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알짜땅’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첫 출발부터 ‘삐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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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알짜땅’ 유엔사부지 개발사업, 첫 출발부터 ‘삐그덕’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8.11.19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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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 주민들, 조망권·안전성 등 문제 삼아 항의 나서
고분양가로 임대후 분양 ‘나인원한남’ 전철 가능성도
용산 유엔사부지 위치도. 사진=한국주택토지공사 제공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유엔군사령부(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사업’이 닻을 올렸지만 향후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인근 단지 주민들이 배치도 등에 이의를 제기하며 반발하면서 첫 단추부터 잡음이 일고 있어서다. 

주민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통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업게에서는 고분양가 통제를 벗어나지 못할 경우 ‘나인원한남’처럼 임대 후 분양 등으로 우회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9일 용산구 이태원동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보고서 초안 검토회의를 개최했다. 용산구는 지난달 26일부터 오는 23일까지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공람을 진행 중이다.

용산구 관계자는 “23일 공람이 종료된 이후 주민들이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면 공청회도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계획안에 따르면 5만1753㎡ 부지에 지하 7층~지상 20층 아파트 5개동 426가구와 오피스텔 2개동 1053실을 포함한 오피스, 호텔 등이 지어진다. 사업비는 약 2조원이며 사업기간은 2022년 12월까지로 예정돼 있다. 사업시행은 일레븐건설의 특수목적회사인 용산일레븐이 맡는다.

유엔사부지 복합개발사업 배치도. 사진=용산일레븐 제공

하지만 사업진행이 순탄치 않다. 지난 9일 용산구 크라운관광호텔에서 주민설명회가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당일 주민들의 반발로 일정이 연기됐다. 유엔사 부지의 인접 단지인 청화아파트의 비상대책위원회가 △조망권 침해 △안전성 문제 △향후 재건축 진행 어려움 △충분하지 않은 사업 설명 등의 이유로 시행·시공사 측에 항의, 주민설명회가 무산됐다.

청화아파트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건축도면을 살펴보면 12층 높이의 청화아파트를 유엔사부지의 13층과 20층 높이의 오피스텔이 에워 싼 상태에서 담을 쳐 놓아 청화아파트 단지 북쪽을 완전히 가려놓았다”며 “사업진행을 위해 40m 가량의 지하를 파게 되는데 바로 인근에 위치 한 지은지 40년이 다 되가는 청화아파트는 균열 등의 위험에 노출될 수 밖에 없다”고 성토했다.

이어 “계획대로 진행 시 청화아파트와 너무 인접해 지어져, 유엔사부지 개발 후 입주가 완료되면 향후 청화아파트 재건축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을 공산이 크다”며 “공청회 개최 요구도 높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용산구청 측은 자료 제시가 충분하지 않다는 주민들의 의견을 사업시행자가 수용해 다시 주민설명회 일정을 조율 중인 상태라고 전했다.

주민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루더라도 HUG(주택도시보증공사)의 고분양가 통제도 넘어야 할 산이다.

일레븐건설은 지난해 6월 유엔사부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공급예정가액인 8030억원보다 2000억원 이상 높은 1조552억원에 매입했다. 업계에선 인근인 한남동 외인아파트 부지에 짓는 ‘나인원한남’보다 교통과 입지가 더 좋은 편인데다 토지 매입 가격이 2배가 넘어 더 높은 분양가가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정부가 고분양가를 차단해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어 분양가 책정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유엔사부지도 앞서 ‘나인원한남’이 HUG와 분양가를 두고 줄다리기를 하다 분양가 격차를 끝끝내 줄이지 못하고, 임대후 분양 전환 방식으로 사업 방향을 튼 것과 같은 선택을 할 것이란 업계의 추측이 나오는 이유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유엔사부지도 정부의 분양가 규제에 발목을 잡힐 것으로 보여 ‘나인원한남’과 비슷한 전철을 밟지 않겠나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일레븐건설 관계자는 “인허가부분이 외적인 부분에 좌우되는 부분이 있어 추이를 지켜보는 중”이라며 “HUG 분양 보증 등 인허가 절차를 원칙적으로 진행하고 추후 상황에 따라 고려해 볼 사항은 다시 검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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