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 확산되는 ‘절대평가’…“부작용 최소화 방안 강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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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가에 확산되는 ‘절대평가’…“부작용 최소화 방안 강구해야”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11.19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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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 스펙 전쟁에 학점 잘 주는 교수 찾기도
연세·이화·고려대 등 일부 과목 절대평가 도입
성신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성신여대.

[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 학생들에게 깐깐한 수업방식으로 유명한 A교수는 학기말이 되면 고민에 빠진다. 한 학기 수업을 열심히 한 학생들의 성적을 정해진 비율에 맞춰 학점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간 성적 차이가 거의 없어 대부분 80~90점대에 몰려있지만 수강생의 70% 이하에게만 A, B학점을 줘야한다는 학칙이 있어서다. 과제와 시험을 잘 봤어도 어쩔 수 없이 C학점을 줘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대학은 학점 평가에서 상대평가를 적용하고 있다. 취업난 속에서 좋은 학점은 중요한 스펙의 일부분이어서 학생들 역시 수업 내용보다 학점을 잘 주는 교수들을 찾고 있다. A·B학점을 줄 수 있는 비율이 각각 30% 내외로 고정돼 있기 때문이다.

대학이 상대평가로 학점을 주게 된 이유는 교육부의 대학구조개혁 평가 영향탓이다. 교육부는 지난 2014년 12월까지 대학평가 항목에 ‘성적 분포의 적절성’을 목적으로 상대평가 여부를 반영해오다 "대학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존중하겠다"며 2015년 1월 해당 항목을 삭제한 이후 상대평가를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서울지역 일부 대학들이 절대평가제로 학점 평가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19일 대학가에 따르면 연세대는 2019학년도부터 상대평가제를 폐지하고 평가 방식을 과목별 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각 학과는 학사제도위원회를 구성해 성적평가 방식에 대한 내규를 제정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의대에 한해 지난 2014학년도 본과 1학년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했으며 의대 절대평가의 경험이 이번 평가 기준 변경의 기준이 됐다.

연세대 관계자는 “상대평가제 폐지가 절대평가제 전면 도입은 아니고 과목별로 자유롭게 성적 산정 방식을 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절대평가를 한 의대 2018학년도 졸업생들의 의사 국가고시 성적 분포 등을 분석해보니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합격률과 성적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또 이화여대도 올해 1학기부터 1년간 학부 전체 교과목 성적을 교수가 원하는 방식으로 평가하는 ‘교수자율평가’ 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교과목 특성에 맞게 상대평가·정대평가 중 택하거나 두 가지를 절충할 수 있다.

고려대도 지난해 2학기부터 학교 규정을 ‘절대평가를 원칙으로 하되 필요하면 상대평가할 수 있다’고 바꿔 67.1%의 수업을 절대평가로 실시했다.

하지만 대학가 일각에서는 “절대평가가 도입되면 학점 인플레이션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가 상대평가제를 도입한 것도 기업들이 채용과정에서 ‘학점이 부풀려져 믿고 쓸 수 없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절대평가가 도입되더라도 이 같은 우려를 포함, 절대평가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들이 먼저 강구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지역 한 대학 관계자는 “모든 대학이 절대평가를 도입하면 학점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화돼 학점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하게 될 수 있다”라며 “획일적인 정책보다는 교수의 재량과 전공, 과목의 특성을 반영한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게 우선이고 교수의 평가 역량도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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