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인난에 빠진 수능 감독관…“교사가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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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구인난에 빠진 수능 감독관…“교사가 없어요”
  • 복현명 기자
  • 승인 2018.10.2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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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복현명 기자] #. “수능 감독을 위해 교사들을 섭외하고 있지만 건강 등을 이유로 하지 않으려고 해 고민이 많다” 이는 일선 고교 교무실에서 한 교감이 수능 감독관을 뽑기 위해 교사들을 섭외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빠지려 해 고민이라며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런 모습은 11월 15일 치르게 되는 2019학년도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얼마 남지 않자 전국 중·고교에서 일어난 상황이다. 교감은 교육청 공문으로 요청받은 감독관을 채우기 위해 교사들을 설득하지만 교사들은 수능 감독을 맡고 싶어하지 않는다. 긴장한 채 서서 새벽부터 10시간이 넘도록 있어야 하고 문제라도 생기게 되면 감독관 책임을 피할 수 없어서다.

그야말로 수능 감독관 구인난이 심각해진 모양새다. 특히 전국에서 기숙학원들이 가장 많이 집중돼 있는 경기도 용인시의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수능 원서가 시작되는 8월부터 기숙학원생들이 주소를 학원으로 옮겨 가까운 고사장에서 시험을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능 당일까지 학원에서 컨디션 조절 등의 관리를 받는다. 용인시에서만 이번에 수능을 보는 재수생만 300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용인시와 인접한 이천·광주·하남에서도 기숙학원 때문에 많은 일선 교사들이 감독관으로 차출된다.

용인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용인 수지고의 경우 교사의 90% 이상이 감독관을 한다. 이는 경기도 평균인 60%과 비교하면 30%포인트 높은 수치다.

교사들이 수능 감독관을 회피하는 이유는 학생을 선발하는 대학들이 수능 관리와 감독에 대해서는 ‘나몰라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고입은 고교들이 책임을 지고 있지만 대입의 경우 감독관은 일선 중·고교 교사들이 투입된다. 그러나 아프거나 고령자, 경험이 부족하거나 자녀가 고등학교 3학년인 교사들은 감독관을 면제받는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수능 당일 새벽 5시에 시험지를 인수하는 교사들도 감독관까지 맡는 실정이다.

수능날이 되면 수험생들은 각종 소리에 예민하다. 만약 고사장에서 부스럭거리는 소음이라도 발생해 불편을 느끼면 각종 민원을 감독관의 책임으로 제기한다. 긴장되고 힘든 건 수능 당일 수험생이나 감독관을 하는 일선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경기도 한 고교 교사는 “감독관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 초등학교 교사들까지 투입될 수 있다는 소리도 들었다”며 “10시간 정도를 긴장하고 있는데다가 만약 문제가 생기면 책임은 온전히 감독관 탓이어서 부담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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