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학 시간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를 죽인다
상태바
[기자수첩] 대학 시간강사법이 오히려 강사를 죽인다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11.25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대학 시간강사의 교원 지위를 인정하고 고용 안정성을 높이는 고등교육법 개정안(강사법) 시행 가능성이 커지면서 현업에 있는 대학 강사들이 술렁거리고 있다.

지난 2010년 한 대학강사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8년만에 법안이 마련됐지만 부작용은 여전히 노출돼 있다. 몇 년의 유예로 이제 내년 시행 가능성이 높아진 점만은 높이 사나 대학 강의의 약 30%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시간강사를 살리는 법이 될지는 의문이다.

대학 시간제강사(강사)는 대학에서 호칭은 교수지만 시간당 보수를 받고 강의를 하며 임금과 처우 등에서 전임교수와는 차이가 있다. 이번 개정안은 강사에 대한 교원 지위 확보와 재임용기간 최소 3년 보장, 방학중 임금지급 등 고용불안 해소에 초점을 맞췄다.

또 수업기간 동안 임용 후 자동퇴직되는 고용기관도 우선 3년을 보장하고 대학별로 자율성을 부여해 재고용하고 수업이 없는 방학기간에도 전임교수와 마찬가지로 임금이 지급된다.

내용만 보면 대학 시간강사들에게 유리하지만 오히려 고용 경직성과 예산 가중이 부담스러운 대학들이 국회 통과 이전에 강사 수를 감축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또 강의 대형화와 개설과목·분반 축소를 통해 시간강사들에게 강의 기회를 줄이고 있다. 강사법 적용을 받지 않는 겸임·초빙교수 등 단기간 비정규직 교수 양산을 늘릴 가능성도 높다.

대학이 시간강사법 개정안으로 들어갈 추가 비용은 연간 30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반값등록금과 학생 수 감소로 재정이 줄어든 대학 입장에서는 오히려 시간강사의 대량 해고를 통해 곳간을 채우려고 하고 있다. 중앙대의 경우에는 내년 1월까지 현재 1200명 수준인 시간강사 수를 500명으로 감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모 대학에 출강하는 A 강사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지도교수들의 도움으로 강의를 하고 있지만 시간당 4만원도 되지 않는 보수를 받고 있고 이마저도 잘릴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며 “강사법 개선안이 오히려 대학들에게 비용상승 부담을 줘 강사를 고용하지 않을 게 보인다”고 하소연했다.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교양과목 등에 시간강사를 채용하고 있지만 3년간 임용을 보장하고 방학때도 임금을 지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일단 국회에서 어떻게 결정이 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은 사립대학이라고 해도 교육의 제기능을 볼 때 공공의 자산이며 공공선(公共善)을 위해 운영돼야 한다. 강사법 개정안이 요구하는 것은 시간강사가 양질의 대학교육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권과 처우를 보장해달라는 점이다. 일부 대학이 돈의 논리를 먼저 앞세워 최소한의 인권적 요구마저 거부한다면 대학 교육의 공공성을 부정하는 셈이다.

대학이 예산을 핑계로 시간강사의 대량해고를 하지 못하게 교육부가 미리 예산을 확보하고 강사법의 취지에 맞게 의지를 보여야할 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