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교착상태 길어지자 CVID 재등장...리비아식 회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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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교착상태 길어지자 CVID 재등장...리비아식 회귀 우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8.11.1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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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볼턴 주도 대북 강경책 득세 분위기 / 비핵화 봉합수준 타결시 '文정부 치명타'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만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고,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어줬던 과거를 답습할 수 없다는 말까지 꺼냈다. 대북 제재 완화 문제를 두고 북미 간 교착상태가 길어지면서 미국이 초반 강경론으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펜스, 대북 압박 발언 메시지 연발

15일 싱가포르에서 나온 펜스 부통령의 발언에는 미국 정부 내 강경론의 득세를 짐작케 하는 표현들이 발견된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CVID 진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야 된다”며 “많은 발전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할 일이 많이 남아있다”고 했다. 특히 북한을 향해서는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주문했다. 펜스 부통령은 문 대통령과의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솔직히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핵을 포기한다는)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줬지만 이후 그 약속은 다시 깨졌다”며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 같은 강성 발언은 이번 순방을 나서면서부터 시작됐다. 미국시간 11일 경유지인 알래스카에서 문 대통령에게 “한미일은 CVID를 달성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겠다고 했고, “미국은 북한을 테이블로 끌어내준 압박 캠페인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순방 직전 언론 기고문에서는 “분명히 밝히건대 미국은 북한에 대해 전례 없는 외교·경제적 압박을 계속 가해나갈 것”이라고도 했다.

▮CVID 재등장 리비아식 회귀 조짐

펜스 부통령의 CVID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북한이 패전국에게나 쓰는 표현이라며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 때문에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전후해 CVID 대신 좀 더 부드러운 FFVD(최종적이고 전적으로 검증된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해 왔다. 그러다 북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재등장한 것이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행사에서 “미국이 이달부터 CVID라는 말을 쓰기 시작했다. 다시 CVID로 돌아간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협상이 리비아 방식으로 회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리비아 방식은 완전한 핵포기 조치 이후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리비아가 이 방식을 택했다 정권이 전복되는 최후를 맞이한 탓에 북한이 ‘질색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미 정부 내 강경파가 선호하는 방식이다.

▮4차 남북정상회담 조기추진 필요

정 전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데, 미국은 남북관계 선행에 반대하고, 대북제재 완화 요구를 한미공조 파괴 행위로 규정하면서 선비핵화 후보상의 정책을 추종하길 바라고 있다”며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쟁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서히 실무진 쪽으로 끌려가는 게 아닌가 한다”고 했다. 볼턴 보좌관이 펜스 부통령을 움직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까지 끌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 전 장관은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어렵다면 중국을 압박하고 견제하는 차원에서 북핵 문제 봉합과 북미 수교를 교환할 가능성이 있고, 그러면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선조치를 일부 이행하도록 직접 설득해 싱가포르 합의의 이행에 시동을 걸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4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켜서 북미대화의 불씨를 살려내야 한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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