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회계감독제도…당국 길잡이 역할에 그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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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회계감독제도…당국 길잡이 역할에 그쳐야”
  • 이화섭 기자
  • 승인 2018.11.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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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재량·고의성’ 어떻게 구분할지 불명확해”

[매일일보 이화섭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권고와 과징금 80억원, 검찰 고발 등을 의결했다. 이번 삼바 분식회계 결과로 회계법인들이 고민에 빠졌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어 원칙 중심의 국제회계기준(IFRS) 체제의 한계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회계감독당국이 기업에 사전적·자발적 수정을 유도하는 ‘길잡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IFRS는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으로 원칙 안에서 기업에 회계처리 판단에 대한 재량과 책임을 주는 방식이다. 기업들이 지켜야 할 규정을 일일이 제시하는 미국 회계기준과는 근본적으로 접근 방식이 다르다.

한국은 지난 2011년 IFRS를 전면 도입했다. 지난 7년간 IFRS를 정착시키기 위해 기울인 노력은 이제 감독 방향에 대한 논의로 넘어가고 있다.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논란으로 ‘원칙주의’ 회계처리에서 어떻게 감독 방향을 잡아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현재 회계감독제도는 기업들이 IFRS를 제대로 지키고 투자자에게 보고하도록 유도하는 데 많은 한계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IFRS를 주도하고 있는 영국과 독일의 경우 ‘자발적 수정’ 중심의 감독을 도입하고 있다. 규정 중심의 회계기준 아래에서는 규정을 지키지 않은 기업을 사후적·규제적으로 감독하는 것이 효율적이었다면, 원칙 중심의 회계기준에서는 사전적·자발적 감독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결과가 발표되면서 회계법인들의 고민은 깊어졌다. 회사의 ‘재량’과 ‘고의성’을 어떻게 볼 것인지가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특히 논란이 된 바이오에피스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 및 지배력은 IFRS에선 큰 틀만 제시하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는 명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진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FRS는 큰 원칙 내에서 회계처리의 재량을 인정해 준다”며 “회계제도는 IFRS인데 감독당국의 방침은 미국회계기준(US GAAP)을 적용하는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다를 바 없어 둘 간의 간극이 크다”면서 “회계감독당국은 사전적·자발적 수정을 유도하는 ‘길잡이’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US GAAP은 룰(rule) 베이스로 재무제표 작성시 어떻게 작성하라는 지침을 제공해 주는 반면, 유럽에서 사용되는 국제회계기준 IFRS는 큰 원칙만 제공하고 그 안에서 회사의 재무제표 작성에 재량을 인정한다. 따라서 미국에선 회계원칙을 어겼을 시에는 파산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제제가 따르지만, 유럽에선 통상 벌금형 수준에 징계를 가한다.

업계에선 이번 증선위 결정으로 분식회계 논란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삼성그룹의 이미지 타격은 금액으로 환산하기 힘들다. 삼성그룹이 분식회계를 단행한 것으로 확정되면서, 향후 해외 M&A를 비롯해 투자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크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가 시급한 문제라기 보다 삼성그룹이 분식회계 기업으로 결론 난 것이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라며 “삼성그룹의 대외 활동에 상당한 지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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