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조용병 회장이 여성리더에게 주문한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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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조용병 회장이 여성리더에게 주문한 ‘불편한 진실’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8.11.2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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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왜 이러는 걸까요? 불편한 진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이는 2011년부터 2013년까지 2년간 KBS 개그콘서트에서 반영됐던 ‘불편한 진실’이란 코너에 나오는 대표 대사다. 해당 코너는 사회적 현상이나 일상적 상황 속에서 미처 포착되지 못했거나, 가려졌던 모습들을 들추어 웃음을 유발해 인기를 끌었다. 

무려 5년 전에 종영된 해당 코너 얘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여성 직원들에게 당부했던 한 마디에서 위의 대사가 불현 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제1회 신한금융그룹 여성 리더 쉬어로즈 콘퍼런스(SHeroes Conference)’에서 HERO의 알파벳 H·E·R·O에 착안한 키워드를 통해 당부의 말을 전했다. 

△H(Human) 사람을 남기는 리더 △E(Expansion) 리더로서 시선의 높이 확장 △R(Role model) 후배들의 롤 모델 △O(Oblige) 리더에게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 등을 실천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한 쉬어로즈느 신한금융그룹 차원의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이다. 

조 회장의 언급한 말만 보면 불편하게 느낄만한 부분은 없다. 금융권 ‘유리천장’이 ‘방탄유리천장’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단단하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인 가운데, 금융사 회장이 이렇게 직접 나서 독려한다는 것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바라보는 이를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여성리더가 ‘리더’로써 기량을 충분히 펼칠만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채, 단지 리더라는 이름으로 책임을 다하라고 강조하고 있어서다. 더욱이 금융권 내에서도 남성 중심의 보수적인 사내문화로 유명한 신한금융에서 말이다. 

신한금융의 올 3분기 기준 직원현황을 살펴보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정규직 직원) 147명 중 남성 직원은 120명, 여성 직원은 고작 27명에 그친다. 여성 직원의 수가 남성 직원의 약 20%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 지난해 역시 총 137명의 정규직 직원 중 남자는 118명, 여자는 19명이었다. 

신한금융의 주 계열사인 신한은행 역시 올 3분기 기준 1만3133명 중 남자 직원은 7164명인 반면 여성 직원은 5969명으로 1195명 적었다. 임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총 30명의 임원 중 여성 임원은 단 1명도 찾아볼 수 없다. 

직원 수에만 차별이 있는 것일까. 급여 역시 남녀 직원 간의 차이는 컸다. 신한금융의 1인평균 금액을 살펴보면 남자직원의 경우 9억1000만원, 여성 직원은 6억원이다. 신한은행 역시 남성은 8400만원, 여성은 5100만원으로 무려 3300만원가량 적었다. 

이처럼 남자 중심의 사내 조직에서 여성 리더들에게 책임을 주문하는 것은 ‘독려’가 아니라 ‘종용’이고 ‘강요’가 아닐까. 더욱이 현재 신한은행이 2016년 남녀 합격 비율을 인위적으로 3:1로 맞추기 위해 면접점수를 임의 조작해 남성 지원자를 추가 합격시킨 것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 속에서 어떤 여성리더가 조 회장의 말에 진정성을 느낄까 싶다.

신한금융은 여성 직원들을 위해 경력개발 지원은 물론 유연근무제 활성화, 그룹 공동 어린이집 증서을 통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전에 기본적인 채용부문과 급여부터 차별을 없애고, 양질의 업무 환경을 제공하는 게 순서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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