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눈을 가린’ 홍종학, 첫 국정감사는 낙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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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눈을 가린’ 홍종학, 첫 국정감사는 낙제점
  • 나기호 기자
  • 승인 2018.11.0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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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나기호 기자] 중소벤처기업부의 국정감사가 찜찜한 여운을 남기며 종료됐다. 특히 홍종학 장관이 취임 이후 맞이한 첫 국정감사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평가라 실망감이 더욱 크다.

이번 감사에서는 중기부가 비리 의혹에 멍들은 산하기관 통제부터 민간 경제단체인 소상공인연합회에 대한 행정감찰 지시 해명이 불분명한 채 그대로 마침표를 찍었다. 심지어 일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명쾌한 답변보다 ‘모르쇠’로 일관한 홍 장관의 모습을 보고 “참 가관”이라는 실망 섞인 목소리를 표출했다.

현장에 답이 있고 모든 정책은 현장에서 이뤄진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추구하는 소통정치이자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의 기본적인 틀이다.

홍 장관은 지난해 11월 취임사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수호천사가 되겠다고 자처했다. ‘수호천사’라는 문장은 이미 언론에서 수도 없이 적시했다. 왜 그랬을까? 홍 장관은 취임 이후 전국을 돌아다니며 업계 전반의 애로사항을 청취했고, 이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업계 분위기는 그야말로 초토화다. 최저임금은 2년 연속 두 자릿수가 인상됐다. 생계형 소상공인들은 부담을 넘어 위기를 맞게 되자 급기야 광화문으로 움집해 현실에 맞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였다.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앞둔 중소기업들은 이에 대한 대비책도 없이 아직까지 발만 동동 구르는 상황이다. 장관을 맞이하는 간담회는 줄을 이어도, 이렇게 목 놓아 호소하는 현장에서 홍 장관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이들은 또 다시 직진의 삶보다 유지하기 바쁜 ‘맨땅에 헤딩’을 해야한다. 전 정부 전례로 선견지명(先見之明)을 예견한 듯 언론과 장관에게 어려움을 외쳤다. 하지만 목소리를 대변해야 할 장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정부를 대변하는 수호천사로 돌변했다는 것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홍 장관이 결정한 최악의 정책 중 하나로 ‘공영홈쇼핑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품 퇴출’ 일명 ‘메이드 인 코리아’를 꼽았다. 그는 “이는 국산화 명분을 앞세워 정당화하려는 취지이며, 중소기업들의 판로를 가로막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옛 중소기업청이 부(部)로 승격했지만 달라진게 없다. 온통 단기정책에 불과한 ‘진통제’ 처방일 뿐, 현실에 맞는 제도 전환의 노력은 없어 보인다”고 푸념도 추가했다.

이쯤 되면 업계에서 지적하는 ‘정부를 대변하는 수호천사’라는 표현이 멀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현재의 흐름 역시 홍 장관의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하나 둘씩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홍 장관은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한 것이라 생각한다. 권력은 사람의 눈을 가린다. 눈에 보이는 것만 판단하지 말고 영세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내면을 읽는 자세, 그리고 교수다운 지혜를 진심어린 현장에서 찾아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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