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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오타 줄리아남의 나라 일본에서 핀 조선의 꽃...전쟁 포로 천주교인의 신앙과 헌신

[매일일보 송정훈 기자] 남의 나라 고즈시마 섬에서 조선의 꽃이 피었다. 오타줄리아. 420여년 전 임진왜란 때 포로로 끌려간 조선 소녀다. 

왜군의 제1군 선봉장이자 크리스천 무장이던 고니시 유키나가의 영지로 보내졌고 거기서 고니시의 부인과 모녀처럼 지내다 서양인 신부에게 세례를 받고 천주교인이 됐다. 세례명은 줄리아. 오타(大田)는 일본식 성(姓)이다. 이후 내전에서 고니시 세력이 패하자 줄리아는 승리자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궁으로 넘겨진다.

열도를 통일하고 절대 권력이 된 도쿠가와의 궁에서 지내는 동안 그녀는 고귀한 행동과 헌신적인 봉사로 모든 이들의 칭송을 받았고 도쿠가와에게도 인정을 받아 남부러울 것 없이 지냈다. 그렇게 생긴 부와 명성과 권력을 줄리아는 탄압받기 시작한 교회를 살리는 일에 아낌없이 쏟았다.

이후 천주교 신자임이 밝혀진 줄리아. 도쿠가와는 배교와 자신의 측실이 될 것을 전제로 사면을 제안했다. 그러나 그녀는 “지상의 왕을 위해 하늘의 왕을 불편하게 할 수는 없다”며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고즈시마 섬에서 유배생활을 한다.

가난하고 작은 섬 고즈시마에서 그녀는 주민들에게 글과 신앙을 가르치며 조용하고 영적인 삶을 살았고 순교자가 되지 못한 것을 애통해하며 천주와 더욱 가까워졌다.

그 사이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갑자기 죽었고 그녀는 여전히 열성적으로 전교 활동을 하다가 체포돼 재판을 받고 추방되는 등 신앙인으로서의 고귀한 삶을 지속하다 아무도 모르게 천주의 품에 안겼다.

지금도 고즈시마 섬에선 해마다 5월 ‘줄리아 제(祭)’를 지낸다. 섬 주민들은 그녀의 무덤에 기도하면 병이 낫는다는 전설을 400년째 전해오고 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설치된 전망대에는 줄리아를 기리는 거대한 십자가가 있고 무덤 앞 광장에는 현창비가 세워졌다. 소설과 논문, 노래, 뮤지컬 등 그녀의 생애에 관한 작품화도 줄을 잇는다.

조국에서 외면 받은 전쟁 포로 소녀가 어떻게 일본의 수호성인급으로 추앙받게 된 것일까. 그녀의 이야기를 ‘일본통’ 장상인 JSI파트너스 대표와 '천주교인' 안병호 작가가 함께 전기(1부)와 현지답사(2부)로 나눠 담았다. ‘순결한 여인, 성스러운 신앙인, 용감한 꽃’이라는 찬사를 동시에 받는 오타 줄리아의 실제 삶과 내면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총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다.

우리 천주교회의 초기 역사와 일본천주교의 박해사, 오다 노부나가와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도쿠가와 이에야스로 이어지는 전국시대 일본의 피 튀기는 역사 이야기는 독자들의 감동과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오타 줄리아 / 안병호·장상인 지음 / 이른아침 / 1만5000원

송정훈 기자  songhdd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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