는 압수수색 이틀 뒤인 20일 현재까지도 여전히 접속이 가능하다.

북한체제를 찬양하는 사이트가 발견되면 즉시 접속을 차단하거나 사이트 폐쇄 조치를 내려온 경찰의 기동성을 감안하면 잘 이해가되지 않는 일이다.

19일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본 결과 의문은 곧바로 풀렸다. 사이트에 북한을 찬양하는 내용이 전혀 없었던 것이다.

경찰이 지적한 ‘자유토론’ 게시판을 접속해본 결과 문제의 게시판은 올해 5월 하순 이후로 이용 갱신이 되지 않아 잠정폐쇄된 상태라는 공지가 있었다.※ 공지는 20일 다시 접속했을 때 “신청이 되지 않았거나 존재하지 않는 DB입니다”라는 내용으로 바뀌어있다.

결국, 경찰이 이 사건을 인지하고 증거를 확보한 것은 아무리 늦어도 5월 이전이라는 말이다. 5월 이전에 인지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거나 기소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반년이나 지난 후면서 10·26재보선으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전인 10월19일에 발표한 것이다.

문제의 ‘자유에너지개발자그룹’ 사이트 여전히 접속 가능

김씨,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 회원들과 적대 관계 추정돼 

이번 사건 관련 키워드들로 구글링을 해보니, 여러 언론에서 대한항공 현직 기장 김모씨가 찬양했다는 종북사이트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약칭 사방사) 운영자 황길경씨와 사방사 사이트는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미 일종의 ‘안티스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사방사 사이트를 통해 황씨가 주장하는 내용이란 것이 “북한은 이미 미국보다 100년 정도 진보된 군사 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인공 태양을 성공했으며 방사능이 발생하지 않는 신형 핵무기를 100기 이상 보유하고 있고, 플라즈마 스텔스기, 광선무기, 3차원미사일, UFO를 개발했다. 북한은 우월한 군사 기술로 이미 태평양을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미국과 전쟁을 치루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미 2년 전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강국들이 비밀리에 항복을 선언했다”는 등의 황당무개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황씨는 무려 3년 동안이나 장문의 진지한 문체로 이런 내용의 주장을 펼쳐왔고, 사방사 회원들은 그런 황씨를 ‘사령관’이라고 부르면서 추앙(?)해왔다는 것이 네티즌들의 설명이다.

특히 “2009년 클린턴 방북은 그 항복을 확실히 하기 위한 특사였고, ‘유대자본’의 지배를 받는 모든 강대국들은 지금 북한에 어마어마한 배상금을 지불하는 중이며, 북한에서 활동하는 유엔 대북 인도적 지원 팀이란 실은 위장한 배상금 팀”이라는 주장에 이르러서는 실소를 넘어 말문이 막힐 지경이었다.

김씨=무시칸 철학자?

여러 매체에서 김모씨가 북한을 찬양하는 결의를 다지기 위해서 작성했다며 일부 인용 보도한 ‘빨갱이가 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글도 전문을 확인한 결과 실제 내용은 보도기사들과 사뭇 거리가 있었다.

“과거에는.../맞아죽을 각오/얼어죽을 각오/굶어죽을 각오//현재에는......../파문당할 각오/왕따당할 각오/고문당해 죽을 각오//문득 술 한잔 하다가 떠오르길래...//과거에 비해 많이 부드러워 졌죠 ㅎㅎㅎ”

이 글이 김씨가 직접 작성한 것이 사실이라면 김씨가 종북활동을 했다는 경찰의 주장은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글의 원 작성자는 정치칼럼 사이트 <서프라이즈>에서 ‘무시칸 철학자’라는 닉네임을 쓰는 논객으로 확인되는데, 이 ‘무시칸 철학자’란 논객은 문제의 ‘사방사’ 회원들과 적대관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김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경찰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고 한다. ※ 20일 보도 {“내가 월북을? 말도 안돼”…종북(從北)수사 대상 항공사 기장 ‘실소’}링크라는 제하 기사.

인터뷰에서 김씨는 사람들이 거의 찾지 않는 자신의 과학 관련 홈페이지 사이트 자유게시판에 자신의 생각이나 감상 등을 올렸을 뿐 “국가보안법에 걸릴 정도의 심각한 활동을 한 적도 없고, 게시물이 수위를 넘어서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컷뉴스>는 특히 경찰이 항공기를 몰고 월북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데 대해 김씨가 헛웃음을 터뜨리면서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다. 화해의 시대가 오면 당당하게 방문할 수 있는데 처자식과 노부모들이 다 있는 이곳을 놔두고 왜 그런 ‘엄청나게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월북을 하겠나”라고 되물었다고 전했다.

한편 <노컷뉴스>는 경찰의 이번 김씨 사건 발표가 재보선을 앞둔 상태에서 김씨 사건이 불거지는 것이 정치적인 계산에서 나온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며, 한상대 검찰총장이 취임 시 ‘종북 좌익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결국은 임기말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보안법을 이용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라고 비판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이광철 변호사의 코멘트를 전했다.

서프라이즈 캡쳐
서프라이즈 캡쳐
서프라이즈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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