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2차 북미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연기되고 북미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다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청했다. 북한을 설득해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도록 해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에 따르면,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펜스 부통령은 15일 문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맥락을 보면 북미 간에도 대화가 진전되고 있고 그 속에서 별도로 문 대통령에게 부탁한 것으로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펜스 부통령의 요청은 특히 2차 북미정상회담과 북미 고위급회담에서 우리 측의 적극적인 중재가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펜스 부통령에게 "조만간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텐데, 특히 북미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프로세스에는 큰 진전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펜스 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에 대해서 저희도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며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이뤄야 하는 부분에서 진전을 봐야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계속 노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앞으로도 더 많은 중요한 조치를 북한이 취함으로써 우리가 가진 공동의 목표를 궁극적으로 달성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당초 이번 면담에서는 대북제재 완화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면담에서는 제재 관련 대화는 없었다고 전해진다. 다만, 펜스 부통령은 면담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는 과거 정부가 했던 실수를 반복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솔직히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핵을 포기한다는) 북한의 약속만 믿고 제재를 풀거나 경제적 지원을 해줬지만 이후 그 약속은 다시 깨졌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를 감안하면, 제재 완화는 없으며 북한의 추가적인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게 미국의 입장이고 이를 위해 한국이 힘써야 한다는 요청을 이날 문 대통령에게 전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