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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윤창호법 앞에 국회는 한없이 부끄럽다

[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법조인을 꿈꾸던 22살 윤창호씨가 음주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꽃도 피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진 지 열흘이 지났다. 그동안 윤씨의 친구들은 수업도 미루고 낮에는 푸드코트에서, 밤에는 보호자 대기실에서 토론하며 음주운전으로 사람을 숨지게 하면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윤창호법'(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만들었다. 이후 친구들은 그 법안을 입법자인 국회의원에게 제안했고, 여야는 너나 할 것 없이 연내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윤씨 친구들과 국민들에게 약속했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수월한 것만은 아니었다. 검사출신이자 윤창호법에 공동발의자로 참여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이 그 사이 면허정지 수준(혈중알코올농도는 0.089%)으로 술을 마시고 운전을 하다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입법을 촉구하려고 국회에 온 윤씨의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요즘은 음주운전을 아주 조심하지만, 사실 나도 아주 젊었을 때는 음주운전을 좀 했었다"고 때 아닌 고백을 하여 눈쌀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을 해도 사고가 없고 '3진 아웃'(3회 적발시부터 형사처벌. 1년 이상 3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 벌금)이 아니라면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수준으로 처벌받는다. 즉 '벌금 좀 내고 말지 뭐'라는 인식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낮은 수준의 처벌이 한몫하는 셈이다. 또 국민들은 음주사고를 내더라도 피해자와 합의만 하면 감옥은 가지 않는다는 사법부에 대한 뿌리 깊은 믿음이 있다.

그럼 다른 나라는 어떨까? 브라질은 1년간 면허가 정지되고, 알코올 농도 0.06%면 징역형이다. 만약 교통사고를 일으켰다면 종류에 상관없이 '살인죄'를 적용한다. 러시아의 경우는 일단 적발되면 2년간 면허가 정지된다. 만약 적발 당시 누군가 함께 타고 있었다면 그 사람 역시 '면허정지' 혹은 '벌금'을 부과한다. 음주운전자를 막지 못했다는 책임을 무겁게 묻는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음주운전이 적발되면 재판없이 즉시 감옥행이다. 그리고 결혼을 했다면 배우자까지 감옥에 간다. 태국은 교통사고 사망자들이 안치된 영안실에서 시신을 닦게 한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너무 가혹한 것 같은 각 나라의 음주운전 처벌 법률을 살펴보니 우리나라가 얼마나 음주운전에 관대한지 알 수 있다. 특히 법을 만드는 입법자부터 음주운전에 너그러우니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관련 처벌법이 낮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 성폭행에 너그러웠던 역사는 몇 십년에 걸친 교육과 미투운동 등 인식전환 노력을 통해 바뀌고 있다. 그럼 이제는 음주운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전환할 때다. 이번 일련의 사건을 통해 국회의원들부터 자신들의 음주운전에 대한 너그러운 시선을 되돌아 보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박규리 기자  love9361@m-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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