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안동일의 팩션 역사소설 ‘조선여인 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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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안동일의 팩션 역사소설 ‘조선여인 금원’
  • 류은화 기자
  • 승인 2018.11.15 08: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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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류은화 기자] “조상 잘 만나 떵떵거리며 대대손손 잘사는 양반들 세상 말고, 천출이어서 못나고 가진 것 없는 상것들도 아픔 없이 살아가는 세상, 만들어주시겠소?”

SBS-TV 16부작 미니시리즈로 드라마화 됐던 통일 염원 소설 ‘해빙’의 작가 안동일이 장편 팩션 역사소설 ‘조선여인 금원’(인북스)을 펴냈다.

이 소설은 민중들의 개화로 봉건사회가 몰락의 조짐을 보이던 조선조 말, ‘호동서락기’라는 걸출한 문집을 남긴 기생 출신 여류시인 김금원을 주인공으로 하여, 신분사회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한 양반 계급의 역사적 고질병인 갑질과 이에 맞서는 서얼, 노비, 천민들이 중심이 된 을(乙)들의 저항과 투쟁을 그린다.

김금원은 조선 후기의 대표적 여류시인으로 시대의 질곡과 성차별 그리고 신분질서, 한마디로 그 시절의 갑질에 맞선 진취적인 여인이다. 이 땅의 권력 부패를 질타하고 세도정치의 악습을 끝내려 온몸을 불태운 민초들의 저항 의지가, 고려말의 실패한 개혁가 신돈의 사상을 따르는 비밀조직 을해결사의 활약으로 구현되는 이 소설은, 우리 역사의 뒤안길에서 고비마다 세상의 물줄기를 바꾸려 분투해온 풍운아들의 뜨거운 숨결을 되살리고 있다.

승자, 곧 양반 엘리트들만의 기록인 역사에서 흔적 없이 사라져간 기층민중들의 혁명 정신이야말로 진정한 인류 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이 소설은 주장하고 있다.

몰락한 양반의 서녀로 신분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대문을 박차고 나가 여성의 의식을 확장한 여류시인 김금원, 집권세력의 기득권을 분연히 포기하고 ‘을’의 길을 걷는 대쪽 같은 저항의 선비 추사 김정희, 직업 혁명가로 양반들만의 세상을 뒤엎고자 분투하는 이필.

이들이 의기투합하여 고려말의 개혁승 신돈을 추종하는 비밀결사와 함께 민초들의 편에서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는 변혁의 주역으로 활약을 펼친다.

신채호 선생이 역사는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단언했듯이, 이 땅의 역사를 갑(甲)과 을(乙)의 투쟁으로 파악하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 소설의 배경을 이루는 조선조 말 이후에도 우리 민족은 망국과 외세의 침탈, 분단과 동족상잔으로, 그리고 탐욕스러운 독재정치, 부익부 빈익빈의 불평등과 가진 자들의 끊임없는 갑질로 비극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숙명적인 억압의 굴레에 갇힌 을들은 위기가 닥칠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다시 일어서기를 되풀이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해왔다. 이것은 바로 승자들의 역사에서 패퇴하여 도태된 인물들이 민중들을 이끌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역사의식이다.

이 작품의 등장인물은 모두 실존 인물을 모델로 하지만 그 내용은 작가의 상상력에 의존하여 이야기를 전개한 허구이다. 하지만 시대적 배경이나 중요한 사건의 흐름은 사실(史實)에 바탕한 이 작품에서 작가는, 실패한 고려말의 개혁가 신돈을 비조로 하는 그림자 조직 을해결사가 조선 말기까지 면면히 이어지며 역사의 고비마다 민초, 한마디로 을의 편에 서서 변혁의 지렛대 역할을 해왔으며 그 정신은 지금도 우리 속에 살아 있다고 확신한다.

예상을 뒤엎는 결말은 읽는 이들의 가슴을 서늘케 한다. 대원군의 집권과 개혁의 시도, 그리고 좌절에서 독자들은 오늘의 정치현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은이 안동일은 1959년 서울생으로 동국대학교 철학과를 거쳐 미국 뉴욕 시립대학 매스커뮤니케이션학과를 수료했고, 뉴저지 페얼리디킨슨대학 국제관계센터 연구교수를 지냈다. 1982년부터 뉴욕에 거주하면서 미주동아일보, 세계일보 등 동포 언론계서 활동했으며 서울 민주일보 주미특파원을 지냈다. 현재 국내 여러 방송 매체의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활동하며 창작에 전념하고 있다.

1993년 7월, 통일 염원 소설 ‘해빙’(전 3권)을 발표했으며 이 소설은 그 후 SBS-TV에 의해 16부작 미니시리즈로 드라마화되어 방영되었다. 그 밖에 고구려의 여진족을 새롭게 조명한 역사소설 ‘장수왕의 나라’, 북한 취재기 ‘갈라진 45년 가서 본 반쪽’, 만주 문제를 다룬 르뽀 소설 ‘영웅의 약속’, 조선의 선비가 일본의 사무라이를 제압한 역사를 증언한 ‘북관대첩비’, 안중근 의사의 유해 찾기를 다룬 ‘고독한 영웅’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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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일 2018-11-22 19:31:38
책의 저자 입니다. 류은화 기자님 좋은 소개 감사 드립니다.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